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 없이 척추가 휘는 '척추측만증'으로 고생하는 아이를 둔 부모들이 혼란을 겪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때문이다.
심평원은 지난달 27일 보도자료를 내고 척추측만증을 앓고 있는 10대 청소년이 늘고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문제는 치료법을 언급한 부분. 전문의 출신 비상근심사위원의 입을 빌어 "대부분의 척추측만증은 특발성으로 원인을 모른다"며 "척추교정이나 물리치료, 침술치료 등은 효과가 없으므로 불필요한 치료에 비용을 지불하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
보도자료 말미에는 "이상을 느꼈을 때는 비과학적 치료에 의존하지 말고 척추 전문의를 찾아 올바른 진단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도 덧붙였다.
심평원이 '비과학적 치료'로 지목한 척추교정이나 물리치료, 침술치료는 한방의료기관에서 척추측만증에 쓰는 치료법이다. 정부기관이 양방 정형외과 교수인 전문의의 말을 빌어 '한방치료'는 받지 말라고 공식화한 셈이다.
이같은 심평원의 보도자료가 언론을 통해 대중에게 알려진 뒤 대한한의사협회는 즉각 반박했다. 당연한 수순이었다. 국내에 발표된 여러 논문을 들어 "척추측만증에 한방치료 효과가 탁월하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라며 "한의학을 폄훼한 저의를 밝히라"고 반발했다.
척추측만증은 척추가 정상적인 형태를 띠지 않고 굽거나 휘는 것을 말한다. 서서히 진행되기 때문에 대부분 변형이 상당부분 진행된 상태에서 발견한다. 때때로 등의 통증이나 피로를 호소하기도 하지만 통증이 없는 것이 보통이다.
하지만 휘어진 각도가 심한 경우에는 갈비뼈가 골반을 압박해 통증을 유발할 수 있으며, 성인이 된 이후에는 요통이 나타날 수 있다. 방치할 경우 하지신경이상을 일으켜 수술이 필요한 상태까지 갈 수도 있다.
때문에 한방의료기관은 물론 일반 병·의원에서도 척추가 더 이상 휘는 것을 막고 교정하기 위해 다양한 방식으로 치료하고 있다. 양방치료를 받을 지 한방치료를 받을 지 선택하는 것은 소비자들의 몫이지만 충분한 정보를 바탕에 둔 선택이 아닌 만큼 정부기관 같은 공신력을 지닌 기관의 조언은 절대적인 영향력을 갖는다. 관련단체들의 반발은 있을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심평원은 근거를 제시하며 뱉은 말에 책임지지 않고 4일만에 말을 바꿨다. 기관에서 공식적으로 배포한 보도자료에 포함됐던 내용을 심사위원 개인의 견해로 치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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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평원 측은 "해당 심사위원이 척추측만증 관련 국제학회에서 물리치료나 침술치료로 효과가 있다는 사례를 본 적이 없어 이같이 설명했다"며 "한의학시술이나 연구로 척추측만증을 치료한 사례가 있고 이와 관련한 근거가 있다면 부정할 의도는 없다"고 해명했다. '아니면 말고' 식이다. 심평원 발표를 듣고 한방의료기관에서 치료받다가 놀랐을 환자들은 당혹스러웠을 듯하다.
심평원은 전체 의료기관들이 제대로 진료했는지, 진료비는 부풀리지 않았는지 등을 평가하는 국내 유일의 국가기관이다. 의료계의 '국세청'이라고 불릴 정도로 힘과 권위를 갖고 있다.
하지만 이번 일로 국민들은 심평원의 발표를 곧이곧대로 믿기 어려워졌다. 쉽게 `아니면 말고'식으로 말을 바꾸는 조직으로 비춰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심평원이 자신들의 말에 책임을 져야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