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영선 관세청장 "자유무역협정? 자유 아니다"

윤영선 관세청장 "자유무역협정? 자유 아니다"

전혜영 기자
2011.03.21 06:35

[머투초대석]윤영선 관세청장

-국내기업, 美·EU 세무조사 대비해야

-면세한도 상향, 가급적 상반기 결론

-관세청, 규제기관서 수출조장 기관으로 개혁중

"자유무역협정이요? 자유가 아닙니다" 오는 7월 한·EU(유럽연합) 자유무역협정(FTA) 잠정 발효를 앞두고 수출기업들의 기대와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발효 즉시 EU측이 한국에서 수입하는 공산품의 97.3%는 관세가 즉시 철폐되고, 향후 3년에 걸쳐 99.4%의 공산품목이 무관세로 수출되기 때문이다. 미국과의 FTA 발표도 임박한 상황이다.

ⓒ홍봉진 기자
ⓒ홍봉진 기자

말 그대로 '자유수출'의 길이 열린 듯 보이지만 윤영선 관세청장(사진)은 "자유가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EU, 미국의 강도 높은 세무조사가 기다리고 있다는 것이다. EU와 미국은 전기·전자, 기계, 자동차 등 주요수출품목이 우리나라와 경쟁관계에 있고 한국을 경유한 중국산 물품의 우회수입을 우려하고 있다.

따라서 특혜관세 혜택을 받기 위해서는 수출품이 한국산임을 입증할 수 있는 증빙서류를 체계적으로 준비해야 한다.

윤 청장은 "만약 조사결과 문제가 발견되면 막대한 벌금은 물론 징역형 등 높은 수위의 제재를 당하게 된다"며 "이런 일이 벌어지면 해당 시장에 다시 진출하기 어려운 만큼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오는 23일로 취임 1주년을 맞는 윤 청장을 만나 FTA와 관련한 관세청의 대응 상황 등 현안을 들어봤다.

다음은 윤 청장과의 일문일답이다.

-23일이면 취임 1주년이 되시는데요. 지난 1년간의 소회가 어떠신지요.

▶지난해 3월 취임사에서 FTA에 대한 철저한 대비와 역지사지의 자세로 고객과 소통하고 서비스하는 관세청이 되자고 당부했습니다. 관세청 업무가 상당 부분 시스템화 되면서 지금은 각 기업에 관세를 아는 직원이 거의 없습니다. 당장 FTA가 발효되면 관세를 감면 받아야 하는데 중견기업이나 중소기업은 이 분야에 정통한 사람이 없어 활용률이 늘지 않는 점이 가장 안타까웠습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EU와의 FTA가 잠정발효를 앞두고 있고, 미국과의 FTA비준도 눈앞에 와있습니다. 기업이 꼭 알아야 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관세는 품목을 어떻게 볼 것인지가 중요합니다. 한국에선 A라는 제품을 'MP3'라고 수출했는데 상대방은 '휴대폰'이라고 할 수도 있다는 겁니다. 품목 코드가 국가별로 통일돼 있지만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상대국에선 다르게 보는 게 많기 때문이지요. 결과적으로 상대방은 세금을 더 많이 받는 품목으로 주장하는 사례가 생기게 됩니다.

이건 통관 당시에는 알 수 없고, 1~2년이 지난 후에야 규정위반이라면서 제재조치를 취하는 경우가 상당수 있습니다. 특히 대기업 일 수록 높은 비용을 치러야 하는 것이지요. 자유무역협정이라고 해서 자유가 아닌 겁니다.

-한·아세안 FTA가 발효된지 4년이 지났는데 우리기업들이 감면 받는 비율은 20% 대에 불과하다고 들었습니다. 어떤 이유인가요.

▶우선 아세안 국가 쪽 세관행정에 문제가 있습니다. 우리도 30~40년 전에 세무공무원의 투명성이 문제가 됐듯이 여기도 소위 '급행료'를 줘야 통관이 빨리 처리되다 보니 감면을 포기하는 사례가 많습니다.

우리 측 문제는 기업들의 감면 활용도가 낮고, 활용하기도 어렵다는 점입니다. 완성품 하나에 여러 가지 부품이 들어가는데 납품업체들이 원재료 내역을 다 통보해줘야 합니다. 시스템이 갖춰진 대기업은 몰라도 중견기업은 일일이 협력사를 찾아가서 사정해야 하고, 협력업체가 끝내 안 해주면 안 되기 때문에 애로가 있습니다.

관세청은 이 문제 해결을 위해 지난해 'FTA 패스'라는 전산을 개발했습니다. 관세청 홈페이지에서 프로그램을 무료로 다운받을 수 있고, 관세청 직원들이 사용법을 상세하게 교육하고 있습니다.

-최근 FTA가 발표되면 국내 기업들이 외국의 세무조사에 대비해야 한다는 말씀을 하셨는데요. 외국 관세청이 우리기업을 세무조사 하는 일이 가능한가요.

▶FTA가 발효되면 외국 관세청이 우리 기업을 세무조사하고, 우리도 유럽이나 미국으로 가서 해당 수출기업을 세무조사하게 됩니다. 한미 FTA는 특히 세관직원이 상대국을 직접 조사하도록 돼 있습니다. 예를 들어 미국 관세청이현대차(469,500원 ▼25,500 -5.15%)를 조사하고, 현대차에 부품을 납품하는 만도기계도 조사하고 전체적인 생산라인을 쭉 보면서 문제가 있는지 여부를 체크하도록 돼 있는 겁니다.

거대 유럽권과 미국과의 FTA가 발효되면 유럽이나 미국 관세청이 한국 기업에 와서 세무 조사하는 일이 매우 자주 있을 겁니다. 만약 문제가 발견되면 징역형도 부과할 수 있는 등 페널티도 셉니다. 뿐만 아니라 한번 당하게 되면 관련 시장도 다 뺏긴다고 봐야 합니다.

-최근 400달러로 제한된 면세한도를 상향하는 문제가 이슈가 됐는데요. 올리실 계획이 있는 건가요.

▶검토를 하고 있습니다. 출입객은 크게 증가하고 있는데 세관 직원은 무작위로 보고 있기 때문에 걸리는 사람은 '나만 억울하게 됐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그 얘기는 곧 법이 안 지켜지는 부분이 많이 있는 것이기 때문에 이걸 국민들이 정서적으로 지키는 범위내로 조정해서 지키도록 해야 하는 게 아닌지에 대한 고민이 있습니다.

다만 해외 호화쇼핑 문제를 조장할 수 있는 등의 부정적인 측면도 있기 때문에 두 가지 측면을 모두 고려해서 현재 조세연구원에 용역을 준 상태입니다. 용역 결과가 나오면 어느 선이 적정한 지 등에 대해 국민들의 의견도 들어보고 협의해 나갈 예정입니다. 늦춰서 할 필요는 없다고 보기 때문에 가급적 상반기 안에 결론을 내려고 합니다.

-입국장 면세점 설치를 위한 '관세법 일부 개정안'이 국회에 계류 중인데요. 이에 대한 의견은 어떠신지요.

▶입국장 면세점은 주로 관광도시나 소규모 도시공항 등 출입객수가 적은 곳에 있습니다. 허브공항에는 없는데 인천국제공항은 1년에 5000만 명이 왔다 갔다 하는 허브공항입니다. 입국장 면세점이 설치되면 오히려 서비스의 질이 떨어지고, 공항의 기능이 떨어져 선의의 피해가 늘어날 것으로 봅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조세피난처로 국내 자금이 대거 이동했다는 분석이 나왔는데요.

▶무역 대금의 규모가 커지다 보니 상품 대금 속에 숨겨 오가는 돈이 상당한 건 사실입니다. 그런 부분 때문에 외환조사를 담당하는 과들이 본청도 있고, 세관에도 여러 개 있습니다. 하지만 무역규모가 1조 달러가 되면 새로운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아무래도 관세청 혼자는 어렵고 수평적인 네트워크를 만들어야 합니다.

국세청, 한국은행, 금융정보분석원(FIU) 등 관련 기관 간 정보를 교환하고, 미국 등 외환 기법이 뛰어난 국가로부터 선진 자금세탁에 대한 적발 방법을 공유하는 등 국내외 공유와 협조가 절실합니다.

-관세청이 최근 역동적으로 움직이는 것 같습니다. 남은 임기동안 어떤 면에 주력하실 예정이신지요.

▶관세청이 규제성 기관에서 수출조장행정기관으로 탈바꿈하도록 하는 게 급선무입니다. 제가 와서 보니 FTA을 전담하는 조직이 팀 단위에 직원은 10명도 안되더군요. 이래서는 안된다고 판단해서 180명의 인원으로 FTA 전담조직을 신설했습니다. 중소기업은 당장 돈 빌리고, 물건 만들어 파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세관에 관세 내는 것은 급하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도록 지원하는 게 관세청의 일인데 적어도 이 정도 인력은 갖춰야 기능이 정상화될 수 있습니다.

관세외교도 강화하려고 합니다. 양국 관세청이 친해지고, 세관 직원들이 자꾸 스킨십을 하고, 관계를 친밀히 하는 게 곧 '관세외교'입니다. 이런 방식으로 관세행정의 글로벌화를 이끌어 나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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