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지경부에 필요한 장관은

[기자수첩] 지경부에 필요한 장관은

양영권 기자
2009.09.17 10:06

지식경제부 공무원들이 자괴감에 빠졌다. 곧 부임할 새 장관의 발언 때문이다. 대놓고 표현은 못하지만 서운한 감정을 지울 수 없다.

최경환 지경부 장관 후보자는 현재의 지경부를 정책 부처라기보다는 집행 기능이 중심인 부처로 규정했다. 지난 3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그동안 지경부가 집행기능에 치중하면서 정책 개발 기능은 떨어졌다"고 말했다. 15일 국회 인사청문회 때는 "업무 우선 순위를 정책에 두겠다"며 "인사도 그 쪽에 우선 배치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지경부의 한 간부는 "우리는 원래 정책중심 부처"라고 말했다. 사실 그동안 초고유가 사태와 경기 침체 등을 겪으면서 지경부가 해온 일들을 보면 이같은 항변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작년 유가가 사상 최고치로 치솟았을 때는 에너지 절약 및 자원개발 정책 수립을 주도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저탄소 녹색성장' 패러다임을 제시한 후 신재생에너지 확대 방안을 만들고 온실가스 저감 대책을 세웠다. 또 미래 먹을거리를 위해 '신성장동력' 육성방안을, 정보기술(IT) 산업 발전을 위해 'IT코리아 5대 미래전략'을 수립했다.

특히 올해 지경부가 기획재정부와 행정안전부 등의 협조를 받아 내놓은 노후차 세제 지원 정책은 내수 침체를 막는 데 일등공신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안팎에서 받고 있다. 단순히 차만 많이 팔린 것을 떠나 신차 구입에 따른 관광.레저 서비스 수요 증가 등의 파급 효과도 생각해야 한다.

여당 요직에 있으면서 정부 정책 담당자와 머리를 맞대는 일이 많았던 최 후보자도 이런 사정을 모르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최 후보자가 '정책 기능 강화' 발언을 하고 나선 것은 부처간 정책 주도권 경쟁에 나서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실제로 최 후보자는 인사청문회에서 '정책부처로서 위상을 높이겠다는 것이 어떤 의미냐'는 질문을 받고 "그동안 다른 부처와의 관계에서 정책을 주도하는 면에서 미흡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지금 필요한 것은 정책 주도권 경쟁이 아니다. 가뜩이나 경제정책에 컨트롤타워가 없다는 지적을 받는 상황이다. 지경부는 자동차 연비 개선방안, 자동차 세제 지원 방안, 정보통신진흥기금 사용 등을 놓고 관련 부서와 신경전을 벌인 적도 있다. 자칫 정책 주도권 경쟁을 벌일 경우 갈등만 깊어질 수 있다. 지경부에는 정책을 주도하기보다는 정책 조율을 훌륭하게 해낼 수 있는 장관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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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영권 논설위원

머니투데이 논설위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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