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끈따끈새책]전각.캘리그래피 장인 부자의 비밀…산업화 도시빈민 그늘 담겨

영화 개봉을 앞둔 배우나 감독은 예능프로나 인터뷰를 통해 영화 얘기를 쏟아내기 마련이다. 하지만 신작 영화 '염력'의 개봉을 앞둔 연상호 감독은 영화와 함께 자신의 만화(그래픽노블) 얘기를 함께 하게 됐다.
연 감독은 그래픽노블 '얼굴'(세미콜론)을 내놓고 “가장 자유로운 상태에서 만들 수 있는 이야기이고 자신에게 최초로 주는 선물”이라고 했다.
20여년 동안 게으름 부리지 않고 창작을 해 왔다는 겸손을 보이기도 했지만 사실 그는 영화 ‘부산행’으로 1000만 관객을 동원한 스타 감독이다. 또 첫 장편 애니메이션 ‘돼지의 왕’은 65회 칸 영화제 감독주간에 진출했고 영화 ‘부산행’은 69회 칸 영화제 미드나이트 스크리닝에 초청받기도 했다.
자신의 선물과 관련해 그는 부산행이 1000만명의 관객을 모았을 때 창작자로서 자신에게 선물을 주고 싶었고 매력을 느낀 장르 ‘만화’로 그 선물을 택했다고 설명했다.
만화 ‘얼굴’은 영화 ‘부산행’처럼 어머니의 자리가 비어있는 가정의 자식과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다. 도장가게에서 시작해 캘리그래피 연구소를 세운 한 전각 장인과 아들 얘기인데 아들은 어머니가 자신을 버리고 떠났다고 생각하지만 사후 30여년뒤 유골 형태의 어머니 시신이 발견돼 장례를 치르게 된다.
다큐멘터리 PD와 함께 어머니의 사연을 찾아 나선 그는 아버지와 어머니의 비밀을 알게 된다. 그림체는 애니메이션 ‘서울역’과 무척 닮아있고 등장인물도 미싱사, 조직폭력배 등 사회 밑바닥을 훑고 있다.
얼굴이 지워진채 기억되는 어머니와 그의 얼굴을 보지 못한채 결혼의 연을 맺은 시각장애인 아버지는 비밀을 안고 있다. 아들은 아버지를 추궁해 비밀을 듣게 되고 어머니가 사진을 찍은 사진관에서 어머니의 얼굴을 보게 된다. 만화 ‘얼굴’에는 산업화를 겪은 도시 빈민들과 사회의 어두운 곳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송곳', ‘습지생태보고서’라는 만화를 그린 최규석 만화가는 ‘여운이라 부르기엔 독하고 기괴한, 엔딩 이후 며칠을 따라다니는 연상호 특유의 뒷맛을 오랜만에 음미했다’고 평했다.
◇얼굴=연상호 지음, ;세미콜론 펴냄, 288쪽. 2만2천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