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끈따끈 새책] ‘호황 VS 불황’…무엇이 경제의 라이프사이클을 움직이는가

호황이 멈출 것 같지 않은 상황에서 느닷없이 불황이 닥쳐오고, 불황의 끝이 보이지 않을 때 호황은 슬그머니 부상한다. 이런 경기변동은 노벨경제학 수상자도 쉽게 예측하기 힘들다. 눈에 잡힐 것 같은 이런 경기순환은 그러나 ‘알면서도 무식한 대응’을 할 수밖에 없는 인간의 탐욕에서 계속 되풀이될 뿐이다.
‘호황 VS 불황’의 저자이자 IBM연구소의 수석연구자인 군터 뒤크는 ‘육식동물과 초식동물의 관계’를 통해 ‘왜 1980년대 이후 지속한 대 안정 국면이 2008년 위기의 진폭을 더욱 강화시켰는지’에 대한 의문을 속 시원히 풀어준다.
초식동물이 번식하는 섬에서 육식동물은 더 쉽게 먹잇감을 얻을 수 있다. 육식동물의 수도 빠르게 증가한다. 그러다 섬의 식물이 더 늘지 않거나 육식동물에게 너무 많이 잡아먹히는 문제로 초식동물의 번식이 한계에 부딪힌다. 그럼에도 섬에는 새끼를 밴 육식동물은 계속 늘어난다.
초식동물의 증가가 정체되는 순간에도 육식동물의 수는 더 오랫동안 증가하는 양상을 보인다. 육식동물이 적정한 수보다 더 많은 수의 초식동물을 잡아먹는 ‘과소비’를 하기 때문이다. 시간이 지나면 결국 양쪽 모두 멸종위기에 처한다. 이와 반대로 초식동물이 빠르게 늘어났던 시절은 ‘호황’의 시기다.
같은 원리로 ‘타자기의 라이프사이클’을 보자. 타자기 등장 초기에는 신기술로 각광 받으며 만년필을 대체하는 시장으로 떠올랐지만, 컴퓨터의 등장으로 타자기는 내리막길을 걸었다. 과거 지배적 제품이 신제품으로 교체되는 일이 빈번할 때 경기는 ‘불황’의 신호를 보낸다.
인터넷이 발달하면서 더 싼 제품이 생산되고, 단위당 비용도 하락한다. 이때부터 살인적 경쟁은 시작되는 셈이다. 이로 인해 실업이 증가해 많은 사람이 현재보다 더 적은 임금을 받고 일할 준비가 되어있다. 결국 임금이 하락하고 노동시간은 증가한다.
‘돼지 사이클’도 마찬가지다. 알 수 없는 이유로 돼지고기 가격이 상승하면 소비자는 닭고기로 소비형태를 바꾸고, 바꾸기 전 이미 많은 새끼 돼지를 구입한 농가들은 늘어난 공급에 다시 싼 값으로 내놓을 수밖에 없다.
어려운 시기를 경험하면서 사람들은 점점 더 ‘경제적’으로 사고하지만, 이 같은 대응은 대체로 더 큰 변동을 촉발한다. 경기변동을 더 극심하게 만드는 인간의 심리와 대응을 저자는 ‘국면적 본능’이라고 부른다. 사람들은 이 순환의 메카니즘을 알고 있지만, 각 국면에 일일이 대응하면서 문제점을 더 키운다는 것이다.
독자들의 PICK!
호황과 불황의 국면을 기업 입장에서 보면 이렇다. 호황 초기에는 신기술이 적용된 신제품 개발에 모두 매진한다. 호황 후기에는 한계에 이른 품질 개선 대신 외형과 디자인을 강조한 사치스러운 제품을 만들어낸다. 그러다 경기는 불황을 맞는다. 불황 초기가 되면 상품이 안 팔리므로 가격 대비 가장 합리적인 제품에 매달린다. 불황 후기에는 품질조차 포기하는 가짜와 싸구려 제품이 속출한다.
불황기를 벗어나려는 기업 대부분의 경영방식은 ‘돼지 사이클’과 크게 다를 바 없다. 돈 되는 수요를 예측하고(합리적 경제인이라고 착각하는 단계) 무리하게 한계에 이른 공급(제품)을 내놓으면(소비자의 달라진 소비형태 인식 못 하는 단계) 경기변동을 극단적으로 증폭시킬 수 있다.
저자가 내놓는 안정적 해답은 ‘들소 이론’이다. 예전 아메리카대륙의 인디언들은 들소 떼의 규칙적 흐름에 따라 멀리 내다보는 안목을 가지고 살았다. 미래를 위해 들소 떼의 숫자가 일정 수준을 유지하도록 관리하고 기근을 잠시 참아내는 지혜를 가지고 있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자본주의 시대 인간들은 균형과 절제를 내버린 채 오직 제한적인 합리성만을 외쳐댄다는 것이 그의 해석이다.
저자는 “오늘 얻을 수 있는 것은 모두 가져가라. 내일 들소가 남아있다는 보장이 있느냐고 자본주의 시대는 매일 외쳐대고 있다”며 “서로를 배려하지 않고 움직이는 순간, 인간 사회에도 가혹한 순환이 발생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 호황 VS 불황=군터 뒤크 지음. 안성철 옮김. 원더박스 펴냄. 392쪽/1만7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