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2010년 세제개편안의 의미

[기고]2010년 세제개편안의 의미

현진권 아주대 경제학과 교수
2010.09.02 09:57

조세정책은 정권의 성격을 가장 잘 나타내는 지표이다. 그래서 새로운 정권이 들어설 때마다 파격적인 세제개혁안이 발표된다. 이명박 정부의 조세정책은 성장 중심으로 출발하였으나, 중도실용의 정책모드가 가미됨에 따라 조세정책도 다원화되고 있다.

집권 초의 세제개편은 개혁차원에서 시작하지만, 집권 중반기에 접어들면, 개혁이라기보다는 현안 대응적인 세제개편안이 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래서 올해의 세제개편안에는 개혁을 느끼게 하는 안은 적고, 변화하는 경제 및 정치 환경에 잘 적응하려는 세부적인 노력이 돋보인다.

우선 우리 경제의 회복세가 뚜렷이 보이는 속에서 지속적인 경제성장을 이끌 수 있도록, 미래 신성장 동력을 확충하고, 기업경쟁력을 제고하려는 여러 가지 지원책들이 보인다. 성장을 위한 조세정책과 함께, 서민생활 안정이란 측면에서 저소득 근로자, 농어민, 중소상공인 및 중소기업 등에 조세지원을 확대하였다. 서민을 위한 정책으로 국정의 가중치를 높인 이상, 조세정책에서 세부적으로 뒷받침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방향이다.

경제성장이란 목표를 일자리 창출이라는 수단으로 달성하려는 현 정부의 접근법을 이번 세제개편안에서 확연히 볼 수 있다. 그동안 기업의 투자를 유인하기 위해, 한시적 제도임에도 불구하고, 거의 영구제도인 양 집행하였던 임시투자세액공제제도를 폐지하였다. 기업의 투자를 유도하는 여러 가지 정책수단들 중에서도 임시투자세액공제제도의 유인강도가 상대적으로 높았으므로, 기업입장에서는 커다란 변화일 것이다.

임시투자세액공제제도가 물적 자본에 대한 투자를 유인하는 것으로 전통적인 접근법인 반면, 이를 폐지하는 대신 고용창출투자에 대한 세액공제제도를 신설하였다. 물적 자본 중심에서 인적 자본에 대한 투자로 정책의 유인방향을 바꾼 것이다. 고용유발효과가 큰 업종에 대해서는 세제지원이 강화되겠지만, 고용유발효과가 낮아도, 부가가치가 높은 업종은 상대적으로 세부담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임시투자세액공제제도가 어차피 일시적인 제도이고, 폐지되는 것이 정상이라면, 투자유인정책이 달라졌다기보다는, 고용을 확대하려는 정책을 조세정책으로 뒷받침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겠다. 고용유발효과가 큰 업종에 대한 세제지원을 확대한 안도 포함하고 있어 고용확대를 위한 정부의 정책강도를 잘 느낄 수 있다.

최근에 국제적으로 재정건전성에 대한 정책적 관심이 높아가고 있다. 이번 개편안에는 재정건전성을 높이려는 정책노력이 돋보인다. 먼저 비과세 감면제도의 정비로서 금년에 일몰 도래하는 50개 항목을 중심으로 대폭 축소 및 폐지를 추진하였다. 비과세 감면제도는 이해집단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제도이면서, 정치권에 여러 가지 경로를 통해 로비 및 압력을 줄 수 있으므로, 현실화되기는 어려운 경향이 있다.

그래서 조세감면은 매년 증가하는 것이 정치환경 구조상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그러나 우리의 재정현실은 국세감면규모가 국가재정법상 법정한도를 2년 연속으로 초과하는 실정이다.

앞으로 세입측면에서 저출산 고령화로 세입기반이 축소될 수밖에 없으나, 현 정부의 지출정책이 복지확대로 나갈 수밖에 없는 정치적 구조이므로 감면정책의 축소를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그러나 감면과 관련한 이해집단들과 국회 간 상생하는 연결고리로 인해 정부안이 국회에서 변질될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 과표 양성화를 위한 국세행정 정책으로 세무검증제도를 도입하는 안은 좀 더 충분한 검토가 되어야 할 사안이다. 세무조사를 확대할 수 없다는 국세행정당국의 어려움 때문에 일차적인 세무조사 기능을 세무사에게 맡기고, 관리 감독한다는 것은 의도한 실익은 달성하지 못하고, 여러 가지 부작용이 나타날 우려도 있다.

가업상속을 활성화하기 위해 가업상속공제 대상을 확대하고 요건을 완화한 것은 현 정부의 초기 조세개혁안의 연장선상에 있다. 막연한 형평성이 아닌 원활한 가업상속을 통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것이 국가를 좀 더 잘 살게 하는 정책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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