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캠페인]결식 아동, 노인 증가···독거노인 102만명, 10년뒤에는 152만명
서울 종로구 안암동에 거주하는 김모 할머니(70)는 부엌 딸린 1칸짜리 방에서 홀로 산다. 다리가 불편해 거동이 부자연스럽다. 병원에서는 수술을 권유했지만, '돈이 없어'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
할머니는 성북노인복지센터에서 점심을 배달받는다. 복지센터의 '홀몸안심도우미'가 하루 한 번씩 배달하는 점심 도시락을 받아 하루 끼니를 때운다. 센터에서 봉사하는 배정자 할머니(74)는 "요즘은 김 할머니가 손자와 같이 지내는 데 갈 때마다 반긴다"며 "방문시 긴 이야기는 나누지 못하지만 사람이 찾아오고 음식을 전해주는 것에 대해 늘 고마워한다"고 말했다.

조모 할아버지(75)도 센터에서 전해주는 도시락에 의존해 살아간다. 유난히 추웠던 지난 겨울에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전기장판 하나로 겨울을 보냈다. 전기세가 아까워 형광등도 켜지 않고 캄캄한 동굴 같은 방에서 하루 종일 누워 지냈다. 센터에서 봉사한지 5년째인 장영두 할아버지(81)는 "취사시설도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곳에서 하루 종일 도시락만 기다리고 있는 노인들이 많다"고 말했다.
성북복지센터가 실시중인 '홀몸안심도우미'는 매일 20명분의 도시락을 독거노인이나 결식노인에게 제공한다. 점심시간에 맞춰 하루 한번 배달이지만, 한 끼분 보다 조금 넉넉히 배달한다.
지난 22일 오후 서울역 13번 출구 앞에서 '사랑의 쌀 나눔운동본부'가 주최한 '따스한 채움터'에서 만난 60대 황모 할아버지는 "아침과 점심 겸 저녁, 2끼를 먹는데 모두 교회에서 나눠주는 식사로 해결 한다"고 털어놨다.

<사진설명: 가족 없이 홀로 사는 독거노인이 급증하면서 하루에 한 끼도 제대로 못 먹는 노인들이 늘고 있어 이들에 대한 지원이 절실하다. 사진은 지난 22일 서울역에서 진행된 무료급식 사랑나눔 빨간밥차 행사다>
상진(가명 11)이는 눕기조차 어려운 작은 옥탑방에서 할머니(76)와 함께 산다. 아버지는 외환위기(IMF) 당시 중국에서 사업을 구상하다 사기를 당한 후 연락이 두절됐다. 어머니는 아버지와 연락이 끊기자 보증금을 빼내 가출했다. 할머니는 고령으로 관절염과 심장판막증, 탈장 등 증세로 건강이 좋지 않다.
거동이 불편한 할머니를 보살펴야 하는 상진이는 끼니를 거르거나 라면으로 해결하기가 다반사다. 상진이 가족은 매달 정부가 제공하는 기초수급비와 초록어린이재단 후원금 등 80여만 원으로 생활한다. 상진이의 희망은 회사원이다. 부자가 돼 따뜻하고 넓은 집에서 살면 친구들이 놀리지 않을 것 같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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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수출 7위, 국민소득 2만 달러 시대에도 끼니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는 '사각지대'가 있다. 주위를 둘러보면 결식 노인·아동이 상당수이지만 관심은 여전히 높지 않다.
아동복지기관 '초록우산 어린이재단(www.childfund.or.kr)'에 따르면 재단이 지원하는 빈곤아동 5만8000여 명 중 월 소득 50만 원 이하 가구의 아동이 1만9000여명으로 33%를 차지했다. 월 소득이 아예 없는 가구의 아동도 555명에 달했다.
이서영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대외협력실 팀장은 "빈곤층 아동들은 스스로 식사를 해결해야하기 때문에 끼니를 아예 거르거나, 라면과 과자 등 인스턴트식품에 의존하게 되는데, 이런 생활이 장기화되면 발육 불균형을 겪게 된다"고 말했다.
사회가 급속하게 노령화, 핵가족화하면서 '결식노인'도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가족 없이 홀로 사는 '독거노인'이 급증하면서 하루에 한 끼도 제대로 못 먹는 노인 숫자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65세 이상 인구 535만7000명 가운데 홀로 사는 '독거노인'은 102만1000명으로 19%를 차지했다. 10년 뒤인 2020년에는 이 숫자가 152만1000명으로 증가한다.
하지만 이들 소외된 아동·노인에 대한 정부 예산은 턱없이 부족하다. 올해 보건복지부 예산 운용계획에 따르면 기초생활수급 대상자가 지난해보다 2만7000명 줄었고 생계급여 예산도 32억 원이 삭감됐다.
최혜지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서울시가 결식노인 예산을 지난해 118억 원에서 올해는 15% 삭감된 100억 원을 배정하고, 수혜 노인수도 1만5550명에서 1만3150명으로 줄였다가 논란이 일자 철회했다"며 "이는 밥을 굶는 노인, 아동에 대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철저한 무관심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말했다.
최 교수는 "최소한의 먹거리 해결은 누구나 누려야 할 사회적 권리"라며 "정부는 이 같은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전력을 기울여야 할 의무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