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의 MT문고]-'성수동의 시대'

하루에도 수만명이 방문하는 서울 성수동은 우리나라 최고의 '핫플' 중 하나다. 2030 젊은 세대부터 외국인 관광객, 유명 '셀럽'들까지 성수동을 잇달아 찾는다. 지난 5일 방한한 젠슨 황 엔비디아 CEO(최고경영자)와 국내 재계 총수의 회동 장소로 가장 먼저 거론된 곳도 성수동이다. 인파로 인한 안전 문제로 취소됐지만 성수동의 인기를 잘 보여주는 사례 중 하나다.
조훈희 한양대학교 도시대학원 및 부동산융합대학원 겸임교수가 쓴 '성수동의 시대'는 이같은 성수동을 구석구석 들여다보는 기록서다. 조선의 도읍이 될 뻔한 시기부터 수많은 공장이 난립하던 때, 구두 거리가 된 때를 거쳐 현재에 이르기기까지 역사를 한 그릇에 담아냈다. 국가가 주도하거나 한 때의 인기가 만들어낸 인위적 핫플이 아닌, 많은 시간이 켜켜이 쌓여 생긴 거대한 역사박물관에 가깝다.
젊은 감각으로 성수동을 해석한 대목이 흥미롭다. 청년층은 직장을 택할 때 보수, 복지 외에도 주변 분위기와 삶의 질, 카페·공원 접근성 등을 복합적으로 고려한다. 이들은 서울 시내 최대 숲과 핫한 카페를 보유한 성수동으로 모여들었고, 놀러오는 사람들과 직장인들이 모두 찾는 도심가로 탈바꿈시켰다. 콘텐츠나 연예, 디자인 등 젊은 감각이 필요한 업종이 성수동에 몰려 있는 것도 이 까닭이다.
책은 인기가 치솟고 있는 K컬처의 대표적 장소로 성수동을 지목한다. 스타부터 뷰티, 푸드 등 수많은 문화 콘텐츠가 몰린 장소이기 때문에 방문객이 꾸준히 늘고, 또 재방문을 유도할 수 있는 장소라는 뜻이다. 경기 침체나 고유가로 인한 외국인 관광객 감소에도 여전한 인기를 구가할 수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성수동에는 대형 쇼핑몰이나 고가 브랜드는 없지만 다시 찾고 싶어지는 문화의 힘이 있다.
'성수동이 서울을 대표하는 생활권이 될 것'이라거나 '성수동의 가게들은 매출 경쟁을 하지 않는다' 등 일부 전망은 근거가 다소 부족해 보인다. 독창적인 성수동 상권에 대한 해석에 치우친 나머지 대형 쇼핑몰·고급 상권을 지나치게 배척하는 경향도 눈에 띈다. 소형 가게가 주는 매력에 대해 서술하다 갑자기 블루보틀이나 포르셰 등 고급 브랜드를 성수동의 상징처럼 제시하는 대목은 모순적이다.
저자는 도시와 브랜드, 소비 문화를 연구하는 도시·브랜딩 연구자다. 부동산 입지 및 상권 분석 전문 회사의 대표로 재직 중이며 기업과 지자체를 대상으로 자문을 수행 중이다. '아빠, 부동산이 뭐예요?', '부동산 투자, 농사짓듯 하라' 등의 책을 썼다.
◇성수동의 시대, 한스미디어, 2만 1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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