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별(死別)의 아픔도 결국은 생(生)이다

사별(死別)의 아픔도 결국은 생(生)이다

구유나 기자
2017.01.14 06:40

[따끈따끈 새책] 박화진 경북지방경찰청장 첫 시집 '답장을 기다리지 않는 편지'

'눈 가리고/귀 덮은 채/손과 발 다 묶어도/너 인연/지상에서 천상까지/질기다 질겨'(시집 '답장을 기다리지 않는 편지' 中 '인연')

박화진(54) 경북지방경찰청장이 등단 후 첫 시집 '답장을 기다리지 않는 편지'(문학공감)를 발간했다. 13년간 투병생활을 한 아내와 사별(死別)한 이후 아픔과 소회를 시로 풀어냈다. 지난 6년간 일상 속 소소한 글쓰기를 모아 엮어낸 만큼 다양한 감정 변화가 돋보인다.

박 청장은 2012년 '마음이 따뜻한 경찰이 되고 싶다'에 수록된 수필 '바람개비 삶'으로 영남문학 신인문학상을 수상하며 등단했다. 앞서 2010년 경찰 문예 대전 수필 부문에서 금상을 수상한 것이 본격적인 창작활동 계기가 됐다.

책의 주된 정서는 1년 8개월 전 떠나보낸 아내를 향한 '그리움'이다. 그리움의 정서는 애틋함을 넘어 성숙의 경지에 다다른다. '답장을 기다리지 않는 편지', '붉게 피는 장미라도 사랑보다 붉지 않다', '철들 때', '가을이 오면' 등으로 구성된 소제목을 따라 글을 읽다 보면 그 감정의 결을 느낄 수 있다.

박 청장은 다른 모든 글 중에서도 '연인'이라는 작품에 가장 애착이 간다고 말한다. 시 한켠에는 책에 수록된 시 중 유일하게 아내와 함께 찍은 사진이 들어가 있다. 약 3년 전 아내와 함께 소록도를 여행하며 찍은 사진이다.

박 청장은 "'연인'은 누군가는 콩깍지가 씌었다며 손가락질하는 사랑일지라도 사별 이후에도 못 잊어서 끊임없이 생각하고 그리워한다는 내용"이라며 "역설적으로는 질긴 인연을 이만 끊고 둘 다 편해지고자 하는 마음을 담았다"고 설명했다.

시집 구성은 자유롭다. 감정을 기록한 습작은 시가 됐다가, 수필이 됐다가, 농담이 되기도 한다. 어떻게 보면 아재개그 모음집 같기도 한 '웃음미학 개론' 시리즈는 슬픔에 매몰되지 않고 이를 긍정으로 극복하고자 하는 염원을 담았다. 실제 공직 생활 중에도 잘 웃고 소통을 중요시하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는 그다.

박 청장은 "집필 철학 같은 거창한 것보다는 '생활 철학'을 담았다"며 "시를 통해 말하는 그리움, 사랑, 인연 등 모든 것들은 결국 넓은 관점에서 보면 휴머니즘을 반영한 것이 아닐까"라고 말했다.

어느덧 50대 중반, 감성적으로 충만한 '남성 갱년기'에 돌입했다는 박 청장은 공직 생활을 마무리하며 글쓰기를 계속 해나갈 계획이다.

'크면 큰 대로/작으면 작은 대로/그저 내 몸짓 보여줄 뿐입니다/잠시 스쳐 가면서 /왜 그리 소란스럽냐고/타박하지 말아주세요/그리울 수 있답니다/긴 시간 흘러/기억 저 너머 있을지라도'('바람의 흔적'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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