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끈따끈 새책]나물민족이 이어온 삶 속의 채소, 지구의 미래를 보장할 식량
"또

식물나라야?" 성장기 아이들이 밥상 앞에서 자주 투덜대는 말이다. 고기 같이 묵직한 질감의 반찬이 없으면 짜증부터 나던 어린시절이 있었건만, 신기하게도 어른이되면 나물에 손이 가고 쌈채소의 아삭함이 경쾌하다. 나이가 들어 이성적으로 몸에 좋은 걸 찾는 것일 수 있지만 '채소의 인문학'(따비 펴냄)을 읽다보면 '나물민족'이라 그런가 싶다.
이 책은 우리 민족의 '나물 문화'를 중심으로 문화, 영양, 과학 등 동서고금의 채소에 얽힌 이야기를 담았다. 한국음식문화 연구를 평생의 업으로 삼고 있는 저자 정혜경 호서대 교수는 우리가 나물민족으로 채소와 함께 살아왔다고 강조한다.
인간이 되려고 곰이 100일간 마늘과 쑥을 먹었다는 건국신화를 굳이 꺼내지 않아도 우리의 다양한 채소 조리법이 나물민족의 삶을 보여준다. 곤궁기 주린 배를 채워준 채소죽부터 생으로 먹는 생채와 익힌 숙채, 튀겨먹는 부각, 절여먹는 장아찌까지. 특히 배추와 무청을 삶았다 말리는 우거지와 시래기 등은 겨울 동안 비타민과 무기질을 제공해준 보물 식단이었다. 김장 문화는 단연 그 지혜의 총아다. 지금도 우리는 아파트 베란다나 텃밭에서 상추를 쌈채소로 키우며 풍요의 음식을 누린다. 일찍이 다산 정약용은 유일하게 속여도 되는 것이 쌈을 먹으며 자기 입을 속이는 것이라 했다.
채소와 나물을 재조명하다보면 한식의 우수성을 넘어 채소에 인류의 답이 있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육류를 생산할 때 나오는 온실가스나 이산화탄소량은 채소의 24배. 저자는 "선진국 국민이 곡류를 먹여 키운 육류를 먹을 때 남반구 여러곳 빈민들은 기아에 시달린다"며 "채소에 기반한 식생활이 건강 뿐 아리나 먹거리 불평등 해결과 환경을 위해 필수적"이라고 강조한다. 인류와 지구의 생명을 위해 채소에 답이 있다는 결론에 다다르면 오늘 점심 알싸한 나물에 밥을 쓱쓱 비벼먹고 싶은 생각이 절로 난다.
◇채소의 인문학=정혜경 지음. 따비 펴냄. 392쪽/1만7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