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국민이 먹는건데 '사후약방문'안돼"

"온국민이 먹는건데 '사후약방문'안돼"

대담=권성희 정경부장, 정리=신수영, 사진=송희진 기자
2009.03.13 10:04

[머투초대석]윤여표 식약청장

식품의약품안전청(이하 식약청)이 언론에 나오면 뭔가 '터졌구나' 각오를 해야 했다. 언론에 나왔다 하면 새우깡에서 생쥐머리가 나왔다거나 멜라민이 식품에서 검출됐다거나 하는 `나쁜 일'이었다. 식약청이 '좋은 일'로 언론에 화제가 된 적은 거의 없었다.

지난해 3월초에 취임한 윤여표 식약청장은 이게 불만이었다. 식품 안전 사고가 터진 후에야 수습에 들어가니 비난은 비난대로 받고 고생은 고생대로 했다. '이걸 좀 바꿔보자' 해서 구축한 것이 사전예방과 사후관리 체제다. 이를 위해 식약청은 위해예방정책관실을 강화해 위해식품와 관련한 정보를 수집, 선제적으로 대처하고 위해사범 중앙수사단을 구성해 위해식품과 관련한 단속을 상시적으로 벌이고 있다.

조금이라도 위해가 의심되는 식품은 일단 발표한 뒤 대처한다. 지난달 24일 독일회사의 식품첨가물에서 멜라민이 검출되자 이 첨가물을 사용한 국내 제품을 모두 공개한 것도 이 때문이었다. 식약청은 일단 이들 제품의 유통을 금지시킨 뒤 멜라민 검사를 시작했다.

결과적으로 1개 제품에서만 멜라민이 검출돼 멜라민 함유가 의심되는 것으로 함께 발표된 다른 제품들은 억울하게 됐다는 지적도 있었다.

하지만 윤 청장은 국민의 건강과 알 권리가 우선이라고 봤다. 윤 청장은 "식품에 관한한 소비자들의 건강을 위해 조금이라도 위해가 의심되면 선제적으로 발표해 차단하는 게 맞다고 본다"고 말했다. 또 "식품업체는 좀 억울할 수도 있겠지만 첨가물 하나하나에 더 신경쓰게 된다는 점에서 장기적으로는 식품업계의 신뢰를 높이는데 오히려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사후약방문' 대처에서 예방적 사전 관리로 식약청의 변신을 주도하고 있는 윤 청장을 만나 얘기를 나눴다.

-멜라민 파동이 식약청의 식품관리 체계를 크게 변화시키는 계기가 된 것 같습니다.

▶멜라민으로 욕을 많이 먹었죠. 처음 멜라민 파동 때는 의심되는 제품을 일일이 검사한 뒤에 실제 멜라민이 검출된 제품만 발표를 했는데 그게 늑장대응이란 비판을 샀습니다. 멜라민 검사를 하는 동안 국민들은 멜라민 식품을 섭취할 수도 있는데 그 점에 소홀했다는 겁니다. 그래서 그 사건 이후엔 문제가 있는 것으로 의심만 돼도 일단 국민들에게 공개를 합니다.

지난달 있었던 독일산 식품첨가제 문제도 이 첨가제를 사용한 제품을 수거해 검사를 하면 결과가 나오기까지 시간이 걸립니다. 결과가 나올 때까지 기다리면 또 늑장대응이 되는 거거든요. 그래서 조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문제의 첨가제를 사용한 제품은 잠정적으로 유통을 금지시켰습니다. 일각에선 과잉 대응이란 지적도 있었지만 오히려 식약청이 변했다, 발 빠르게 대응했다, 이렇게 좋은 평이 많았습니다.

-멜라민 파동 이전에는 생쥐머리 새우깡 문제가 있었습니다. 멜라민은 중국산 분유가, 생쥐머리 새우깡은 중국 공장이 원인이었는데요. 외국에서 수입된 식품을 식약청이 어느 정도까지 안전 관리할 수 있는지 궁금합니다.

▶수입 식품에 대해 국민들 불안이 많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올해부터는 식품이 생산되는 현지와 통관 과정에서 안전관리를 한층 더 강화하는 한편 수입업자가 져야하는 책임도 훨씬 무겁게 했습니다. 예컨대 국내에 수입되는 식품이 많이 생산되는 중국 청도지역에는 식품검사기관을 설치해 안전기준에 합격한 제품만 국내에 유통될 수 있도록 하고 있고요, 또 어린이 기호식품은 태국 등지에서 많이 들어오는데 이들 국가와는 식품 위생약정(MOU)을 체결했습니다.

-식약청이 최근엔 몸에 직접적으로 위해가 되는 식품 관리뿐만 아니라 어린이의 비만을 초래할 수 있는 식품에 대한 예방적 관리에도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어린이는 미래에 한국을 이끌어나갈 주인공들입니다. 어린이 건강이 어떤 의미에선 미래의 국력이라고 할 수 있는 거죠. 그런데 요즘 어린이 건강에 좋지 못한 식품이 너무 많습니다. 특히 요즘 아이들이 학원 다닌다고 운동을 많이 못하는데 영양분은 별로 없으면서 살찌는 식품들이 범람하거든요.

그래서 라면이나 햄버거 같이 나트륨 함량이 높거나 어린이 비만을 유발할 수 있는 식품은 어린이들이 쉽게 접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이런 신념에서 컵라면이나 햄버거 같은 이른바 고열량 저영양 '정크푸드'는 판매를 제한하자고 해서 어린이 식생활 안전관리 특별법 제정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 특별법이 국회에서 통과되면 학교 주변 200m 내에서는 컵라면이나 햄거버 같은 '정크푸드'를 판매할 수 없게 되고요, 이런 식품은 TV 광고 시간도 제한을 받게 됩니다.

-이 특별법에 대해 식품업계에선 불만이 많습니다.

▶당연하겠죠. 특별법이 만들어지면 아이들이 많이 보는 TV 프로그램에는 `정크푸드'는 광고도 못하게 되니까 타격이 크겠죠. 식품업계 파장이 큰 만큼 공청회 등을 통해 의견을 충분히 수렴할 생각입니다. 하지만 논의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규제가 완화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봅니다. 저희도 그렇지만 국회에서도 어린이 건강관리, 특히 어린이 비만 예방에 대해 확고한 신념을 갖고 있으니까요.

특히 문제가 되는게 이런 '정크푸드'란게 맞벌이 가정이나 저소득층 아이들이 많이 먹게 되거든요. 선진국도 보면 돈 많은 사람은 비만이 별로 없어요. 가난한 사람들이 값싼 '정크푸드'를 많이 먹어 비만이 많은 거죠. 그러니까 어릴 때부터 이걸 좀 관리해서 '정크푸드'를 최소한 어린이들이 '정크푸드'를 쉽게 접하지 못하게 하자, 이거는 해줘야 한다는 겁니다.

-관련해서 유독 우리나라는 불량식품 회수율이 선진국에 비해 낮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불량식품으로 판명이 되면 재빨리 회수해서 유통되지 않도록 해야 하는데, 좀 소홀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견도 있고요.

▶국내 불량식품 회수율이 선진국에 비해 많이 낮은 것이 사실입니다. 좀 변명을 하자면 외국은 통조림 등 장기보존식품이 많은데 국내는 김치처럼 유통기한이 짧은 식품이 유독 많거든요. 그래서 불량식품이라고 해서 회수하려고 하면 이미 상당량이 팔려 버린 경우가 적지 않고요, 또 하나는 소규모 유통업체가 많아 회수에 시간이 많이 걸리는 점도 있습니다.

하지만 식약청이 이런 변명만 늘어놓을 수는 없는 노릇이구요. 지난해 3월부터 위해정도에 따라 회수 등급을 3등급으로 나눠 회수기간 등을 차등 적용해 회수율을 높이려 노력해오고 있습니다. 이 결과 회수율이 10%에서 26.5%로 높아졌어요. 앞으로는 생산에서 판매까지 전 과정을 추적할 수 있는 식품이력추적제를 확대해 회수가 원활히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한편 불량식품 회수가 잘 되지 않는 식품업체에는 처벌을 좀 더 강화할 생각입니다.

-정부의 '친기업' 기조 영향인지 취임 이후 식약청도 규제를 많이 완화했는데요, 식품과 약품의 안전을 책임지는 식약청이 규제를 완화했다는 게 국민 입장에서는 그리 반갑게만 들리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규제를 완화했다고 하니까 일각에선 식품이나 약품 관리를 느슨하게 하는 게 아닌가, 그런 우려가 있는데 오해입니다. 저희가 규제를 완화했다는 건 절차입니다. 예컨대 의약품이나 의료기기 같은 거는 식약청이 인허가를 해줘야 하는데 일손이 부족하고 일이 밀려 있다 보니 서류가 접수된 뒤 1년이나 처리가 안 되는 거예요.

이런 거는 빨리 식약청이 결정을 해줘야 제약업계의 의약품 개발이 활성화되고 결과적으로 국민들에게도 좋은 거거든요. 인허가 자체를 느슨하게 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서류작업 같은 행정절차가 간소화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했다는 거죠. 반면 임상시험 분야를 담당하는 전문의 등 전문 인력을 보강해서 검사나 안전관리는 대폭 강화했습니다.

-멜라민 파동 같은 식품안전 사고가 터질 때마다 식품 관리 업무가 여러 부처에 분산돼 있어 일원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됩니다.

▶ 식품 관리 체계를 재료 생산 단계부터 가공을 거쳐 최종 판매 단계까지 한 곳에서 종합적으로 책임져야 한다는 지적이 많았죠. 그래서 지난해 6월에 식품안전기본법이 제정되면서 국무총리를 위원장으로 하는 식품안전정책 위원회가 생겼습니다. 이 위원회에는 식약청뿐만 아니라 보건복지가족부와 농림수산식품부까지 모두 참여하기 때문에 식품 안전과 관련한 정책이 효율적으로 조정, 조율되고 있습니다.

-청장님 오신 뒤 식약청이 많이 변하긴 했지만 아직까지 국민들의 신뢰는 부족한 것 같습니다. 식품안전 사고가 터지면 보완하고 개선하겠다고 발표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비슷한 사고가 반복돼 왔거든요.

▶저는 청장으로 취임하면서 '먹을거리 하나만은 국민들이 안심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결심했습니다. 먹을거리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를 회복하려면 말만 식품안전을 관리한다고 해선 안 됩니다. 제도적으로 뒷받침이 돼야 하는 거죠.

저는 이런 제도를 정비하는데 힘쓰는 한편으로 식품안전과 관련해 3가지 원칙을 세웠습니다. 조금이라도 문제가 있는 것으로 의심이 되면 투명하게 알리자. 식품안전과 관련한 전 세계 정보를 상시적으로 수집해 선제적으로 검사하고 대처하자. 식품안전과 관련해 대국민 홍보활동을 활발하게 펼치자. 이렇게 해서 무엇보다도 국민들의 신뢰를 얻는데 주력할 생각입니다.

-식약청장으로 취임하신 지 만 1년이 지났는데요, 취임 2년째를 맞아 하시고 싶으신 말씀은 무엇인가요.

▶식약청은 바람 잘 날이 없는 곳입니다. 이와 관련해, 청 직원들도 열심히 하겠지만 식품이나 의약품 안전은 식약청만의 노력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언론과 소비자, 업계 등이 함께 노력해야 합니다. 한국이 식품 안전도 측면에서 세계 최고 수준이 될 수 있도록 다 함께 최선을 다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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