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하나의 美불평등… '원자력협정'은 무엇인가

또 하나의 美불평등… '원자력협정'은 무엇인가

유영호 기자
2012.02.21 06:19

韓·美 원자력협정, 한국의 핵무장 우려해 '재처리' 원천금지…"한국 위상 반영해야"

한국과 미국이 원자력협정 개정을 위한 제5차 협상을 비공개로 시작했지만 서로의 입장차만을 재확인한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 원전에 임시저장 중인 사용후 핵연료는 당장 2016년 포화상태에 이르지만 정부는 한·미 원자력협정에 발이 묶여 별다른 대안을 찾지 못하고 있다. 안정적이고 평화적인 원자력 이용 권리를 확보하기 위해 협정의 조기 개정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20일 지식경제부와 한국수력원자력에 따르면 국내 4개 원전 본부에 임시저장 중인 사용후 핵연료는 오는 2016년 고리원전을 시작으로, 2018년 월성원전, 2019년 영광원전, 2021년 울진원전 순으로 줄줄이 포화 상태에 이를 전망이다.

사용 후 핵연료란 원자로의 연료로 사용한 핵연료 물질을 뜻한다. 지난해 말 기준 34만8536다발의 사용후 핵연료를 보관 중이며, 매년 21기의 원자로에서 발생하는 사용후 핵연료가 1만2000다발에 달한다.

석유, 석탄 등 화석연료 고갈로 앞으로도 원전 비중을 늘려가는 것이 사실상 불가피한 점을 고려할 때 사용후 핵연료 처리 방안을 시급히 마련하는 것이 국가적 과제다. 사용 후 핵연료 처리방법은 크게 '직접처분'과 '재처리'의 2가지 방법이 있다.

'직접처분'은 지하 암반층에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장, 소위 핵 폐기장을 만들어 영구 보관하는 것이다. 캐나다, 스웨덴, 핀란드 등이 이 처리방법을 택하고 있다.

문제는 한국의 경우 사회적 수용성 측면에서 어려움이 있다는 것. 지난 2003~2004년 전북 부안군 위도 핵폐기장 백지화 사태 당시 군수가 주민들에게 폭행당하고 격렬한 시위로 800여 명의 부상자가 발생하는 등 극심한 혼란을 겪은 사례를 보면 알 수 있다.

또 경주에 건설 중인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처분장도 1986년 최초 검토 이래 약 30년만인 2005년에 건설지를 결정한 점을 고려할 때 '직접처분'은 부지선정 등에 상당한 시일이 필요하고, 주민 동의 여부가 불투명하다는 단점이 있다.

직접처분을 할 수 없다면 남은 처분방법은 프랑스 등과 같이 사용후 핵연료를 핵연료로 다시 쓰는 '재처리'다.

사용후 핵연료는 타지 않고 남아있는 연료가 95%가량이나 되기 때문에 이를 재처리해 활용하면 경제적으로 이득이 된다. 특히 폐기물량도 5분의 1로 줄어 저장시설 부족의 어려움에서도 벗어날 수 있다. 경제적인 관점에서 볼 때 가장 좋은 처분방법인 셈이다.

하지만 한국은 지난 1974년 체결된 한·미 원자력협정에 묶여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를 할 수 없다. 미국이 한국의 핵무장 가능성을 우려, 사전 동의 없이 사용후 핵연료를 재처리하거나 제3국에 이전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한국의 원자력 기술력을 반영해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를 포함해 평화적 핵주권을 '포괄적'으로 확보하는 방향으로 조속히 개정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특히 한국과 사정이 비슷한 일본이 이미 1988년 미·일 원자력협정 개정을 통해 재처리를 하고 있고 최근 요르단, 베트남도 사실상 재처리를 허용하기로 알려진 만큼 한국만 금지하는 것은 형평성에 맞지 않다는 지적이다.

외교통상부에 따르면 국제원자력기구(IAEA) 헌장이나 핵확산방지조약(NPT)에도 재처리 시설을 금지하는 규정은 없다. 김태현 국가대전략연구소장은 "한·미 원자력협정 체결 이후 약 40년간 한국의 원자력 기술력은 세계적 수준으로 발전했다"며 "원자력 강국인 한국의 위상을 반영해 협정을 개정할 때가 됐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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