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미국판 '가미가제'와 조용한 국세청장

[기자수첩]미국판 '가미가제'와 조용한 국세청장

전혜영 기자
2010.02.23 16:54

최근 미국에서 한 남성이 경비행기를 몰고 연방 국세청(IRS) 소유 건물로 돌진, 건물에서 일하던 근로자 1명과 함께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21세기 서양에서 '가미가제 특공대'식의 극단적인 자살사건이 발생했다는 것도 충격이지만 국세청에 대한 맹렬한 '저주'가 담긴 그의 유서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기에 충분했다.

"국세청 때문에 빈털터리가 됐다"며 죽음을 택한 이 남성의 주장은 사실관계를 떠나 '조세정의'와 '과세기술'의 의미를 되돌아보게 한다.

사실 과세에 대한 불만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한결같다. 부자도, 가난한 사람도 세금을 낼 때만큼은 한마음이다. 가급적 '안 내고' 싶고, 되도록 '덜 내고' 싶다.

백용호 국세청장이 지난해 7월 취임 이후 단 한 차례의 인터뷰 요청에도 응하지 않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백 청장은 언론에 나서지 않는 이유에 대해 "보는 국민들을 배려해서..."라고 답했다. 세금을 걷는 사람이 자꾸 공개적으로 얼굴을 비추면 세금을 부담하는 국민의 기분이 좋을 리 없다는 것이다.

세금 탈루 차단을 위한 인터뷰라고 해도 "그런 말을 공개적으로 하면 탈루하는 사람들이 돈을 더 숨기려 할 것이기 때문에 결국 세원 확보에는 좋지 않다"는 게 백 청장의 지론이다.

흔히 좋은 과세의 기술을 '거위 털 뽑기'에 비유한다. 거위로 하여금 소리를 가장 작게 지르게 하면서 털을 많이 뽑는 것이 좋은 방법이듯 과세도 납세자들이 세금을 내고 있다는 사실을 최대한 인식하지 못하게 하면서 걷는 것이 최선이라는 것이다.

개각철마다 들려오는 각종 하마평에도 불구하고 백 청장은 '정중동' 행보를 가속화 하고 있다. 취임 이후 줄곧 진두지휘해 온 국세청 내부 개혁을 마무리 짓고, 올해는 국세청 세원의 '블루오션'인 고액 탈루를 집중적으로 없앤다는 계획이다.

올해도 언론 등 외부 노출을 최대한 자제하고 잠행하듯이 업무를 완결하겠다는 게 백 청장의 생각이다. 조용히 조세정의를 실천하겠다는 그의 다짐이 끝까지 지켜지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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