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최초의 한국형 발사체…직접 보니 과학문학 영감 샘솟네요"

"이게 최초의 한국형 발사체…직접 보니 과학문학 영감 샘솟네요"

고흥(전남)=김유진 기자
2016.11.19 03:23

[르포] 제1회 머니투데이 과학문학공모전 수상자·심사위원단과 함께한 고흥 나로호 우주센터 방문기

우주를 무대로 전개되는 우주 공상과학소설(SF)인 스페이스 오페라(Space Opera)는 전 세계 SF 작가들에게 가장 사랑받아 온 장르 중 하나다. 최근 '마션' '인터스텔라' '그래비티' 등 관련 영화가 흥행하면서 그 인기는 더욱 높아졌다.

그러나 한국을 배경으로 하는 스페이스 오페라는 여전히 일반 독자들에게는 어색한 장르다. 우주에 로켓을 쏘아 올리고, 우주 정거장에 사람을 보내는 일을 꾸준히 해 온 미국·중국·러시아와 달리, 우리나라는 경험이 부족하기 때문. 국내 SF 작가들 또한 근미래가 아닌 꽤 먼 이후를 배경으로 설정하거나, 소설의 배경 자체를 해외로 설정해왔다.

한국형 스페이스 오페라의 한계를 깨기 위해, '제1회 머니투데이 과학문화공모전' 수상자 3명과 심사위원인 박상준 서울 SF아카이브 대표, 김창규 SF 작가, 김홍민 북스피어 대표가 지난 11, 12일 1박 2일 일정으로 전남 고흥군 나로호 우주센터(Naro Space Center)를 찾았다. 국내 최초 우주센터이자 지난 2013년 나로호를 성공적으로 우주 궤도에 쏘아 올리면서 한국 우주개발의 전초기지로 거듭난 곳이다.

'국가기밀' 한국형 우주 발사체 개발 현장을 가다

오는 2019년 12월을 목표로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 개발 중인 한국형 발사체에 들어갈 75t 엔진을 연구원들이 시험하고 있다. /사진제공=한국항공우주연구원
오는 2019년 12월을 목표로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 개발 중인 한국형 발사체에 들어갈 75t 엔진을 연구원들이 시험하고 있다. /사진제공=한국항공우주연구원

서울에서 KTX를 타고 순천역에 도착, 차로 2시간을 달려 도착한 나로호 우주센터. 한반도 끝자락의 섬 한가운데 건설된 우주센터에 가기 위해서는 뭍에서 다리 두 개를 건너야 했다. 나로호 우주센터 앞으로는 티끌 한 점 보이지 않는 깨끗한 남해 앞바다가 펼쳐졌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의 도움을 받아 성사된 이번 우주센터 탐방은 일반인들에게는 공개되지 않는 미지의 영역을 들어가 볼 기회였다. "마치 동심으로 돌아간 것 같다"는 이영인 당선자의 기대 섞인 말과 함께, 일행은 내부에서 알게 된 내용을 유출하지 않는다는 '안전보안 서약서'에 서명하고 센터 안으로 들어갔다.

"나로호 우주센터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조남경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책임연구원이 일행을 위해 나로호 우주센터를 소개하는 역할을 맡았다. 그는 나로호 우주센터가 건립된 2009년부터 고흥에 와서 모든 과정을 지켜본 '대한민국 우주개발 1세대'다.

조 책임연구원과 함께 2019년 발사를 목표로 개발 중인 한국형 발사체에 들어갈 75t 엔진을 관리하는 제어실을 탐방했다. 거대한 전광판이 정면에 설치된 방에 들어가자 공모전 당선 작가들은 "이 전광판의 공식 명칭이 무엇이냐" "책상 위에 컴퓨터 외에 수동제어장치가 있는데 이유가 무엇인가" 등 질문을 쏟아냈다.

한국형 발사체는 총 3단으로 제작되며 1단에 엔진 4기, 2단에 1기, 3단에 1기가 각각 들어간다. 조 책임연구원은 "1단에 들어갈 4개의 엔진은 발사체를 초속 8km로 상공에 올려놓은 뒤 분리되며, 2단이 연소 후 공중에서 분리돼 위성을 실은 3단을 우주로 나가도록 돕는다"고 설명했다.

"살인사건 나도 아무도 모르겠는데…" 온갖 상상 샘솟아

지난 11~12일 1박2일 일정으로 전남 고흥군 나로호 우주센터를 방문한 제1회 머니투데이 과학문학공모전 수상자 및 심사위원단의 단체 사진. /사진=김유진 기자
지난 11~12일 1박2일 일정으로 전남 고흥군 나로호 우주센터를 방문한 제1회 머니투데이 과학문학공모전 수상자 및 심사위원단의 단체 사진. /사진=김유진 기자

"와, 여기서 집단 살인사건 발생해도 아무도 모르겠는데!"

앞서 소백산 천문대에서 발생한 연쇄살인사건을 SF 스릴러 소설로 탄생시킨 김창규 SF 작가가 외쳤다. 이번 공모전 심사위원이었던 그는 발사체에 엔진을 달아 시험하는 발사대 아래를 내려다보며 "시체 유기하기 딱 좋은 장소"라며 웃었다.

미국 나사(NASA)에 관리본부 '휴스턴(Houston)'이 있다면, 한국의 나로호 우주센터에는 관리본부인 '미션 디렉터 센터(MDC)'가 있다. 조 책임연구원은 "발사체를 우주에 내보낼 때, MDC 내에 책임연구원들이 들어가서 최종 명령을 하는 곳"이라고 설명했다. MDC 오른쪽 벽면에는 대형 태극기가 걸려있었다.

공모전 대상 수상자인 이건혁씨는 "1박 2일 동안 나로호 우주센터를 둘러보며 쉽게 할 수 없는 특별한 체험을 한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우수상 수상자인 박지혜씨도 "센터에서 본 것들이 앞으로 우주 관련 소설을 쓰는 데 큰 영감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이번 나로호 우주센터 방문에 아이디어를 제공한 박상준 공모전 심사위원장은 "대한민국 우주 개발의 거점인 나로호 우주센터에서 발사체에 들어갈 부품들을 직접 눈으로 보고 센터를 둘러본 경험은 모두에게 매우 특별한 자산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측은 이번 과학문학 공모전 당선자 및 심사위원단의 방문이 SF 작가들의 첫 나로호 우주센터 방문이라고 밝혔다. 연구원 관계자는 "국내에서 우주로 나가는 유일한 통로인 나로호 우주센터가 SF 작가들의 상상력과 만나 국민들의 눈에도 더 멋진 공간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