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와 쾌락'으로 문명 발전…건반에서 싹튼 키보드

'놀이와 쾌락'으로 문명 발전…건반에서 싹튼 키보드

이영민 기자
2017.02.18 10:31

[따끈따끈 새책] '원더랜드'…재미와 놀이가 어떻게 세상을 창조했을까

기원전 4만3000년전, 지금의 슬로베니아 북서쪽 변방 동굴에서 아기 곰이 숨졌다. 아기 곰의 뼈는 인간의 손길로 정교하게 다듬어진 '피리'가 되어 세상에 발견됐다. 초기 인류는 문자를 발명하거나 농경생활을 시작하기 훨씬 전부터 악기를 만들었다. 생존에 가장 기본적인 필수품인 창끝과 옷을 만들다가 곧바로 악기를 발명한 것은 인류 역사에서 가장 아리송한 수수께끼로 꼽힌다. 음악은 없어도 삶에 지장이 없는, 가장 추상적인 형태의 예술이기 때문이다.

새 책 '원더랜드'의 저자 스티븐 존슨은 인간이 음악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인간 삶에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기술 진전이 동반됐다고 설명한다. 저자에 따르면 컴퓨터 발명에는 뮤직박스, 하프시코드 키보드, 자동 연주 피아노도 한몫했다. 일종의 프로그래밍 기계들인 셈이다. 피아노 건반을 통해 오늘날 컴퓨터 키보드 자판이 개발돼 디지털 혁명의 씨앗이 됐다. 최초의 정보 공유 네트워크는 바로 음악 파일을 교환하기 위해 개발됐다.

음악뿐만이 아니다. 패션, 쇼핑, 맛, 미신, 게임 등 단순히 재미 추구에서 시작한 행위들이 인류 문명을 발전시킨 사례는 무궁무진하다. 커피 맛은 근대 언론 기관 탄생에 도움을 줬다. 우아하게 장식된 포목점이 산업혁명을 촉발했다. 서민의 사소한 즐거움에 불과했던 움직이는 장난감은 어느새 인간의 능력을 확장하고 인류문명을 증진하고 있다.

'원더랜드'는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드는 이러한 연결고리가 역사적으로, 사회적으로 어떻게 이루어졌는지 풍부한 사례와 연구, 문헌 자료를 통해 보여준다.

저자는 놀이가 지닌 혁신의 힘을 강조한다. 놀이가 생물학적 욕구와 무관한 새로운 문화적 제도와 관행, 시설을 구축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나아가 이러한 놀이의 힘을 활용해 학교에서 아이들을 어떻게 가르쳐야 하며, 직장에서 혁신을 격려하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방법을 알려준다.

◇ 원더랜드=스티븐 존슨 지음. 홍지수 옮김. 프런티어 펴냄. 444쪽/1만6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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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민 기자

국제부에서 세계 소식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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