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심평원의 정치후원금

[기자수첩]심평원의 정치후원금

최은미 기자
2009.01.07 08:15

5일 오후 보건복지가족부 공보관실은 해명자료를 하나 내놨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직원들에게 정치후원금을 자율납부해달라며 직원 1인당 연 10만원씩 의원들에게 후원하라고 독려하는 공문을 보냈다는 내용의 기사에 대한 해명자료였다.

내용은 이렇다. 공문이 아니라 국회담당직원들(혁신기획실 소속 팀장 1명, 차장 1명)이 연말정산 관련 문의에 대해 편의를 기하기 위해 각 부서 서무담당자들에게 보낸 e메일이라는 것. 그 e메일에는 10만원을 정치후원금으로 내면 연말정산시 전액 세액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내용과 친절하게도 국회 보건복지가족위원회 위원들의 계좌번호가 첨부됐다는 것이다.

후원의사가 있는 직원들의 편의를 위해 계좌번호를 알려준 것일 뿐 복지위에 후원금을 내라고 독려한 것은 아니라는 해명이다.

물론 시대가 어느때인데 어디에 돈을 내라고 할당했겠는가 싶기는 하다. 하지만 정치후원금은 엄밀히 말해 나랏돈이다. 세금을 그대로 전액 환급해주기 때문이다. 자신이 지지하는 의원에 대한 정치후원금을 내라고 한 것은 정치권력을 둘러싼 검은 돈의 고리를 끊고, 깨끗한 정치풍토를 만들겠다는 취지였다.

공공기관이 소속 국회 상임위에 직원들을 동원해 후원금을 몰아주라는 취지는 아니었을 것이다. 기왕에 세금으로 나갈 돈 국회의원들에게 퍼주라는게 아니라는 얘기다. 세금을 내는 것이 정치후원금보다 훨씬 더 유용하게 쓰일 가능성이 높기에 후원금을 내지 않는 국민들도 많다.

심평원의 의도가 어찌됐든 실제로 많은 직원들이 복지위에 정치후원금을 냈다고 한다. 노조 한 관계자는 "이번에 꽤 많은 직원들이 후원금을 낸 것 같다"고 확인했다. 심평원의 전체직원은 1700여명이다.

심평원은 직원들간에 오간 관련 e메일을 공개해달라는 요청을 거부했다. 되돌아온 것은 "공개못하니 해명자료 못 믿겠으면 믿지 말아라"는 답변뿐이었다. 국민을 대표한다는 국회의원에게는 어떻게든 잘보여야하지만 정작 국민 앞에선 군림하는 공공기관의 모습, 그대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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