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노련한 조화' 빛난 정경화·스티븐 코바체비치의 협연 "박자 맞추는 게 가장 힘들어"

'현(絃)의 마녀'와 '베토벤 스페셜리스트'가 25년 만에 만났다. 긴 세월 동안 서로의 연주를 잊지 않았다. '완벽한 화합'은 아니더라도 '노련한 조화'가 빛을 발했다.
29일 오후 강원 평창 알펜시아 컨벤션센터에서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69)와 피아니스트 스티븐 코바체비치(77)를 만났다. 두 사람은 티격태격하면서도 전일 저녁 25년 만의 협연에 대해 "리허설부터 공연까지 만족스러웠다"고 입을 모았다.
코바체비치는 "이번엔 (연습 과정에서) 서로의 제안을 받아들였다"며 "과거 협연 때도 그랬지만, 이번에는 특히 '긴장 상태'라는 게 없었다"고 했다. 이에 정씨는 "오래 살면서 음악을 비롯해 여러 가지 삶의 경험을 했기 때문인 것 같다"고 웃었다.
지난 28일 알펜시아 콘서트홀은 두 거장의 브람스 '바이올린 소나타 1번 G장조 78번' 협연을 보기 위한 관객들로 북적였다. 600개 석이 매진됐다. 바이올린의 몰아치듯 한 카리스마와 피아노의 서정적이고 부드러움이 한데 모여 관객들의 감탄을 자아냈다. 두 연주는 서로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다가도 어느 시점에서 자연스레 녹아들었다. 커튼콜이 끊이지 않자 라흐마니노프의 '보칼리제'가 앙코르곡으로 연주됐다.

코바체비치는 "정경화와도 마찬가지였고, 개성 강한 연주자들끼리 협연할 때 박자를 맞추는 게 가장 힘들다"며 "한 번은 재클린 뒤 프레와 리허설을 하다가 도저히 의견을 좁힐 수가 없어 '동전 던지기'를 한 적이 있다. 그와 3년간 협연하면서 두 번 동전을 던졌던 것 같다"고 웃으며 말했다.
정씨와 코바체비치의 첫 협연은 수십 년 전 영국 런던에서 연주한 브람스 콘체르토였다. 두 사람은 너무 오래된 일이라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고 했지만, 서로의 '연주'에 대한 단편적인 기억은 생생했다. 정씨는 "(코바체비치가) 리허설을 하는데 '네가 어떤 대목에 이렇게 연주했다'라는 걸 어제처럼 떠올리더라"며 놀라워했다. 코바체비치는 연주자를 극한으로 몰아가는 정씨의 '지독한 완벽주의'를 회상하며 혀를 내둘렀다.
25년간 연주법이 조금씩 변했지만 근본적인 호흡은 변하지 않았다. 코바체비치는 20여 년 전부터 무대 의자를 7cm 정도 낮춰 앉는다. 손가락이 건반에 닿는 면적을 넓히기 위해서다. 정씨는 "리허설 때부터 소리가 변했다고 느꼈는데, 내 (바이올린) 소리가 그 변화에 반응하는 데 1초도 걸리지 않았다"며 "소름이 다 돋았다"고 놀라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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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씨는 한 가지 일화를 소개했다. "어렸을 때 어떤 이야기를 읽은 적이 있어요. 옛날에 한 도공이 완벽한 도자기를 만들기 위해 수천, 수만 개의 도자기를 버리다가 결국엔 자기 자신이 솥 안에 들어가서 기가 막힌 백자가 됐다는 얘기예요. 제 인생 전체가 바로 그겁니다. 언제나 그 '마지막 하나'에 대해 생각하고 있어요."
25년 만의 협연, 다음 협연은 언제가 될까. 향후 계획을 묻기도 전에 정씨는 대화 중간중간 "우리 두 번째 소나타 해야 돼"라며 코바체비치에게 '압박'을 넣었다. "얼마든지"(Why not?)라는 답변이 돌아왔으니 다음 협연을 기대해봐도 좋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