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 강력범죄 판치지만…문화유산 지원 끊지 말자는 이유

캄보디아 강력범죄 판치지만…문화유산 지원 끊지 말자는 이유

오진영 기자
2025.11.03 14:33
국가유산청이 캄보디아 앙코르 와트에 조성한 바칸 타워 관람용 계단. / 사진 = 국가유산청 제공
국가유산청이 캄보디아 앙코르 와트에 조성한 바칸 타워 관람용 계단. / 사진 = 국가유산청 제공

우리 정부가 캄보디아의 문화유산 보존·관리를 돕는 공적개발원조(ODA) 사업을 중단하자는 주장을 놓고 학계에서 비판 목소리가 나온다. 세계유산 보존과 문화유산 기술 경쟁력 확보, 인식 제고 등 ODA 사업의 장점을 감안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2일 학계와 국가유산청 등에 따르면 ODA 수탁기관인 국가유산진흥원은 지난달 캄보디아의 앙코르 유적을 둘러보는 행사를 잠정 중단했다. ODA 사업 홍보 목적으로 마련된 행사로, 당초 연말까지 중단 없이 진행될 예정이었으나 국정감사에서 '강력범죄 국가를 방문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나온 데 따른 조치다. 이 행사에 참여한 우리 국민은 지난 5월부터 현재까지 총 223명.

내년까지 이어지는 ODA 사업은 중단 없이 이어진다. 유산청은 캄보디아 외에도 몽골, 라오스 등 아시아 국가를 중심으로 ODA 사업을 추진해 왔다. 이들 국가가 대부분 문화유산의 보존관리 여력이 미흡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ODA 사업은 유산의 보존 활용에 큰 기여를 해왔다는 평가다. 지난해에는 앙코르 유적의 핵심 유산인 세계 최대 사원 '앙코르 와트' 복원사업에 착수하는 성과도 거뒀다.

학계는 캄보디아의 치안 상황과는 별개로 문화유산 보존이라는 학술적 차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ODA 사업의 취지인 문화유산 보존은 전세계의 숙제로, 유산 기술 선진국인 우리나라는 선도 의무가 있다는 주장이다. 한 학계 관계자는 "ODA는 단순히 개발도상국을 돕는 것이 아니라 인류의 유산을 지켜야 한다는 뜻이 반영된 사업"이라며 "국가 상황이나 양국 관계와는 무관하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국가유산청이 아시아 지역에서 추진한 공적개발원조(ODA) 사업. / 사진 = 국가유산청 제공
지난해 국가유산청이 아시아 지역에서 추진한 공적개발원조(ODA) 사업. / 사진 = 국가유산청 제공

유산청은 캄보디아 외에 치안·경제 상황이 좋지 않은 국가도 문화유산 보존을 위해 꾸준히 지원을 늘려왔다. 여행자제와 출국권고 등 조치가 발령돼 있는 페루나 우간다, 일부 여행금지조치가 내려진 이집트나 내전 중인 미얀마 등에도 ODA 지원과 유산 보존을 위한 협력을 펼쳤다. 파키스탄이나 캄보디아 등 국가의 ODA 성과를 소개하는 홍보관도 개관했다.

ODA 사업을 더 키워야 한다는 주장에도 힘이 실린다. 세계적인 문화유산 복원·발굴 현장에서 숙련도를 쌓으면서 우리 유산 보존 기술을 확보하고 국가 인식 제고, 국제관계 개선 등 장점을 살려야 한다는 주장이다. 유산청은 이같은 주장에 발맞춰 2023년에서 2024년 ODA 관련 예산도 50억여원에서 131억여원으로 3배 가까이 늘렸다.

학계 관계자는 "우리나라 외에도 중국이나 프랑스 등 선진 기술을 보유한 국가 역시 ODA 사업을 통해 문화유산 보존·관리 경험을 쌓고 기술을 발전시키고 있다"며 "단순히 '위험하니까 중단하자' 식의 비판보다는 문화유산 보존을 위한 적절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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