인간의 본성, 소설보다 더 소설같은 이야기

인간의 본성, 소설보다 더 소설같은 이야기

김유진 기자
2016.10.08 07:10

[따끈따끈 새책] 임상심리학자 타냐 바이런의 '소녀는 왜 다섯 살 난 동생을 죽였을까?'

스스로 줄넘기에 목을 매 생을 끊으려 한 12살 짜리 소녀. 그녀를 맡게 된 정신병동 임상심리학자는 "그저 죽고싶다"는 말뿐, 자신의 행동에 대해 아무런 이야기도 하지 않으려는 그 소녀의 마음을 사기 위해 고분군투한다.

구연동화, 노래부르기 등등 온갖 노력 끝에 아이는 마음을 열기 시작하고 정신병동에서 유일하게 그 심리학자와만 이야기하는 수준까지 이르렀다. 소녀가 잘 놀고 자해의 징후도 보이지 않자 병원 측은 퇴원을 준비시키라고 하는데, 무언가 찜찜하다. 아직 풀지 못한 퍼즐이 조금 더 남은 것만 같다는 생각이 자꾸만 든다.

영국의 유명 임상심리학자 타냐 바이런의 '소녀는 왜 다섯 살 난 동생을 죽였을까?'는 그의 초보 시절 경험을 풀어놓은 책이다. 최고의 학교에서 훌륭한 스승들에게 이론을 배웠지만, 이를 실전에 적용하는 것은 완전히 다른 차원의 일이라는 사실을 몸으로 깨닫는다.

타냐 바이런이 좌절하는 동안 독자는 그의 책 속에 나오는 임상 사례들을 보면서 거의 단편 스릴러물을 보는 듯한 기분을 느끼게 된다. 소설보다 훨씬 더 놀랍고 충격적인 이야기들이 펼쳐진다.

동생이 익사하는 모습을 보고 트라우마를 겪는 줄로만 알았던 어린이가 알고 보니 아기 동생을 죽인 이야기 등 각각의 소재가 영화화돼도 무리 없을 것 같은 사연들이다.

그녀가 임상 심리학을 공부하게 된 것도 스릴러 소설 속 이야기처럼 충격적인 사건 때문이었다.

그녀가 열 다섯 살이던 어느 해, 할머니가 바닥에 쓰러진 채 머리에서 피를 철철 흘리는 모습을 목격한 것. 임신한 마약중독자가 할머니의 집에서 돈과 귀중품을 훔치기 위해 벌인 범죄였다. 한정책임능력에 따라 과실치사로 고작 18개월을 복무한 뒤 출소한 범죄자를 보면서, 어린 타냐 바이런은 인간의 뇌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다.

그녀의 이야기 속에서 정상과 비정상, 평범함과 특별함, 환자와 의사 간 장벽은 허물어진다. 우리 안에 감춰져 있는 이상 심리와 광기를 들여다보게 해주는 그녀의 묘한 매력에 빠져보는 것은 어떨까.

◇소녀는 왜 다섯 살 난 동생을 죽였을까?=타냐 바이런 지음. 황금진 옮김. 동양북스 펴냄. 448쪽/1만7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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