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재벌압박에 국민연금도 활용하나

MB 재벌압박에 국민연금도 활용하나

진상현 기자
2011.04.26 10:40

동반성장 등 국정과제 위한 재계 압박에 국세청, 공정위 이어 국민연금 카드도

대통령 직속 미래기획위원회가 제기한 공적 연기금의 주주권 강화가 현 정권의 '재벌 압박 카드'로 활용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국민연금 등 연기금이 보유한 주주권으로 대기업 경영의 미비점을 보완하겠다는 방침이 유무형의 다른 기업 압박 수단과 결합할 경우 대기업 경영을 옥죄는 결과가 초래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이명박 대통령이 집권 후반기 핵심 국정과제로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친서민, 동반성장을 실현하는데 국세청, 공정거래위원회, 동반성장위원회에 이어 연기금까지 가세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곽승준 미래기획위원회 위원장은 26일 롯데호텔에서 열린 '공적 연기금의 주주건 행사 및 지배구조 선진화' 정책토론회에서 "국민연금 적립액이 작년 말 이미 324조원, 향후 2043년 2500조원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국민연금 등 공적 연기금들의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가 본격적으로 검토돼야 할 시점"이라고 밝혔다.

곽 위원장은 선진 주요 연기금들은 이미 주주권을 적극적으로 행사고 있다며 국내 공적 연기금들의 주주권 행사가 관료화에 따른 대기업의 활력 저하, 공적 기능 약화 등을 보완해줄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국세청, 동반성장위원회 등 정부 기관들이 앞 다퉈 기업들을 압박하고 있는 상황에서는 순기능 보다 역기능이 더 클 것이라는 우려가 많다.

국민연금이 공공성을 이유로 기업 경영을 좌우할 경우 '연금 사회주의'로 변질될 수 있기 때문이다. 공공성이 지나치게 강조되다 보면 시장에서 경쟁해야하는 기업의 경쟁력이 약화되기 마련이다.

선진국에 비해 '관치' 문화가 더 강한 우리 기업 환경을 감안하면 기업들의 부담은 더욱 가중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정부는 지난해 '공정사회'라는 화두를 제시한 이후 동반성장 등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 방향을 실현하기 위해 대기업들을 직간접적으로 압박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재벌기업의 계열사에 대한 '일감 몰아주기' 과세 방침이다. 정부는 지난달 31일 이명박 대통령 주재로 열린 회의에서 세금도 내지 않고 자녀에게 회사를 물려줘 온 행태를 뿌리 뽑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밝혔다. 국세청이 올해 역점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는 해외에서의 기업 탈세조사도 같은 맥락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국세청은 해외탈세조사를 통해 올 1분기에만 4600억 원을 추징했다.

정유사들이 휘발류 가격을 리터당 100원씩 인하하는데도 정부의 압박이 영향을 미쳤다. 동반성장위원회도 '초과이익공유제'로 논란을 일으킨데 이어 '중소기업 적합업종' 선정 등 대기업의 경영에 제약이 될 수 있는 안들을 계속 추진하고 있다.

이런 환경에서 정부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공적 연기금들의 주주권 행사까지 더해질 경우 기업들의 압박감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국민연금이 선진국의 주요 연기금들처럼 기업 경영을 견제할 만큼 전문성을 갖췄느냐도 문제다. 미래기획위의 지적처럼 국민연금의 내부역량 강화나, 국민연금 자체의 지배구조 개편, 기금 운용의 투명성과 독립성 확보 없이는 연기금의 주주권 행사는 부작용이 더 크게 나타날 수 있다는 얘기다.

곽 위원장은 "연기금이 지분을 확보하는 데는 한계가 있고, 사외이사를 추천해도 1명 추천에 그친다"며 "국민연금이 경영권을 바꾸거나 경영을 할 수는 없기 때문에 관치 우려는 크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오히려 연기금이 추천한 사외이사가 기업 말만 듣게 될 우려가 있다"며 "기금융운용본부를 독립시키는 법안이 발의돼 있는 등 필요하면 국민연금 지배구조 바꾸는 방식으로 관치 우려를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관련 기사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