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국가의 짐' 내려놓고 떠난 재정부 관료

[기자수첩]'국가의 짐' 내려놓고 떠난 재정부 관료

임동욱 기자
2010.08.24 07:59

비가 억수같이 퍼붓던 23일 오전. 정부과천청사에 차량 한 대가 들어섰다. 지난주말 간암으로 숨진 김진선 기획재정부 국유재산과장의 운구차였다. 기획재정부가 위치한 1동 건물 앞에 잠시 멈춰 섰다가 다시 먼 길을 떠났다.

이를 주변에서 바라보는 공무원들은 말을 잇지 못했다. '남의 일'이 아니라는 점에서 재정부 공무원 뿐 아니라 지식경제부 등 인근 부처 공무원들도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김 과장은 정부부처 중 업무 스트레스와 경쟁이 심하기로 유명한 재정부에서 7급 공무원 출신으로는 드물게 과장까지 오른 인물이다. 전국에 산재돼 있는 국유재산 관리를 총괄하는 중책을 맡으며 그는 누구보다 열심히 일했다.

출입기자로 그를 마지막으로 만난 건 지난해 크리스마스 이틀 전 과천에서 가진 점심 자리에서다. 과로와 스트레스로 심신이 지쳐있었을 그였지만, 국유재산 관리의 중요성과 앞으로의 계획 등을 이야기하던 그의 열정적인 모습은 8개월이 지난 지금도 생생하다. 현상의 문제점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문제해결을 위해 주변의 의견을 묻던 그의 모습은 담백했다.

그는 지난 5월 말 재정부 직원 대상 정기검진 때 큰 병이 있다는 것을 알았고, 간암말기 판정을 받은 지 불과 2개월 만에 세상을 떠났다. 국유재산을 돌보느라 정작 자신의 피곤한 몸은 제대로 챙기지 못했던 그였다. 화려하거나 외부에 잘 보이지 않는 일이었지만, 그는 마지막 순간까지 자신의 임무를 묵묵히 수행했다.

김 과장이 이렇게 떠나면서, 관가에는 '일도 중요하지만 건강부터 챙기자'는 말이 들린다. 이 말에 다들 고개를 끄덕인다. 하지만 얼굴은 여전히 어둡다. 말은 이렇게 하지만, 며칠 뒤면 언제 그랬냐는 듯 모두들 다시 업무에 '올인'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몇 해 전에도 지식경제부의 한 젊은 과장이 암으로 사망했다.

흔히 '건강을 챙겨가며 일하라'고 말한다. 그러나, 정작 자신에게는 이를 적용하지 못하는 것이 인간이다. 일 욕심이 많고 열정적인 사람일수록 더욱 그렇다. 솔직히, 세밀히 건강을 챙길 만큼 여유 있는 세상도 아니다.

이 세상의 무거운 짐을 내려놓고 먼저 떠난 김 과장에게 삼가 조의를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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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동욱 바이오부장

머니투데이 바이오부장을 맡고 있는 임동욱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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