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수출때마다 美에 사전동의 얻어야··· 독자적 수출권 확보 시급
한국이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에 목을 매고 있는 또 다른 이유. 그것은 바로 2030년 1200조원 규모로 성장해 국가적 신성장동력으로 육성 중인 '원전 수출'에 있다.
한국은 1971년 고리 원자력발전소를 착공한 이후 현재 원전 21기를 운영 중이며 7기를 추가로 짓고 있다. 원전 시공 실적을 기준으로 세계 5위, 설비용량(1만8000㎿) 기준으로 세계 6위 규모의 원자력 강국이다.
정부는 지난 2009년 200억 달러 규모의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원전 사업 수주를 계기로 원전 산업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육성하고 있다.

세계원자력협회에 따르면 상용 원전은 2030년까지 세계 각국에 400기가 새로 건설되는 등 1200조원의 시장이 형성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산하 원자력기구(NEA)는 2050년까지 1000기 가까운 원전이 추가 건설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해 3월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원전 르네상스' 물결이 다소 주춤해졌지만 최근 들어 미국 정부가 34년 만에 처음으로 국내 원전 건설을 승인하고, 중국도 중단했던 신규 원전 심사와 착공을 재개하는 등 원전 붐이 다시 불붙었다.
우리 입장에서 보면 조선과 반도체, 자동차 못지않은 새로운 수출 시장이 열리는 셈이다. 약 3조원 규모인 원전 1기 수출이 자동차 16만 대 수출과 맞먹는 만큼 포기할 수 없는 시장이다.
하지만 현실은 심각하다. 한·미 원자력협정은 한국이 원전을 수출 때마다 미국의 '사전동의'를 얻도록 규정하고 있다. 대상 국가도 한국과 미국 모두와 원자력 협정을 맺고 있는 곳으로 제한된다. 한국의 정책과 전략만을 가지고 해결할 수 있는 게 별로 없다는 것이고, 자칫 1200조원 시장에서 도태될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UAE의 경우 미국 웨스팅하우스가 사업에 함께 참여, 미국이 급하게 UAE와 원자력협정을 체결하는 등 적극적으로 나섰지만, 이런 호흡이 앞으로도 이어질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특히 한국 기업이 미국 업체와 경쟁할 경우 자국 경제를 위한 보이지 않는 견제심리가 발동할 가능성이 높다. 실제 미국 의회조사국(CRS) 최근 보고서는 한국의 '거침없는 질주'에 대한 의회의 견제를 언급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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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극적인 원자력 산업화를 통해 세계 3대 원전 강국으로 도약하겠다는 정부의 '장미빛 청사진'이 미국과의 원자력협정 개정 없이는 '말짱 도루묵'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국내 원전 규모 확대와 기술수준 향상을 감안하면 현행 협정의 합리적인 개선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원전업계 관계자는 "한·미 원자력협정이 원전 강국 한국의 현실과 입장을 반영하는 방향으로 개정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