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회 환경이 변화하면 그 구성원의 역할도 이에 따라 새롭게 거듭나야 한다는 것은 두말할 필요 없는 사실이다. 이런 관점에서 우리는 그동안 개혁의 사각지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공무원의 역할을 살펴 볼 필요가 있다.
과거 다함께 힘을 모아 국가경제발전을 위하여 애쓰던 개발경제시대의 공무원은 선도자로서 국민을 일깨워 주어진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하는 역할을 하였다면, 개방경제체제하에서 자유경쟁을 바탕으로 하는 시장경제시대의 공무원은 과연 어떤 역할을 해야 할 것인가.
그 대답은 이미 나와 있다. 그것은 모든 국민이 보다 행복하고 발전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지금 우리는 바로 이러한 공무원의 역할을 필요로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현실을 둘러보면 시대가 변하였지만 공무원의 자세나 역할은 예전과 달라진 것이 거의 없다.
언제부터인가 공무원은 철밥통이라는 닉네임까지 얻게 되었다. 이것은 그만큼 공무원의 신분보장이 잘 되어 있다는 이야기이다. 게다가 공무원의 업무는 관료주의에 젖어 형식과 절차만 중시할 뿐 그 성과에 대하여 크게 책임이 요구되지 않는다. 이 때문에 공무원은 사회 환경이 변하여도 그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려 하지 않을 뿐 아니라 그 변화로 발생하는 새로운 업무에도 무관심하기 일쑤다.
이러한 상황은 대민 업무에 임하는 공무원의 자세를 일컫는 몇 가지 표현에서 잘 알 수 있다. 흔히 관공서에서 공무원들로부터 가장 흔하게 듣는 말은, ‘선례가 없어서’, ‘규정이 없어서’, 그리고 ‘예산이 없어서’라고 한다. 이 말들은 따지고 보면 모두 새로운 일은 도와줄 수 없다는 이야기들이다. 다시 말해서 과거에 해오던 일 이외에는 안하겠다는 이야기이다.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과거의 공무원 사회는 업무성격상 이러한 현상이 어느 정도 허용되었다. 그러나 지금과 같이 급변하는 사회 환경에서는 이러한 현상은 더 이상 용납될 수 없을 뿐 아니라 하루빨리 청산되어야 한다. 때문에 이러한 폐단을 없애기 위하여 세계 각국에서는 공무원의 역할 개선을 국가적 과제로 삼고 그 개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러시아의 소도시 ‘메기온시’의 시장은 관료주의에 빠진 공무원들의 무사안일에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하여 시공무원이 해서는 안 될 말을 지정하고 이에 따르지 않으면 파직까지 시키겠다고 하였다고 한다.
금지된 말들을 보면 ‘제 소관이 아닙니다’, ‘근무시간이 끝났습니다’, ‘예산이 없습니다’ 그리고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등 모두 맡은 업무를 기피하거나 일처리 지연에 대하여 변명하는 것 들이다. 마치 우리의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같이 보인다. 심지어 중국공산당도 관리의 복무 자세를 주요 개혁대상으로 삼고 있다.
또한 ‘관리는 근면해야하고, 대중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하며 백성의 이익을 더 중시해야 한다’ 는 기사를 크게 다루고 있을 정도이다. 뿐만 아니라 과거 우리의 공무원상 형성에 많은 영향을 주었던 일본에서도 공무원의 개혁을 위하여 고시제도에 의존해오던 공무원 임용방식을 철폐하고 앞으로 전문지식과 능력을 바탕으로 하는 채용방식을 채택할 것이라고 한다.
이는 물론 행정효율성을 높여 공무원이 보다 적극적인 대민 봉사자로서 새롭게 거듭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노력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동남아 신흥 경제발전국들의 경우에도 공무원들이 자국경제 발전을 위하여 각국에 파견되어 외자유치에 힘쓰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주변국들의 공무원 개혁상황에 비추어 볼 때 우리의 공무원들 또한 이제는 사각지대에서 벗어나 대민 봉사를 위한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할 때가 왔다. 공무원들은 이제 더 이상 국민위에 군림하는 과거의 벼슬아치의 역할에서 벗어나 대민 봉사자로서의 역할을 적극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일대 변신을 기해야 할 것이다.
특히 지금 우리는 외환위기 이후 경제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세계시장이 하루가 달리 급변하고 있는 점을 감안한다면 우리 국가발전의 선결과제인 투자촉진과 외자유치를 위하여 공무원의 역할이 규제자가 아닌 봉사자로서 새롭게 거듭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