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부자의 탄생'과 세금

[기자수첩]'부자의 탄생'과 세금

전혜영 기자
2010.05.06 17:01

최근 종영한 드라마 '부자의 탄생'은 한 남자가 자신의 재벌 아버지를 찾는 과정을 그렸다. 우여곡절 끝에 아버지를 찾아낸 남자는 대그룹의 경영권을 승계할 수 있었지만 이를 포기하고 홀로서기에 나선다.

이 같은 결말은 부자는 결국 '스스로 쌓아서 만드는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보이지만 안타깝게도 현실과는 동떨어진 얘기로 들린다. 현실에서는 '부의 세습'과의 전쟁이 끝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증여·상속세 포탈에 대한 정부의 단속이 심해질수록 온갖 변칙이 횡행하고 있다. 국세청은 올 들어 42명의 역외 탈세자를 세무조사하는 과정에서 변칙 해외 증여·상속세 탈루사실을 대거 적발했다.

한 대학교수·의사 부부는 유학 중인 자녀가 하와이 소재의 호화 콘도를 살 수 있도록 현금 2억 원을 증여하고도 증여세를 내지 않아 적발됐다.

또 다른 자산가는 자신의 아버지가 편법 취득한 해외 고급주택을 상속받고 미성년자인 아들에게 재증여하는 과정에서 세금 신고를 누락했다 적발돼 8억원을 추징당했다.

주식시장에서도 변칙 증여·상속 행위는 계속되고 있다. 국세청은 지난해 자녀 등 친인척에 증여하면서도 이를 은폐해 탈세하는 행위를 조사해 우회상장 관련 9개 기업에서 총 1161억 원의 세금을 추징했다.

정부는 단속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대재산가들의 탈세 행위는 재정 문제뿐 아니라 대다수 성실납세자들에게 상대적인 박탈감을 줄 수 있기 때문에 "끝까지 추적해 과세하겠다"게 국세청 입장이다.

하지만 단속과 감시만으로는 갈수록 지능화되는 '부의 부정한 세습'을 뿌리 뽑을 수 없다. 이들이 전담 세무사, 변호사 등을 두고 치밀하게 법망을 피해갈 방법을 궁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적발된 사람들 입에서 '잘못했다'가 아니라 '재수가 없었다'라는 말이 나온다면 엄정한 단속 못지않게 근원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가장 큰 문제는 증여·상속세를 '당연히 내야할 세금'이 아니라 '어떻게든 피하고 싶은 세금'으로 인식한다는 데 있다. '내가 피땀 흘려 번 돈을 남도 아니고 내 자식에게 주겠다는 데 뭐가 문제냐'는 인식이 계속된다면 국세청과 자산가들의 싸움은 계속 될 수밖에 없다.

걷는 사람과 내는 사람 모두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을 정도'는 아니더라도 떳떳하게 재산을 물려줄 수 있는 당당한 '부자의 탄생'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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