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 과천청사의 여름과 겨울나기는 쉽지 않다. 공공청사의 에너지 사용량을 10% 줄인다는 '솔선수범' 방침에 따라 여름에는 냉방을, 겨울에는 난방을 최소화했기 때문이다.
규정상 여름철 청사 사무실의 적정 온도는 28도, 겨울철은 18도로 정해져 있다. 겨울에는 옷이라도 껴입으면 되니까 그나마 낫다. 여름에는 사무실 내 컴퓨터 등 전자기기와 체온 때문에 그야말로 '땀과의 전쟁'이다. 국무위원인 장관들도 "더워서 못 살겠다"고 아우성이다.
업무효율을 이유로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더러 있지만 무게가 실리지는 않는다. 에너지 절감을 위해서는 말 그대로 '절약' 밖에 방법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역대 정권에서 반복되는 일이지만 전 국민이 내복을 입으면 에너지 1조8000억원 절감 효과가 있다며 '온(溫)맵시'라는 신조어를 만들 정도로 에너지 절약의식이 투철한 현 정부 들어서 더욱 강조되고 있다.
그런 정부가 민간의 에너지 절약을 강제하고 나섰다. 백화점, 대형마트 등은 실내온도를 25도 이상으로, 은행은 26도 이상으로 맞추도록 요구했다. 정부는 앞으로 은행, 백화점 등의 적정 냉방온도 준수여부를 직접 확인하고, 필요 시 점검결과를 언론에 발표키로 했다. 비판적 여론을 통해 에너지 절약의식이 약한 민간업자들을 징계하겠다는 의도다.
전력수급 상황이 여의치 않을 때는 냉방온도 제한조치를 발동하기로 했다. 에너지 과다소비 건물에 냉방 권장온도 준수의무를 부과하고, 이를 못 지킬 경우 시정조치 및 과태료를 부과하겠다는 '경고'다.
정부 당국자는 "공무원이 아무리 노력해도 민간이 도와주지 않으면 에너지 절약 효과가 없다"며 이해를 구했다. 공공부문에서 절약할 수 있는 에너지는 전체의 1%도 안 된다는 설명도 곁들였다.
사실 여름철에 은행이나 백화점 실내온도가 시원하다 못해 춥기까지 한 것은 사실이다.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 나라라는 점을 감안하면 일정부분 조정할 필요는 분명 있어 보인다.
그러나 정부가 민간의 실내 온도를 직접 '규제'하겠다고 나서는 모양새는 왠지 어색 하다. 과다 소비 건물에 '전기료 폭탄'을 안겨주는 등 시스템적으로 접근하는 방식도 있을 텐데 일일이 적정온도를 점검하고 통제하겠다는 발상은 '오버'스럽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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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도 이 같은 비판을 의식한 듯 민간의 자발적인 에너지절약 운동이라는 모양새를 애써 갖췄지만 '관치'의 냄새를 지울 수는 없어 보인다. '탈규제'를 외치며 등장한 현 정부에게서 70, 80년대 권위주의 시대의 모습이 엿보이는 것은 기자만의 착각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