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미니스트는, 세상이 망하기 직전 등장해왔다

페미니스트는, 세상이 망하기 직전 등장해왔다

박다해 기자
2017.01.14 07:03

[따끈따끈 새책] '넷페미'들이 말하는 역사…'대한민국 넷페미사'

"역사적으로 볼 때 이 새로운 여성들은 모두 기존 질서의 효용을 다한 순간 등장합니다. 즉 세상이 망하기 직전에 등장하는 거예요. (중략) 기존 질서로부터 이탈하는 집단이 등장한다는 건, 그만큼 기존 질서의 힘이 약해졌고 더 이상은 기존 질서로부터 어떠한 것을 얻을 수 없다는 뜻입니다." (권김현영)

지난해, '페미니즘'이 전면에 튀어나왔다. 강남역 살인 사건, 넥슨 성우 해고 사건, 낙태 금지를 반대하는 검은 시위, '#○○내 성폭력' 해시태그 운동 등 일련의 사건을 겪으며 "나도 페미니스트"라고 주장하는 2030 페미니스트들이 등장한 것.

이들은 온라인에서 활발히 연대하며 맞섰다. 연대는 때론 시위의 형태로, 때론 포럼과 토론의 형태로 오프라인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책 '대한민국 넷페미사'는 온라인에서 활동하며 목소리를 내 온 '페미니스트', 즉 '넷페미'(인터넷+페미니스트)들의 역사를 정리한 책이다. 지난해 10월 8일, 무려 7시간 30분에 걸쳐 진행된 강의와 토론을 고스란히 옮겼다.

책은 1990년대 중반부터 2000년대 중반까지 PC통신 하이텔, 천리안, 나우누리를 기반으로 활동하던 '영 페미니스트'부터 2000년대 중반 이후 '헬(hell) 페미니스트'에 이르기까지 사이버 공간에서 수많은 논쟁을 벌여왔던 넷페미들의 활동을 되짚는다.

특히 직접 주체로 활동해 온 여성주의 연구활동가 권김현영씨의 강의는 자신의 경험을 고스란히 녹여 그 생생함을 더했다.

책을 통해 1999년 '사이버 젠더 전쟁'의 서막을 연 '군복무 가산점제' 위헌 판결부터 최근 메갈리아 사태까지 톺아보면 역사는 무섭게 반복된다는 걸 깨닫는다.

페미니즘에 대한 열기는 여전히 뜨겁다. 페미니스트들은 박근혜 대통령 탄핵을 요구하는 촛불집회에서 나오는 '여성혐오' 발언에 항의했고, 행정자치부가 발표한 '가임기 여성지도'에 맞서 시위를 벌였다. 이 책은 온라인 펀딩 20여 일 만에 무려 1055만 원을 모금했다. 기존 질서는 더 이상 통하기 어렵단 뜻이다.

◇대한민국 넷페미사=권김현영·손희정·박은하·이민경 지음. 나무연필 펴냄. 212쪽/1만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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