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년 만에 돌아온 '선거의 해'를 맞아 복지 공방이 뜨겁다. 이는 비단 정치권 만의 일이 아니다.
재정부는 최근 복지태스크포스(TF)를 구성, 여야가 내세운 복지공약의 소요 예산을 추산했다. 정부가 직접 공약의 필요 예산 추정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때 재정부의 가장 큰 걱정거리는 추산의 근거였다. 여야를 막론하고 제시한 공약들에 구체적 이행계획과 재원 조달 방안이 빠져 있었기 때문이다.
알맹이가 빠진 공약에 재정부는 첫번째 복지TF에서 개별공약의 소요 예산 추정을 사실상 포기했고 결국 소요예산 추산 자체가 이 정도쯤(5년간 최대 340조원) 되지 않을까라는 식이 됐다. 정치권 역시 이점을 들어 구체적 근거도 없이 감히 공약을 평가하려 했다는 말로 재정부의 시도 자체를 깎아내렸다.
그러나 공약 이행에 얼마만큼의 예산이 필요하고 그 재원을 어떻게 마련해야 하는지를 궁리하는 것은 재정부의 소관이 아니다. 선거를 불과 한달여 앞둔 시점에서도 어느 정도 예산이 필요한지 분석하기조차 힘들 정도의 공약을 내건 책임은 정치권에 있다.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재정부의 복지TF는 적어도 정치권이 공약 나열 경쟁에서 한발 물러서 곳간을 돌아보게 하는 계기는 된 듯하다.
민주당이 26일 조세개혁방안을 통해 복지공약 재원마련의 로드맵을 제시한 데 이어 곧 새누리당도 세제 개편을 통해 한 재원 확충 계획에 이어 복지재원 대책을 내놓을 계획이다.
특히 새누리당은 현재 세제 개편을 통한 복지 재원 확충과 함께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판단되는 일부 공약을 수정하거나 폐기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월 10만원 수준인 사병 월급을 40만원으로 올리는 파격 대신 20만원으로 인상 폭을 낮추는 현실성을 택하는 식이다.
물론 정치권과 정부 사이엔 여전히 상당한 간극이 존재한다. 부자 증세나 법인세율 인상, 세금감면 혜택 축소 등은 앞으로도 많은 충돌을 예고하고 있다. 그러나 고령화와 저출산 등으로 향후 복지예산이 날로 늘어날 것을 생각한다면 조심스럽긴 해도 정부가 복지공약의 현실성(재원) 검증에 가세했다는 것은 긍정적인 일이다.
그렇기에 첫 논쟁이 더욱 중요하다. 치열한 논쟁이되 감정싸움으로 흘러선 안 된다. 항상 합리적인 분석과 논리적인 비판이 수반돼야 한다. 4대강에 들어가는 예산만 돌려도 차기 정부 복지예산은 충분하다는 식의 익숙한 정치적 수사(修辭)는 잠시 접어둬도 될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