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경제 구조적 문제 해결할 장기 비전 제시…임기말 비전 제시 논란 불가피
정부가 참여정부 시절 '비전 2030'과 유사한 형태의 장기 국가비전을 오늘 7월 제시한다.
15일 복수의 정부 고위 관계자에 따르면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1월 말로 예정된 조직개편에서 '장기(미래)전략국'을 신설해 향후 한국 사회가 나아가야 할 장기비전을 작성해 오는 7월 발표할 예정이다.
'MB식 장기비전'에는 △복지, 통일비용, 사회양극화, 저출산·고령화, 청년실업, 교육 등 우리 사회가 직면한 구조적 문제에 대한 해법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우리 경제 및 국가가 나아가야 할 방향 △수반될 비용에 대한 재원마련 대책 등 사회·경제 전 분야를 망라한 국가 전략과 청사진이 담길 예정이다.
◇MB정부 장기비전 7월까지 제시=기획재정부는 이를 위해 20명의 젊은 학자들로 구성된 '미래전략네트워크'를 가동, 브레인스토밍 작업을 벌이는 등 장기비전 구축 작업을 구체화해왔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정부가 준비하고 있는 장기비전은 신성장동력 육성과 같은 단편적 전략을 넘어 참여정부 시절 '비전 2030'처럼 국가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는 장기 전략"이라며 "각 부처가 그린 미래비전을 재정부가 통합하는 작업도 함께 병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과거 참여정부가 비전 2030을 기획예산처와 한국개발연구원(KDI) 위주로 비밀리에 작성했던 것과 달리 정부 각 부처를 비전 수립 과정에 능동적으로 참여시킨다는 것.
지난 2006년 말 '비전 2030'이 발표된 직후 나온 비판을 수용, 보다 정밀하고 합리적인 비전을 제시하는데 참고한다는 방침도 세웠다. 오는 2030년에 1인당 국민소득 4만9000달러, 삶의 질 세계 10위를 달성한다는 비전 2030은 1100조원에 달하는 천문학적인 재원 마련 방안 등을 제시하지 않아 발표 당시 구체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을 받았다.
장기비전 제시 임기말 고질병?=그러나 MB 정부가 임기를 불과 1년 가량 남겨둔 현 시점에서 장기 비전을 추진하고 있어 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차기 정부에서 전 정권의 철학이 담긴 국가비전을 채택할 가능성이 희박한데도 인력, 예산을 투입해 의미 없는 연구를 할 필요가 있냐는 것이다. '비전2030'도 정권 말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거센 역풍을 맞았다.
'비전 2030' 작업에 참여했던 정부 관계자는 "비전 2030은 '성장과 복지의 동반성장'이라는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고 공론화하자는 의도였지만 정권에 힘이 있던 집권 초기가 아니라 말기에 제시해 순수성을 의심받았고, 결국 '세금폭탄'이라는 비난에 시달리다 사장됐다"고 회고했다. 마찬가지로 '레임덕' 신세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MB정부가 현 시점에서 추진하는 건 무리라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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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부도 이 같은 비판을 모르지 않는다. 내부에서 "내가 장관이라면 안 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이와 관련, 사실상 재정부의 의지라기보다 박재완 장관의 의지로 추진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박 장관이 이 같은 비판을 무릅쓰고 정권 말에 장기 비전을 마련하려는 이유는 현 정권이 '위기극복'에 매몰돼 큰 그림을 그리지 못했다는 반성 때문이라고 재정부는 설명했다.
현 정부는 2008년 출범과 동시에 글로벌 금융위기를 맞아 2009년까지 위기 극복에 주력했다. 경제가 정상화 단계에 들어선 것처럼 보였지만 2011년 다시 유럽 재정위기가 터져, 위기와 싸우는데 지난 4년을 고스란히 바친 셈이다.
현 정부에서 장기 국정과제를 다루는 미래전략위원회나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가 존재감을 상실해 '컨트롤타워'가 없다는 점도 박 장관이 직접 나서는 이유다. 미래위나 국경위는 정권 초 실세 위원장이 진두지휘하면서 각 부처를 주도하는 역할을 했지만 최근에는 명맥만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본격화된 정치권의 복지사회 논쟁에 현 정부가 끌려 다니고 있다는 반성도 박 장관이 좀 더 큰 그림을 그리려는 이유다.
◇MB·박근혜도 무시 못 한 비전 2030=비판에도 불구하고 구조적 문제를 다룰 장기비전의 필요성은 크다. 참여정부의 '비전 2030'이 완전히 사장되지 않고 MB정부에서 부활한 점은 이를 반영한다.
이명박 대통령 자신도 무상보육, 반값등록금 등 비전 2030의 내용을 상당부분 차용했고, 박근혜 한나라당 비대위원장도 '생애주기별 맞춤형 복지'를 수용했다. 사회구조적 문제를 해결하려는 작업은 누가 정권을 잡았느냐, 언제 해야 하느냐와 상관없이 추진해야 할 과제기 때문에 한나라당도 자유로울 수 없었던 셈이다.
재정부 관계자는 "정권은 끝나지만 국가는 계속되는 것 아니냐"면서 국가 장기전략 연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또 다른 정부 관계자도 "비록 정권 말이지만 국가가 장기적으로 나아가야 할 합리적인 비전을 정립한다면 차기 정권도 외면하기 힘들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