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내년 경제성장률을 3.7%로 대폭 하향 조정하고 사실상 준(準)비상경제체제를 선언했다. 유럽 재정위기가 심상치 않다는 판단에 따라 지난 9월 예산안을 제출할 때 제시했던 성장률 전망치 4.5%를 3개월 만에 0.8%포인트나 낮췄다. 뿐만 아니라 유럽 위기 진행 상황에 따라 추경 예산도 고려하겠다고 했다.
이와 관련, 많은 부분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정부마저 '위기'를 공식 인정한 것이 적절한 선택이었는지를 놓고 뒷말이 있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국민이 정부를 불신하게 될 때 나타날 부작용(그는 '신뢰의 세금'이라고 했다)을 고려했다"고 설명했지만 정부마저 "어렵다"고 인정할 경우 '위기의 자기실현 효과'가 나타날 수도 있다. 한 정책 당국자는 "신뢰의 세금은 줄였을지 모르지만 정부가 국민에게 줄 수 있는 '희망보조금'도 없애 버렸다"고 표현했다.
어쨌든 정부의 내년 성장률 전망치는 3.7%로 확정됐다. 이제는 정부 표현대로 불확실한 경제 상황에 선제적으로 대처하면서 우리의 성장 동력을 확충하는데 힘을 쏟아야 할 때다.
게다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망으로 불확실성이 한층 더 높아졌다. 당장 우리 경제에 큰 일이 생기지는 않겠지만 북한 내부의 권력승계가 어떻게 진행되는지에 따라 우리나라의 신용등급과 외국인 투자 등 펀더멘탈이 흔들릴 수도 있다.
하지만 정부는 사실상 손발이 묶여 있는 상태다. 내년 예산안이 아직도 국회에서 처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내년 경제 상황이 불확실한데다 특히 상반기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최대한 빠른 예산집행이 필요하다. 국회가 계속 발목을 잡을 경우 오히려 예산집행이 늦어질 수 있다. 정부 예산 확정이 늦어지면 지방자치단체의 예산 확정도 지연되고 그만큼 집행 시기가 미뤄질 수밖에 없다.
국회가 복지예산 확대를 요구하고 있지만 12월 말까지 예산안이 통과되지 않으면 그나마 정부가 새롭게 만든 복지제도나 수혜 대상을 확대한 복지 예산은 전달될 수조차 없다.
그야말로 혼란의 시대다. 유럽 재정 위기, 정치적 혼돈에 이어 북한 리스크까지 불확실성이 넘친다. 국민들의 불확실성을 줄여주고 안정감을 찾아주는 게 정치의 역할이고 정부의 할 일이다. 국회는 하루 빨리 내년 예산안을 통과시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