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 커지자 정부·여당 서둘러 "연장하겠다" 봉합

신용카드 소득공제 폐지(일몰) 논란을 바라보는 정부 입장은 한마디로 '당혹스럽다'였다. 왜 벌써 이 문제가 불거지는지, 너무 앞서가고 있다는 얘기였다. 게다가 '폐지'가 확정된 것도 아닌데 폐지를 전제로 반대 운동이 확산되면서 마치 정부가 서민들의 주머니를 털려는 것처럼 비춰지는 것도 불만스러웠다.
하지만 논란이 커지자 정부는 서둘러 봉합에 나섰다. 10일 기획재정부 고위 관계자가 "근로자의 세 부담을 급격히 올리는 제도는 쉽지 않다"며 연장을 시사한데 이어 11일 여당이 '신용카드 소득공제 제도를 반드시 연장하겠다'며 논란에 사실상 종지부를 찍었다.
◇신용카드 소득공제가 폐지된다고?= 대다수 일반 국민들은 올해 말로 신용카드 소득공제 제도가 일몰(폐지)되는 것을 모르고 있었다. 신용카드 소득공제가 한시적인 제도라는 것조차 모르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논란의 불씨는 신학용 민주당 의원이 지폈다. 신 의원은 지난달 25일 신용카드 제도를 2013년까지 2년 연장하는 방안을 담은 ‘조세특례제한법 일부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이 소식이 알려지면서 없어지는 것을 알게 된 네티즌들을 중심으로 논란이 확산되기 시작했다.
여기에 지난해 신용카드 소득공제 한도가 축소된 것도 논란 확산에 한몫했다. 정부는 2009년까지 총급여액의 20% 초과분, 연간 500만원 한도까지 공제해 주던 것을 2010년에는 25% 초과분, 300만원 한도로 줄었다. 지난해 소득공제가 진행되면서 예상보다 감면액이 적은 것을 알게 된데다 폐지될 수도 있다는 소리까지 나오니 박탈감이 더 커졌던 것. 한국납세자연맹의 반대 서명에는 며칠 새 수만 명이 참여했다.
◇적자 재정 흑자로 돌리려면...= 논란이 커지자 정부가 내놓은 공식 입장은 "올해 일몰되는 41개 비과세·감면 제도에 대해 상반기에 종합적으로 검토해 올해 세법개정안 제출시 결정하겠다"는 원론적인 것이었다.
하지만 '연장 하겠다'고 명시적으로 밝히지 않았을 뿐 폐지가 쉽지 않다는 것을 정부도 모르지 않았다. 기획재정부 고위 관계자는 "신용카드 소득공제로 감면되는 세금이 1조5000억 원 가량 된다"며 "당장 없앨 경우 근로자들에게 미칠 충격이 크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정부가 가타부타 말하지 못했던 이유는 재정 때문이다. 재정적자는 2007년 3조6000억 원 흑자(관리대상수지 기준)에서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진 2008년 15조6000억 원 적자로 전환했고 2009년에는 적자 폭이 43조2000억 원으로 확대됐다. 지난해에는 11월 말 기준으로 6조2000억 원 적자를 기록했다. 국가채무도 2008년 말 309조원에서 2009년 359조원으로 늘었고 2013년에는 493조원 수준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국가채무가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10년 기준 34.2%다. OECD 30개 회원국 평균의 3분의 1 수준으로 양호하지만 안전하다고 볼 수는 없다. 고령화 등으로 연금 수요가 커지고 있고 사실상 정부 업무를 수행하는 공기업 부채가 빠져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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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재정건전성 회복'을 입에 달고 사는 배경이고 조세감면제도에 손 댈 수밖에 없는 이유다. 정부는 지난해 국가재정운용계획을 발표하면서 2013~2014년에 적자가 없는 균형재정을 이루기 위해 '비과세, 감면제도를 원점에서 재검토 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국세감면액은 총 30조1396억 원으로 2009년의 31조621억 원에 비해 9225억 원 감소했다.
◇ 부랴부랴 진화나선 여권= 세제를 책임지는 기획재정부는 신용카드 공제 연장을 시사했다. 확정적으로 말하지는 않았지만 다른 제도와 함께 검토해야 할 개별 사안에 대해 연장을 시사했다는 것만으로도 정부가 할 수 있는 입장 표명은 다한 셈이다.
여기에 여당도 '반드시 연장 하겠다'고 밝혔다. 심재철 한나라당 정책위의장은 이날 "올해도 신용카드 소득공제는 계속되고, 중산층 서민층에 대한 혜택도 지속된다"며 "(정부에) 입장을 강력하게 전달하고 그런 식으로 실천하겠다"고 말했다.
야당도 당연히 폐지 반대다. 정치권이 당장 내년 선거를 앞두고 서민을 자극할 정책을 지지할리 만무하다.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는 "신용카드 소득공제를 하지 않으면 570만의 서민, 젊은 노동자, 봉급쟁이가 1조2000억 정도 세금을 더 내야 한다"며 "(소득 상위) 1%의 2조원 감세를 위해 570만 노동자가 1조2000억원의 세금을 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부와 정치권의 입장 표명으로 며칠 새 급속히 확산된 논란은 당분간 수면 아래로 가라앉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제도가 연장된다 하더라도 공제 한도가 축소될 가능성은 여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