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투초대석]전재희 보건복지부 장관
그리스 재정위기 여파로 코스피 주가가 1600선을 내줬던 5월 하순 보건복지부 계동 집무실에서 전재희 복지부 장관을 만났다. 전 장관은 지난해 글로벌 경제위기와 신종플루 확산으로 누구보다 바쁜 한해를 보냈다.
올 들어서는 '일자리 창출'이 가장 고심하는 분야 중 하나다. 복지부와 일자리가 무슨 상관이냐고 하겠지만 사실 '일자리는 최고의 복지'이기 때문이다. 그 이면에는 빠르게 진행되는 고령화와 저출산 현상, 고용 없는 성장으로 인한 실업문제가 자리 잡고 있다.

한국은 초고령 사회(노인인구 비중 20%) 도달 속도가 26년으로 세계에서 가장 빠르다. 노인인구 증가는 건강에 대한 관심 증가와 함께 의료서비스 시장 확대를 가져올 수밖에 없다. 전 장관은 날로 커지는 보건의료산업과 사회서비스 산업에서 일자리 창출의 해답을 찾을 수 있다고 본다.
이를 위해 지난해 처음으로 화장품 산업 육성을 시작하고 해외환자 유치도 허용해 약 6만명이 한국을 찾았다. 그동안 위생차원에서 다뤘던 미용분야는 뷰티산업으로 육성키 위해 관련법 제정을 추진 중이다. 최근 간병, 돌봄, 보육 등 사회서비스 산업을 발전시켜 4년 내 23만~28만개 일자리를 만들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의료계와 제약업계 반발 등 진통을 겪으며 의약품 유통 투명화를 위한 제도 도입을 추진하는 것도 같은 이유다. 전 장관은 "어려움이 있었지만 그 결과 우리 제약 산업이 연구개발(R&D)에 힘쓰게 되고 규모의 경제를 위한 인수합병(M&A)도 촉발됐다"고 설명했다. 단순히 재정을 얼마 투입해 일자리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산업을 육성해 시장에서 일자리가 생기도록 하자는 게 전 장관의 뜻이다.
전 장관은 "보건복지는 성장률 뿐 아니라 일자리 창출력도 매우 높은 분야"라며 "많은 국민들이 보건복지 분야 양질의 일자리에서 일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시간이 갈수록 미래성장 동력으로서 보건산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며 "좋은 일자리가 많은 화장품, 제약 산업 발전 등을 통해 미래 성장 동력을 확충 하겠다"고 덧붙였다.
-안팎의 사정이 복지 분야에 적극적인 재정 투입이 어려워지는 쪽으로 흐르고 있다. 정부가 경제성장에 중점을 두고 있어 복지 예산 확보가 어렵다는 우려도 없지 않은데.
▶많은 경우 복지를 지출측면서 생각하지만 사회적 투자인 경우가 더 많다. 초기 비용을 들이면 후기 지출을 줄일 수 있다. 때로는 사회 예방투자적 관점에서 과감히 예산을 투입할 필요도 있다. 또 2009~2010년을 보면 복지 예산은 늘어났다. 전 정부서 시작된 정책을 차분히 발전시키며 이를 한층 확대하고 있다. 예컨대 보육료 전액 지원은 소득 하위 50%까지 확대됐고 둘째 아이는 하위 70%에 80%를 주던 것을 100%로 늘렸다. 장애인 기초연금도 올해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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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자리 창출이 모든 부처의 고민이 됐다. 복지부의 무게 중심도 일자리 쪽으로 상당히 옮겨오지 않았나.
▶현 정부 들어 보건의료를 산업적인 측면으로도 접근하고 있다. 이 분야 선진화를 통해 일자리를 창출하는 일은 지난 정부에서는 없던 일이다. 사실 보건의료산업이나 보건복지분야 사회서비스는 일자리 잠재력이 매우 높다. 전 산업 평균 취업유발계수가 13.9명인데 사회복지는 32.7명, 보건의료는 16.7명이다. 여기서 잘 돼야 경제에 일조를 하면서 일자리도 창출할 수 있다.

-보건복지분야 일자리 창출은 어떤 분야에서 가능한가.
▶보건의료산업, 뷰티와 제약, 건강관리서비스, 해외환자 유치 등을 꼽을 수 있다. 사회서비스 분야도 있다. 간병 등을 제도화하면 인력이 늘지 않나. 사회서비스는 서비스를 제공하면 국민 복지증진도 되고 일자리도 생기니 일석이조다. 구입여력이 없는 저소득층은 국가가 바우처로 지원하고 중산층은 자기 돈으로 이용하도록 할 계획이다. 또 이건 많은 경우가 예방적 투자다. 가령 미리 예방접종을 하면 나중에 병 걸려 치료하는 것보다 삶의 질이나 비용측면서 훨씬 낫다.
-지난해 해외 환자 6만명을 유치했다. 외국과 경쟁할 우리만의 강점이 있나.
▶우리 의료 경쟁력은 상당하다. 무엇보다 수술을 잘한다. 반면 가격은 미국의 3분의 1, 일본의 60~70%에 불과해 가격경쟁력과 품질이 무기다. 다만 그동안 해외 환자 유치를 허용하지 않고 있어서 외국에 홍보가 덜 돼 있는 점이 아쉽다. 이미 다녀간 해외 환자들의 평가가 좋은 만큼 잘 될 것으로 본다.
-중동 지역에 서울대 병원 등 큰 병원들이 진출을 타진하고 있다는데.
▶서울대병원은 LA에, 자생한방병원은 캘리포니아에 지사를 만들어 성공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중동도 진출하면 괜찮을 것으로 본다. 얼마 전 아랍에미리트연합(UAE) 경제 담당 장관을 만났는데 그 나라는 태국과 싱가포르로 환자를 보낸다고 하더라. 1차적으로 중동 국가들이 한국의 의료기술 실력을 잘 모르기 때문에 알리는 일이 급선무다. 지금은 병원들이 개별적으로 중동 국가들과 접촉하는 단계인데 국가가 도울 일이 있다면 적극 돕겠다.
-기획재정부는 서비스 선진화를 통해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것인데, 영리의료병원(투자개방형 의료법인) 도입을 두고 두 부처가 의견이 다른 것으로 안다.
▶보건의료 서비스 선진화가 일자리 창출 등을 위해 중요하다는 데는 두 부처가 같은 의견이다. 이와 관련, 현재 국내에서는 제주도에 영리병원 도입이 허용됐고 인천 등 경제자유구역 내 도입을 위해 관련법이 국회 계류 중이다. 복지부 역시 이런 정책에 찬성하고 있다. 하지만 기재부는 이를 넘어 전국에 영리병원 도입을 원하는데 그러려면 부작용을 차단할 보완책이 먼저 마련돼야 한다는 게 복지부 의견이다.
-영리병원이 전국으로 확대될 경우 부작용을 구체적으로 설명한다면.
▶의료 접근성과 진료비 상승의 문제다. 지방에 사는 사람들이 가깝게 찾을 수 있는 의료기관이 있어야 한다. 지금도 중소도시 농어촌은 병원 경영이 어렵다. 전국에 영리병원이 허용되면 영업이 안 되는 중소도시 병원은 문을 닫게 될 것이다. 중소도시 사람들을 위해 국가가 예산을 투입, 국공립병원을 설립하는 등 대책이 필요하다. 또 현 의료수가(의료행위에 지불하는 돈) 체계에서는 영리병원 도입 시 진료비가 상승할 우려가 있다. 서민층 이하 계층이 적정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국가가 지원할 수 있는가. 이런 보완책이 확실히 마련된다면 영리병원의 전국 도입을 막을 이유는 없다. 내부적으로 보완책 마련에 필요한 비용 등을 연구 중이다.
-이 문제에 대한 이명박 대통령의 생각은 어떤가.
▶대통령께서도 단계적으로 하는 게 좋겠다고 입장을 정리했다.
-검토 단계라는 의미인가.
▶보완책을 만들고 있는 단계다. 영리병원을 도입해도 부작용 없는, 실현 가능한 보완책을 찾는 단계라고 본다.
-쌍벌죄 도입에 대해 의료계 반발이 심하다.
▶오랫동안 깁스한 상태로 있다가 깁스를 풀고 물리치료를 하려면 처음엔 아프지만 나중에는 잘 움직일 수 있다. 이런 과정이라고 이해해 달라. 한국이 선진국이 되고 경쟁력을 가지려면 거쳐야 하는 과정이다. 그동안 의료계가 리베이트로 경영을 일부 보전해온 현실을 생각할 때 당장은 어려움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2~3년 뒤에는 절약된 약값을 수가 상승으로 돌려줄 수 있다고 본다. 제약업계는 리베이트 금액을 연구개발(R&D)에 써서 발전하고 의료계는 빈축 받던 경영보전 수단을 수가를 통해 보장받는 정상적 체계를 만들자는 거다. 장기적으로 윈윈 방안이기 때문에 대화로 풀 수 있으리라고 생각한다.
-정부가 많이 노력하는데도 저출산 문제가 쉽게 해결되지 않는 것 같다.
▶하루 아침에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전 부처가 뛰어야 하고, 국민 인식이 바뀌어야 하고 기업문화 변화도 필요하다. 지난 5년간 진행한 1차 저출산 고령사회 기본계획이 올해로 마무리되는데 이 문제가 심각한 사회현안이라는 사실을 알리는 데는 성공했다.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려면 2차 계획이 실효성 있게 수립돼야 하는데 많은 난관이 있다. 정부와 지자체, 국민과 기업이 함께 해야 하고 사전적 예방투자란 측면서 과감한 지출도 요구된다. 전 부처의 합의를 이뤄내는 게 쉽지 않다. 다행히 대통령의 관심이 크다. 총리실에 관련 테스크포스(TF)팀이 5개가 꾸려져 각 부처가 협조하고 있다. 열심히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