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끈따끈 새책] ‘가치 전쟁’…우리는 왜 서로 다른 세상에서 사는가

촛불 이후 4년, 정의와 공정의 가치가 실현될 것 같았던 우리 사회가 마주한 것은 한 치의 타협도 없는 가치들의 싸움이었다. 계급, 세대, 성별 등 저마다 다른 기준으로 나만의 공정을 주장하느라 지금 우리 사회는 호된 몸살을 앓고 있다.
한마디로 평등의 가치가 확고할수록 갈등과 혐오도 늘어난 셈이다. 저자는 “모두 똑같은데 내 몫만 없다는 인식이 그 몫을 더 배당받은 이에 대한 질시와 혐오로 표출되기 때문”이라고 해석한다. 그래서 ‘모두가 평등한 사회’로 시작했지만, 결과는 ‘모두가 불행한 사회’가 돼 버렸다.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리나’의 첫 구절에서처럼 좋은 사회는 구성원이 함께 만족감을 누리지만, 불행한 사회는 개개인이 제각기 피해자라고 느낀다. 개인의 자유와 평등이 보장된 민주사회일수록 이런 불만의 가능성이 크다.
19세기 미국을 관찰한 토크빌은 “모두가 평등하다는 조건이 신분과 계급 같은 가장 큰 차이를 없애기 때문에 사람들은 아주 작은 차이에도 첨예한 반응을 하게 된다”고 분석했다. 차이에 대한 민감한 인식이 억울함을 낳고 억울함이 혐오를 부르는 것이다.
또 평등하다는 조건은 능력주의의 근거로 이용된다. 이론적 평등과 달리 현실에 엄연히 존재하는 불평등을 설명하는 길은 능력의 차이밖에 없기 때문. 능력에 따른 차별을 ‘공정’이라고 착각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저자는 “가치 전쟁이 지금 일어나는 이유는 신자유주의적 풍조가 사회 변혁보다는 고립된 개인들 간의 경쟁으로 관심의 초점을 옮겼기 때문”이라고 진단한다.
자유 대 평등, 개인 대 공동체 같은 오랜 딜레마가 여전히 문제인데, 이런 상반된 가치들의 균형을 찾기보다 제로섬 게임으로 대립의 양상이 펼쳐지고 있다는 것이다.
개인의 이기심과 공동체 이익 사이의 가치 전쟁에 대해 만족스러운 해법은 없을까. 무엇보다 각자의 이익 추구를 전제하고 공정한 분배 방식을 찾는 사고법으로는 ‘헌신’, ‘양보’, ‘최선의 노력’ 같은 시민적 미덕을 계산할 수 없다.
저자는 합리성과 구별되는 의미의 ‘직관’을 통해 시민 개인들의 바람직한 특성을 정의해 볼 수 있다고 제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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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소한 ‘얌체’가 되기 싫어하는 사람들, 이타주의를 실천하지는 못해도 이기적 행위가 무엇인지 아는 사람들같이 ‘선량한 시민’에게서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는 얘기다.
자칫 순진해 보이는 이런 해법은 ‘판단중지’와 ‘본질직관’이라는 능력이 우리에게 있다고 믿기 때문. 자유나 이기심 같은 가치들을 당연하지 않다고 생각해보는 사고능력(판단중지), 변화하는 현실에서도 변치 않는 본질을 가려낼 줄 아는 직관능력(본질직관)이 최소한의 자질로 작동하는 것이다.
◇가치 전쟁=박승억 지음. 사월의책 펴냄. 302쪽/1만6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