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박수에 속지 말라

[기자수첩] 박수에 속지 말라

양영권 기자
2009.12.04 09:10

"앞에서는 잘했다고 박수를 치면서도 뒤에서는 '바보'라고 손가락질하는 것이 국제 온실가스 감축 협상장입니다."

오는 7일부터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개최되는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총회에 한국 대표단 일원으로 참석하는 한 인사는 "한국이 의욕적으로 발표한 온실가스 감축 계획에 대해 해외 반응은 어떤가"라고 묻자 이렇게 말했다. '온난화 저지'라는 지구적인 목표보다 자국의 이해에만 관심이 있는 국제사회의 냉험한 현실을 설명한 것.

한국 정부는 지난달 2020년 온실가스를 BAU(Business As Usual) 대비 30% 줄이겠다고 발표했다. BAU는 추가적인 온실가스 감축 노력 없이 기존에 계획한 대로 에너지를 사용했을 때의 상황을 말한다. 이같은 감축량은 개발도상국에 권고하는 가장 강력한 수준일 정도로 달성하기가 결코 만만치 않다.

온실가스 감축은 당장 일반 국민에게 부담으로 다가온다. 계획을 달성하려면 획기적인 기술 발전이 없는 한 전기나 휘발유 등 에너지 가격을 올려 가정과 수송 분야에서 계획한 대부분의 온실가스를 줄여야 한다.

다른 개발도상국도 속속 자율적인 감축 목표를 내놓고 있지만 한국과 달리 눈가리고 아웅하는 식이다.

중국은 2020년 국내 총생산(GDP) 대비 온실가스 배출량을 2005년 대비 40∼45% 감축할 계획이다. 그러나 중국의 성장률을 감안할 때 실질적인 감축과는 거리가 있다. 인도네시아와 브라질, 멕시코 등도 선진국의 지원을 감축의 조건으로 달거나 '열대우림을 덜 없애겠다'는 선언에 그치고 있다.

선진국도 온실가스 감축에 미온적이기는 마찬가지다. 일본은 당초 2008∼2012년까지 온실가스 연평균 배출량을 1990년 대비 6% 감축하기로 했지만 2007년 기준 온실가스 배출량은 오히려 8.2% 더 늘었다.

캐나다는 6%를 감축하기로 했지만 2007년 온실가스 배출량이 26.2% 증가했다. 미국이 조만간 발표할 감축 계획도 1997년 교토의정서상의 계획보다 훨씬 소극적인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이번 협상에서도 각국은 자국의 부담을 최소화시키기 위해 환경 문제보다는 에너지·경제 측면만 강조할 가능성이 크다.

전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불과 1.7%인 우리나라가 아무리 발버둥친다 하더라도 혼자 지구 온난화를 막아내는 데는 한계가 있다. 한국 대표들도 지구를 지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국가의 실리가 먼저라는 생각으로 협상에 임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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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영권 논설위원

머니투데이 논설위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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