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끈따끈 새책] 박테리아…모든 생명체와 공생관계 이어가는 '박테리아'

구름의 형성에 영향을 미친다. 폐수를 정화하고, 유기물질을 분해한다. 지구의 모든 생명체가 태어난 순간부터 죽을 때까지 공생관계를 이어가는 박테리아 얘기다.
책은 그간 불쾌한 대상으로만 여겨졌던 박테리아의 다양한 역할을 소개한다. 박테리아가 어떻게 식물의 광합성을 돕고 동물을 조종하는지, 건강은 물론, 식성과 취향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까지 다양한 사례를 소개한다.
예컨대 뚱뚱한 사람과 날씬한 사람의 장 속에 사는 박테리아가 다르다. 또 우리가 상대에게 호감을 느끼는 것도 박테리아가 만드는 향과 관련되어 있다. 나아가 에이즈를 비롯한 신약 개발도 박테리아에 달려있다.
이런 박테리아가 우리 피부에만 몇십 억 개 서식하고 있다. 내부에 사는 박테리아까지 더하면 그 수는 100조 개에 이른다. 이들 인체 박테리아는 각자의 위치에서 다양한 활동을 펼치며 숙주인 인간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저자는 박테리아를 착한 박테리아와 나쁜 박테리아로 나눈다. 숙주(인간)가 섭취한 음식물의 소화를 돕거나 병원균과 기생충으로부터 숙주를 보호하는 게 착한 박테리아다. 나쁜 박테리아는 독소를 분비하여 염증, 질환, 우울증 등을 일으켜 숙주가 박테리아가 원하는 음식물을 섭취하도록 유도하거나 비만을 조장한다.
저자는 착한 박테리아와 나쁜 박테리아를 선별해 몸에 지닐 수 있는지 단언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하지만 착한 박테리아를 얻을 다양한 기회는 있다고 강조한다.
이를테면 저자는 자연분만과 제왕절개술을 박테리아와 연관 짓는다. 분만 방식에 따라 갓난아기가 얻을 수 있는 박테리아가 다르다는 것.
저자는 자연분만을 통해 태어난 아기는 엄마의 질을 통과하는 과정에서, 오랜 시간 인간과 공생해 온 착한 박테리아를 얻는다고 설명했다. 이는 신진대사 프로그램을 구성하고 면역체계를 갖추는 데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
반면, 제왕절개술로 태어난 아이는 수술에 참여한 사람들의 피부에 살던 낯선 박테리아를 얻는다. 이는 갓난아기의 면역체계에 나쁜 영향을 끼쳐 각종 질환의 발병 위험을 높일 수 있다고 저자는 봤다.
책에서 인용한 최근 연구 논문들에 따르면 제왕절개술로 태어난 사람이 자연분만으로 태어난 사람보다 알레르기, 천식, 제1형 당뇨병, 지방과다증, 만성 내장염, 글루텐 과민성 장질환을 앓을 확률이 더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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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최근 과학자들이 기존의 ‘질병과 죽음’의 관점이 아닌, ‘건강과 협력’의 관점에서 박테리아를 연구한다고 소개했다. 우리의 인체가 마치 자연의 생태계와 유사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면서다.
외래종이 새로운 곳에 정착하려 할 때, 살충제나 제초제를 뿌리는 건 임시방편에 불과하다. 토착종인 동·식물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반면 줄곧 균형을 유지해온 생태계는 자체적인 재생 능력을 가지고 있다. 덕분에 외래종에 쉽게 자리를 내주지 않는다. 저자는 우리의 건강도 이와 유사한 관점으로 바라봐야 한다고 주장한다.
우리 몸은 다양한 미생물이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는 공간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또, '어떻게 하면 미생물과 우리가 함께 살아갈 수 있을까'를 고민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박테리아=베른하르트 케겔 지음. 권상희 옮김. 다른세상 펴냄. 360쪽/1만8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