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증현 "뒤통수 맞았다"··· 누더기된 세제개편안에 분노

윤증현 "뒤통수 맞았다"··· 누더기된 세제개편안에 분노

강기택 기자
2010.12.09 16:00

국익보다 의원 이익 앞세운 국회 성토 분위기

"허망하다. 매년 이런 식이라면 우리가 밤 새워가면서 세제 개편안을 만들 이유가 없다." 기획재정부 세제개편안이 국회통과 과정에서 누더기가 되면서 성토 목소리가 높다. 정부안이 취지와 달리 훼손되는 것도 문제지만 의원의 개인적 이해관계에 따라 엉뚱한 결과가 나왔기 때문이다.

윤증현 장관은 지난 6일 밤 여야 합의로 조세소위를 통과한 이슬람채권 과세특례가 7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 회의에서 보류되자 의원들에 대한 인사도 없이 자리를 뜨는 방식으로 불만을 표시했다.

국회에서 새해 예산안이 통과된 8일 심야에 한 상가를 찾은 윤 장관은 이슬람채권(수쿠크) 과세특례, 고소득자 세무검증, 고가미술품 양도세 부과 개정안이 국회 심의 과정에서 보류된 것을 예로 들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특히 이슬람채권 과세 특례안에 대해선 "조세소위를 통과한 법안이 전체 회의에서 보류될 수 있나, 뒤통수를 얻어맞은 기분"이라고까지 말했다.

윤 장관이 9일 세제실 국장, 과장들과 오찬을 같이 하며 "정부로선 최선을 다했지만 한계가 있었다. 민주주의를 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비용이라고 생각하라"고 격려했지만 진한 아쉬움이 배어났다는 게 참석자들의 전언이다.

재정부 간부들 역시 윤 장관과 별반 심정이 다르지 않다. 의원들의 일관성 없는 논리를 납득할 수 없다는 것이다.

부자감세를 반대했던 의원들이 고소득자에 대한 세무검증제도를 보류한 점, 미술품 양도세 부과를 2년 동안 유예한 점, 투자촉진 효과가 없어 폐지하려고 했던 임시투자공제세액을 1년 더 연장한 점 등은 쉽사리 수용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요컨대 의원들이 ‘부자감세’를 비난해 놓고는 정작 부자들과 대기업에 유리한 세제개편을 했다는 것이다.

재정부 관계자는 "정부 안이 반드시 정답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논리적 일관성이나 책임감 없이 이익단체의 로비에 넘어가고 국익보다는 개인의 종교적 성향과 지지기반의 이해관계를 앞세운 것을 어떻게 수긍할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재정부는 일부 의원의 종교적 편향성으로 제동이 걸린 이슬람 채권 과세특례와 고소득자에 대한 세무검증제도 통과를 위해 전력을 기울이기로 했다. 특히 이슬람채권에 대한 과세특례는 중동국가들과의 신뢰 문제 등 국익이 걸려 있어 윤 장관의 의지가 강력하다.

이와 관련, 재정부에서는 조세피난처에서 이슬람채권을 발행하는 방안을 고려하면서도 중동국가들과의 관계, 발행기업의 이미지 등을 고려할 때 무리가 있다고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행령 개정 등을 통한 우회로도 모색하고 있지만 결론을 내지는 않은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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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기택 논설위원

비즈니스 저널리즘의 최고 경지, 머니투데이의 일원임을 자랑스레 여깁니다. 독창적이고, 통찰력 넘치는 기사로 독자들과 마주하고자 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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