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당당한부자]"금융위기 중 영업익 40% 파격 기부" 조종수 서한 대표
한 해 땀흘려 얻은 이익의 절반 가까이를 사회에 내놓는다면…. 일반 개인이나 기업 모두 쉽지 않은 일이다.
지난 6월 코스닥상장법인협회가 발표한 회원사 기부금 현황에 이런 기업이 공개됐다. 주인공은 대구의 중견 건설업체 '서한(862원 ▲14 +1.65%)'으로, 지난해 영업이익 39억3000만원 중 15억9000만원(40.5%)을 기부했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실물경제 침체로 이어지면서 가장 큰 타격을 받은 건설업체, 그것도 지방에 기반을 둔 곳이어서 '파격적인' 기부는 큰 관심을 모았다. "기부는 원래 남모르게 해야 하는 것 아닌가요." 한사코 인터뷰를 사양하던 조종수 대표(57·사진)를 어렵사리 대구 수성구의 본사 집무실로 찾아가 만났다.
대한건설협회의 대구시 회장을 맡아 다이어리가 더욱 빼곡해진 그는 기자를 보자마자 "뭐 대단한 일이라고 먼 걸음하셨네요"라며 멋쩍게 맞았다. 조 대표가 이런 일로 언론 인터뷰에 응한 경우는 손에 꼽을 정도다. 회사의 한 관계자는 "기부나 자선행사를 외부에 알리려 하면 사장님이 먼저 막는다"고 귀띔했다.

조 대표는 1983년 서한에 경력직으로 입사한 후 대표이사에 오르기까지 26년간 영욕을 생생히 지켜봤다. 서한의 전신은 1971년 설립된 대구주택공사다. 대구에서 대표적 건설업체로 성장하던 서한은 외환위기 직후인 2001년 법정관리에 들어가 생사의 기로에 섰다.
"당시엔 정말 힘들었습니다. 대구 상공인들이 합심해 나서주지 않았다면…. " 서한은 지역 상공인들이 주주 역할을 자청하며 적극 지원해준 덕분에 2년여 만에 M&A를 거쳐 법정관리에서 벗어났다고 한다. "그때 지역사회의 도움으로 정상화의 발판을 마련한 후 조금이나마 이에 보답해야겠다는 각오를 했습니다."
1990년대 대구에서는 우방, 청구 같은 대표 건설업체들이 연이어 무너지면서 지역과 주민 전체가 큰 어려움을 겪었다. 서한도 이를 피해갈 수 없었다. 하지만 지역 최초로 고층아파트를 짓고 동파이프 난방을 도입하는 등 기술력이 뛰어나 평가는 남달랐다. 지역 상공인들은 서한을 대구에서 그대로 사라지도록 놔두기에는 아까운 기업으로 꼽았고 회생에 힘을 모았다. 조 대표는 채권단, 주주, 지역주민들의 기대에 부응하도록 회사를 이끈 실무 책임자였다.
고난의 강을 지역 주민과 함께 건너온 터라 조 대표가 지역사회에 갖는 애착은 각별하다. 서한으로서는 대구가 '생명의 은인'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인터뷰 도중 '우리 대구' '우리 지역'이라며 서한이 서 있는 지역과의 일체감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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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5월 대표이사로 취임하자 그는 '기업 이익의 사회환원을 통해 고객의 행복과 사회발전에 기여하자'는 회사이념의 실천의지를 다졌다. 2005년 서한장학재단을 설립하고 출자금 30억원을 약정했다. 지난해 내놓은 기부금 15억9000만원은 당시 약정한 30억원을 모두 이행하는 규모다. 지난해 건설업계는 '제2 외환위기'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경기가 침체돼 기부를 결정하기까지 고민이 적잖았다.
"사실 지난해 글로벌 금융위기로 건설경기가 매우 안 좋았잖아요. 예상만큼 영업이익이 나오지 않아 출자액을 줄여볼까 고민을 하기도 했죠. 솔직히 누가 뭐라 할 사람도 없잖습니까. 하지만 스스로 한 약속을 지키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판단했어요. 원래 예정한 기부액인데 영업이익이 많지 않다보니 상대적으로 기부를 많이 한 것처럼 보였네요."
서한은 장학재단을 통해 열악한 가정환경으로 학업 기회를 갖지 못한 기초생활수급자나 결손가정 중·고교생 25명에게 매년 1인당 100만원의 장학금을 전달하고 있다. 올해부터는 장학금 지원규모를 70~80명까지 확대하고, 대학생도 대상에 포함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서한은 이뿐만 아니라 2005년 대구 금복문화재단과 제산장학재단에도 각각 5억원을 출연했고, 지난해에는 경남대 윤이상 평화재단에 2000만원을 기부했다. 이밖에 지난해에는 국가유공자 무료 주택여건 개선사업을 실시해 국토해양부장관상을 받기도 했다.

"똑똑한 '우리' 지역의 학생들이 돈이 없어서 더 훌륭한 인재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갖지 못하는 경우를 볼 때면 가슴이 아파요. 회사가 성장할수록 더 많은 학생에게 더 많은 혜택이 돌아갈 수 있다는 기대감을 갖고 업무를 하고 있습니다." 서한의 사회공헌 활동은 단순한 기부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지역사회에서 얻은 경제적 이익을 다시 지역으로 돌려 함께 상생하는 밑거름을 조성하는 데도 소홀히 하지 않는다.
건설업계에서 '상대적 약자'인 지역 하도급업체들을 배려하는 게 단적인 예다. 서한은 공정거래위원회가 선정한 '2004년도 전국 10대 우수기업'에 포함돼 공정거래위원장 표창을 받기도 했다. "우리도 법정관리 같은 어려움을 직접 겪어봤기 때문에 하도급업체들의 어려움을 헤아릴 수 있었습니다. 지금도 어음 없이 현금으로만 결제를 합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어떻게 가능한가 오히려 물어오기도 했어요. 사실 동반 성장한다는 인식을 갖고 대하면 됩니다."
지역사회에 많은 힘을 쏟는 만큼 직원들에 대한 대우에도 공을 들인다. 2007년 노동부가 선정한 '노사문화 우수기업'으로 선정됐을 정도로 사내 분위기가 좋다. 앞서 2006년에는 제1회 우리사주 대상 한국증권금융사장상을 받았다. "법정관리를 거치면서 노조가 없어졌습니다. 초반 1년여 이를 두고 극심한 반발이 있었는데, 제가 직접 나서 솔직하게 다가갔습니다. 진심어린 설득이 결국 통하더군요. 지금도 항상 집무실 문을 열어놓고 직원들이 언제든지 들어와 얘기를 나눌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조 대표에게 기부란 '기업의 기본 의무이자 미래에 대한 투자'다. 지난해 시공능력평가에서 대구지역 4위에 머물렀던 서한은 올 상반기 공사 계약액이 1367억원으로 1위를 차지했다. 2003년 대비 매출 증가율은 268%에 달하며 2003년부터 6년 연속 흑자를 기록했다. 기부활동을 늘려갈수록 회사도 성장한 셈이다.
"기부는 지금 당장 없어지는 비용이 아니라 시간이 지나도 지역사회가 이를 기억하고 몇 배로 갚아주기 때문에 가치있는 투자입니다. 제가 그동안 직접 체험한 것이기도 하고요. 서한이 터를 잡은 대구가 살 만한 곳이 돼야 회사와 직원들도 걱정없는 것 아닌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