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이기주의에 멍드는 국가정책②]이슬람채권, 종교갈등에 정치적 논란까지
"요즘 국회 전화통에 불이 났습니다. 이슬람채권 과세특례 법안을 통과시킬 경우 낙선 운동을 벌이겠다는 종교계의 경고성 전화입니다."(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관계자)
오일달러를 유치하고 외화 차입선을 다변화해 위기대응력을 높이겠다는 정부 정책이 때 아닌 종교계 개입에 휘말렸다. 선거를 1년여 앞두고 표심과 관련 있는 곤란한 일은 하지 않겠다는 국회 이기주의도 논란을 부추기는데 한몫하고 있다.
종교계의 반대가 거세지자 지난해까지 이슬람채권 세제혜택에 찬성 하던 의원들마저 대거 반대로 돌아서고 있다는 분위기마저 감지된다. 특히 최근 야당 일각에서 아랍에미리트(UAE) 원전 수주 대가라는 의혹을 제기하면서 ‘이슬람채권’이 정치적 논란으로 번지고 있다.
정부는 이슬람채권 발행이 특정 종교에 대한 특혜라는 지적에 대해 달러·유로·엔·위안 등 다른 외화표기채권과 형평성 차원에서 이슬람채권에 동일한 세제혜택을 주겠다는 입장이다. 기획재정부 고위 관계자는 "해외자금의 안정적 조달을 위한 법안이 왜 정치나 종교적 문제로 꼬이고 있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토로했다.
문제의 시발점은 이슬람채권의 독특한 발행구조다. 이슬람채권은 이자 수수를 금지하기 때문에 채권 발행자가 특수목적법인(SPV)을 세워 투자자와 건물·부동산 등 실물 자산을 거래하는 형태로 임대료(이자)를 제공한다. 채권 발행과 내용은 동일하지만 실물자산 거래가 수반돼 △취·등록세 △양도소득세 △부가가치세 등 각종 세금이 붙는다.
정부는 다른 외화표기 채권에 대해서도 비과세하고 있는 만큼 이슬람채권의 실물거래에도 동일한 비과세혜택을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만약 외화표시채권을 과세로 전환한다면 이슬람채권도 동일한 비율로 과세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혜훈 의원(한나라당) 등 일부 의원들은 다른 국가 자금이 실물 투자를 할 경우엔 세금을 내야 하기 때문에 이슬람채권의 실물거래만 면세하는 것은 특혜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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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종교계는 이슬람채권 발행 자금의 테러 자금 전용 가능성을 지목하고 있다. 이슬람채권 발행을 담당하는 샤리아위원회가 이슬람 근본주의 단체와 연결돼 있고 발행 수입의 2.5%가 '자카트'라는 자선단체에 송금되는데 내역이 드러나지 않아 테러 자금으로 유용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
이에 대해 정부는 "자카트는 수쿠크에만 주어진 의무가 아니라 이슬람교인의 5대 의무 중 하나로 다른 수입에도 적용되는 일종의 헌금"이라며 "자카트의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슬람채권 반대파들은 수쿠크 면세를 주는 나라들이 영국, 아일랜드, 싱가포르 등으로 드물다는 점도 지적한다. 정부는 이들 3개국 이외에도 프랑스가 시행령으로 면제 조치를 했고, 일본 역시 올해 면세 방침을 정했다고 설명했다. 테러에 민감한 미국도 행정해석에 의해 다른 외화표시채권과 동일한 면세 혜택을 주고 있다.
전병헌 의원(민주당) 등 일부 야당의원들이 지적하고 있는 UAE 원전 수주 대가라는 의혹에 대해서도 "2009년 UAE 원전 수주 이전에 이미 상정된 내용으로 외화자금 조달을 다변화하고 기업들의 오일달러 유치에 도움을 주기 위한 것"이라며 "위기대응력을 높이기 위해 빨리 처리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국회 기획재정위는 이슬람채권법의 상임위원회 심의에 앞서 다음달 4일 민간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공청회를 열어 찬반 의견을 듣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