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투초대석] 전광우 국민연금공단 이사장
적립기금 300조원, 가입자 1900만명…국민연금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캘퍼스(CalPERS:캘리포니아 공무원퇴직연금)를 제치고 자산 규모 세계 4위 연기금이 됐다. 국제무대에서의 위상도 높아져 유수 글로벌 펀드들이 손짓하는 세계적 '큰손'으로 떠올랐다. 지난해부터 해외투자 등 투자 다변화의 고삐를 바짝 죈 터다.
'금융전문가'로서의 기대를 받으며 국민연금공단에 취임한지 8개월 째. 전광우 이사장은 11일 서울 종로구 국민연금 국제업무센터에서 가진 머니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기금운용(하는 사람)의 바로미터(지침)는 심플해야 한다"며 기금운용의 자율성, 독립성을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 이사장은 "어떤 정부 부처의 장관도 기금운용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국민연금 운용은 리스크 관리를 철저히 한다는 전제 하에 수익성을 충분히 올린다는 원칙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또 "기금운용본부가 투자결정을 하고 자산을 관리하는 데 있어 최대한 전문가적 양식과 판단에 따라 자율적으로 책임 있는 경영을 할 수 있도록 틀을 갖춰줄 것"이라며 "운영의 묘를 살려 기금운용 독립성을 지키겠다"고 밝혔다.
실제로 전 이사장은 지난해 12월 취임 직후부터 기금운용점검회의를 직접 주관한다. 회의는 월 1회 이상, 필요할 때마다 연다. 세부 계획은 기금운용본부가 잡지만 이에 앞선 전반적 방향을 잡기 위해서다. '리스크 관리실'도 만들어 이사장 직속 기구로 챙겼다.
투자자변화를 통한 장기적이고 안정한 수익기반 확보, 리스크 관리 강화, 4위 규모 기금에 걸맞는 글로벌 경쟁력 강화 등이 그가 제시하는 목표다.
전 국민의 노후가 달린 중요한 기금인 국민연금은 규모가 빠르게 늘며 기존의 방식으로는 수익성을 담보하기 어려워졌다. 전 이사장은 "글로벌 플레이어로서 투자전략을 정하는데 매우 중요한 시점"이라며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는 시대적 소명감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대담= 송기용 정경부장, 정리= 신수영 기자, 사진=유동일 기자
-얼마 전 기금운용위원회에서 내년도 주식투자를 늘리기로 하면서 시장의 관심이 크다.
▶이참에 꼭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 기금운용계획안은 큰 방향에서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것이지 반드시 달성해야 하는 목표가 아니다. 올해 국내 주식 목표비중이 16.6%지만 아래위로 5%의 허용범위가 있어 범위가 매우 크다. 목표비중을 보고 국민연금이 올해 13조원을 국내 주식에 투자할 것이라고 기대하는데 실제 투자 금액과 괴리가 있을 수 있다. 큰 방향은 국내 주식 비중 증가이지만 실제 투자 집행은 매우 탄력적으로 이뤄진다. 시장에서 이를 매우 경직된 목표로 보는데 과도한 무게를 둘 필요는 없다.
-기금운용본부 독립도 시장에서는 궁금해 하는 이슈다. 금융전문가 이사장이 취임했는데 달라지는 점이 있는지.
▶기금운용본부를 독립공사화하자는 정부 안은 여야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 국회계류중이다. 다만 독립으로 기대되는 긍정적인 효과-기금운용의 전문성 제고, 역량강화 등-는 현재 틀 안에서도 운용의 묘를 살리면 충분히 가능할 것으로 본다. 기금운용 투자결정과 자산 관리에 있어 전문가적 양식과 판단에 따라 자율과 책임 하에 할 수 있도록 틀을 갖춰주면, 굳이 독립화하지 않아도 추구하는 바를 달성할 수 있지 않겠느냐. 그런 방향으로 대화하며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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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용 의사결정이 층층시하 시집살이라고 한다. 정책적 판단에 따라 기금이 동원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기금운용의 바로미터(지침)는 심플하게 해 주는 것이 맞다. 운용은 리스크 관리를 철저히 한다는 전제 하에 수익성을 충분히 올리는 것이 중요하다. 공공기관인 만큼 공공성도 무시할 수 없다. 국민연금 기금 운용은 안정성, 수익성, 공공성 순으로 중요하다. 국민연금이 공공성만을 보고 투자하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 투자원칙에 따라 이뤄진 투자가 공공에 도움을 주는 결과가 나타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예를 들어 우리가 저가 매수한 것을 두고 시장 안전판 역할을 했다고 하는데 때로 부담스럽다. 장기투자 전략상 저가 매수가 맞기 때문에 한 것이고 그 결과 시장이 안정을 찾은 것이지 시장안정을 위해 투자한다는 것은 선후가 바뀐 것이다.
기금 투자의 자율성, 독립성을 최대한 확보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내 역할 중 하나다. 임명 시 초대 금융위원장(장관급)을 지낸 금융전문가로써 요구됐던 점도 그런 것이고 최선을 다하고 있다.
-대형 인수합병(M&A)나 국책투자 등을 같이 하자는 제의를 받은 적이 있는지.
▶보도를 통해 (상대방이) 그런 의향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적은 있다.
-직접 제의한 적은 없었나.
▶없었다. 정말 투자를 원한다면 그런 얘기가 나올 수록 부담만 되고 도움이 안 된다. 어떤 투자든 투자 가치가 중요하다. 예로 국민연금은 해외 자원개발이 성장산업이고 인플레 헤지도 되기 때문에 당연히 관심이 있다. 기금 규모가 커지고 있어 현금흐름(캐시플로) 관리 측면에서 M&A도 관심이 있다. 적정한 수익 확보를 위해 M&A 관련 펀드에 들어가는 것은 우리 원칙이나 자산 가치를 높이는 데 부합하다. 여기에 정책적 판단이 개입되면 객관성과 자율성을 훼손해 오히려 투자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릴 수 있다.
-정부가 민영화를 추진하는 우리금융지주에도 관심이 있나.
▶투자 가치가 충분하다면 고려할 수 있다.
-수익성과 안정성 외에도 전직 금융위원장으로서 금융업 발전(공공성) 측면에서 생각이 있을 것 같다. 어떻게 투자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는지.
▶국내 금융 산업에 늘 관심을 갖고 있고 발전을 위해 노력할 책임도 있다고 생각하지만 이와 국민연금 투자는 별개다. 가장 바람직한 CEO의 자세는 국민연금 자산 가치를 안정적으로 최대한 키워나가려 노력하는 것이다. 단, 국민연금 투자전략과 연관해서 그런 M&A가 진정으로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본다. 궁극적 경쟁력은 체중이 아닌 체력의 문제인데, 자산만 합치는 체중불리기가 체력을 기르는 것은 아닐 것이다. M&A가 충분한 시너지를 내서 해당 은행 기업과 금융 산업발전에 도움이 된다면 국민연금 입장에서도 환영할 만한 일이다.
-최근 큰 규모 부동산 투자가 많아지며 우려의 시각이 있다.
▶지금 국민연금 해외 부동산 투자 규모는 전체 자산의 1.3%에 불과해 규모가 비슷한 글로벌 펀드와 비교하면 턱없이 낮다. 앞으로도 추가적으로 늘어날 수 있다. 이번에 사들인 상업용 부동산은 가격이 쌀 때 매수했고 장기적으로 안정적 임대수익이 기대돼 리스크에 비해 수익률이 상대적으로 높다. 국민연금이 장기 안정성을 확보하려면 중장기 수익률이 평균 6~7%가 돼야 하는데 채권만 해서는 이를 달성하기 어렵다. 안정성을 추구하면서 적극적으로 투자할 필요가 있다.
-테마섹 등 글로벌 펀드에 비해 우리는 해외 투자 전문성이 약해 아쉽다.
▶내년 기금운용본부에 해외투자, 대체투자에 특화된 전문가를 확충할 계획이다. 또 국내에서 위탁을 하듯, 해외 공동투자자나 전략적 제휴 관계를 활용해 외부 역량을 키우려 한다. 해외 부동산은 국가 다변화 노력도 하고 있는데 이 경우 환 부분에서의 헤지도 가능하다. 이런 부분에 전문성을 키우도록 하겠다.
-위탁운용사 가운데 불공정하게 수익률을 오도하는 사례가 있다.
▶위탁금 수준이 수익률과 직결되다 보니 그런 일이 생길 여지가 있어 평가가 매우 공정히 이뤄져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평가기간을 길게 하는 등 제도적 개선 노력을 하고 있다. 만에 하나 문제가 되는 경우 위탁금을 전액 환수해서 일벌백계로 다스리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