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문제·2000년 우라늄 농축시험 등 배경··· "NPT 틀안에서 허용해야"
미국이 한국의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 허용에 유독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 이유는 '핵무기 없는 세상'을 목표로 핵확산 방지에 초점을 두고 있는 정책 기조 때문이다.
무엇보다 한국에 대한 재처리 허용은 북한 핵문제 해결을 위태롭게 한다는 인식이 기저에 깔려있다. '남과 북은 핵재처리 시설과 우라늄농축시설을 보유하지 않는다'고 규정한 1992년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도 여기에 힘을 실고 있다.

미국의 입장은 사용후 핵연료를 재처리할 경우 핵무기 제조에 사용될 수 있는 순수 플루토늄이 추출되는 구조적 시스템에서 비롯된다. 한마디로 '재처리가 핵무장의 시발점이 될 수 있는 만큼 한반도에서 어떤 형태든 사용후 핵연료의 재처리를 허용하는 것은 어렵다'는 것이 미국 정부의 속내인 것이다.
실제로 미국은 한국의 핵무장에 대해 강한 우려를 가지고 있다. 지난 2000년 대전 한국원자력연구소의 레이저 농축법을 활용한 우라늄 농축 시험사례도 영향을 미쳤다.
당시 외교통상부와 과학기술부(현 교육과학기술부)는 "일부 과학자가 가돌리늄이라는 물질을 분리하려다가 학문적 호기심에서 우라늄 농축을 같이 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분리된 우라늄이 0.2g에 불과하기에 핵무장 등 다른 의도는 없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미국은 한국의 주장을 크게 신뢰하지 않았고, 당시 한국이 조직적으로 우라늄 농축을 시도했고 여전히 유사한 시도를 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를 가지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전했다.
한 외교 전문가는 "기술적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재처리'라는 단어 하나에도 미국 내 핵비확산론자들이 발칵 뒤집히는 민감한 상황이 여전하다"며 "5차 협상에서 미국이 '한국이 원자력협정 개정을 기술적 측면으로만 접근하고 있다'고 우려를 표시한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의 입장은 정반대다. 원자력협정 개정에 반영하려는 건식처리 공법인 '파이로 프로세싱'은 플루토늄 등 민감한 핵물질을 분리·회수할 수 없어 무기화 가능성을 낮췄다는 것이다. 오히려 이를 통해 기존의 재처리를 통한 핵확산 우려가 해소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전문가들은 한국이 재처리 권한을 얻으면 북한에 대해 평화적 핵 이용을 담보로 핵무기 포기를 이전보다 더 강하게 국제사회와 함께 압박할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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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현 국가대전략연구소장(중앙대 국제대학원 교수)은 "핵확산금지조약(NPT)은 핵무기를 갖지 않은 회원국이 재처리 시설을 보유하고 플루토늄 등을 추출하더라도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을 통해 그 사용처를 감시받으면 허용하도록 규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한국에 재처리 권한을 허용하고 거꾸로 북한에게도 '한국처럼 사찰을 받으면 재처리를 인정하겠다'는 논리를 자연스럽게 NPT의 틀 안으로 유도해야 한다"며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