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끈따끈 새책]프랑스식 사랑의 역사

프렌치라는 수식어가 붙으면 남다른 아우라를 갖는다. 단순히 '프랑스식'이라는 의미를 뛰어넘는. 사랑(러브)에 프렌치가 붙으면 낭만적이라는 말을 넘어선 파격도 깔려있다. 최근 프랑스의 유력 대권 주자인 중도 후보 엠마뉘엘 마크롱의 사랑을 들면서 프렌치 러브의 절정이라는 말도 나돈다. '프랑스식 사랑의 역사'는 몰리에르부터 랭보, 사르트르까지 작품으로 엿보는 프랑스인들의 사랑 이야기를 표방한다.
스탠퍼드대 클레이먼 젠더연구소의 선임연구원이자 저자인 매릴린 옐롬은 중세 궁정부터 현대의 사랑까지 900년에 이르는 프랑스 문학작품 속 사랑 이야기를 페미니즘적 입장에서 분석했다.
그는 사랑에 관한 16가지 테마를 토대로 프랑스 문학작품을 다채롭게 들려준다. 프랑스 문학과 문화사의 거인들이 대거 등장한다. ‘적과 흑’의 스탕달, 쇼팽의 연인으로도 알려진 조르주 상드, 동성 연인 관계였다고 알려진 베를렌과 랭보, ‘좁은 문’의 앙드제 지드가 있고 실제 부부관계(계약결혼으로 더 알려진)기도 했던 사르트르와 보부와르 등.
저자는 프랑스인들이 모든 것을 다 쏟아붓는 열광적인 사랑을 퍼뜨려왔다며 프랑스에서의 사랑은 미국 등 다른 나에서 기대하는 도덕의 외피를 쓰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다시 현재 프랑스로 돌아와보면 마크롱의 부인 브리지트 트로뉴는 25세 연상이다. 프랑스 중북부 소도시 아미앵에서 10학년(고교 1학년, 15세)이던 마크롱은 프랑스 문학교사이자 연극반 지도교사이던 트로뉴(당시 40세)를 만났고 14년뒤 결혼했다. 이혼 후 제자와의 결혼을 선택한 트로뉴에게는 당시 전 남편과의 사이에 세 아이가 있었고 그중 맏이는 새로운 연인과 같은 나이였다.
현재 7명의 의붓 손자가 있는 마크롱의 사진 중엔 마크롱이 손자에게 젖병을 물려주는 사진도 있다.
17세 남학생과 42세 여선생님의 사랑을 우리 사회에선 나이차를 극복한 로맨스라기 보단 '충격적 일탈'로 보인다고도 하지만 프랑스에선 인기 상승의 한 배경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저자는 인간이 사랑할 대상을 찾아 스스로의 감정을 능동적으로 창조하며 살아가면 자신의 생명력을 느끼고자 하는 것이 아닐까는 부연을 내놓았다. 도덕(?)의 거울을 잠시 접는다면 슬며시 열리는 프랑스인들의 사랑이다.
◇프랑스식 사랑의 역사=매릴린 옐롬 지음. 옮긴이 강경이. 시대의 창 펴냄. 480쪽/2만2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