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에서 발생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신종 코로나)이 확산하며 세계 각국에서 중국인 관광객을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 않다. 최근 들어 방한 중국 관광객이 늘어난 국내 역시 마찬가지다. 국내 여행객도 즐겨 찾는 제주도에 중국인 확진자가 여행한 사실이 확인되며 한중 관광교류는 물론, 국내여행 수요도 위축되기 시작했다.
3일 문화체육관광부 등 관광당국 등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한국을 찾는 중국인 관광객이 급증세다. 2017년 '한한령' 여파로 급감한 이후 2030 개별여행객(FIT)을 중심으로 빠르게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방한 중국 관광객은 602만 명으로 전년 대비 26% 증가했다. 올해는 한한령 해제 등으로 유커(중국인 단체관광객)까지 귀환할 것으로 점쳐지며 150만~200만 명이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인 관광객들은 침체된 국내 관광·유통시장에 활기를 불어넣는 손님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새해 설 연휴를 앞두고 상황이 달라졌다. 신종 코로나가 일파만파로 확산하며 중국인들에 대한 환영의 시선이 우려의 시선으로 바뀐 것이다. 지난 20일 중국인 국적의 여성이 국내 첫 우한폐렴 확진자로 밝혀지며 중국 인바운드 증가 호재는 악재로 변했다.

첫 확진자 발생 이후 국내 곳곳에서 확진 사례가 보고되며 중국인 관광객에 대한 여론은 연일 악화일로다. 우한 뿐 아니라 중국 전체적으로 감염자가 급증하는 와중에도 여전히 한국행 비행기에 오르는 중국인이 많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올해 1월에도 춘제(春節·중국의 설) 등이 겹치며 중국인 관광객의 방한 러시가 이어졌다. 법무부 등에 따르면 사태가 심각해진 지난달 말에도 일 평균 1만 명 안팎의 중국인이 입국했다.
예년보다 줄어들긴 했지만 여전히 상당수의 중국인 입국자가 있다는 사실에 중국인 관광객을 막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들끓는다. 지난해 국내 여행객들과 관광업계를 관통했던 NO재팬에 이은 NO차이나다. 청와대 국민청원에 올라온 '중국인 입국 금지 요청'은 최초 게시된 지 12일 만인 이날 현재 67만여 명이 참여했다.
이번 NO차이나는 외국인 관광객을 거부한다는 점에서 NO재팬과 차이가 있다. 정치관계나 자연재해 등의 이유로 해외여행을 말리는 분위기는 있었지만 관광수지에 직접적인 도움이 되는 외국인 방문을 막는 것은 이례적이다. 지난해 한일관계가 최악일 때도 일본인 관광객을 막아야 한다는 목소리는 힘을 얻지 못했다. 그만큼 중국 관광객에 대한 불안심리가 크다는 얘기다.

지난달 30일 확진 판정을 받은 50대 중국인이 제주도를 여행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불 붙은 불안심리에 기름을 얹었다. 지난달 21일 4박5일 일정으로 제주를 찾은 해당 확진자는 대중교통을 이용해 산굼부리와 성산일출봉, 우도, 신라·롯데면세점과 인근 식당·카페 등을 찾은 것으로 확인됐다. 국내 여행객들도 자주 찾는 지역이다. 신라와 롯데면세점은 전날(2일) 임시휴업에 들어갔다.
특히 제주도는 겨울방학과 설 연휴를 맞은 국내여행객도 많다는 점에서 국민들의 불만이 높아진다. 정부나 지자체가 관광객 유치에만 열을 올리고 관리는 촘촘하지 못하단 것이다. 제주도는 관광활성화를 위해 2002년부터 무사증 제도를 운영 중인데, 무사증 입국자 대부분이 중국인이다. 지난해 제주 지역 무사증 입국객은 81만여 명으로 이중 98%(79만7300명)가 중국인이었다. 이번 중국인 확진자 역시 무사증 여행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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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따라 제주도 등 국내 여행수요도 급격히 쪼그라들고 있다. 단순히 해외여행 뿐 아니라 국내여행도 자제하는 움직임이 보이는 것이다. 제주관광협회 등에 따르면 지난 1~2일 주말 동안 제주도를 찾은 내국인은 4만5000여 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39.5%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정부도 중국인 입국제한 카드를 꺼내들었다. 정부는 오는 4일 0시부터 2주 이내에 후베이성을 방문한 외국인들의 입국을 제한키로 결정했다. 중국 후베이성 발급여권을 소지한 중국인 입국도 제한하고 기존 사증의 효력도 잠정 정지한다. 또 제주도 무사증입국제도도 일시 중단한다. 2003년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와 2015년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때보다 강화된 대책이다.
여행업계에선 정부의 조치가 보다 빨리 시행됐어야 한다는 아쉬움을 토로한다. 한 여행업계 관계자는 "이미 중국이 지난달 말에 단체여행 금지와 개인여행 자제 조치를 내렸고 어차피 후베이성에서 오는 항공편도 끊긴 상황"이라며 "아웃바운드(내국인의 해외여행)·인바운드 여행에 대한 보다 빠른 조치가 있었다면 국민들의 불안심리를 덜 수 있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