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역외탈세와의 전쟁에 나선 국세청

[기자수첩]역외탈세와의 전쟁에 나선 국세청

구경민 기자
2012.03.05 17:18

"역외탈세와의 싸움은 고도의 전문성이 필요한 전쟁이다. 지금 인력구조로 거대 자본과 전문적 지식으로 무장한 역외탈세자를 찾아내 세금을 추징하기에는 많은 무리가 따르는 게 사실이다."

한 국세청 간부는 지난달 28일 기자와 만나 속내를 털어났다. 이날은 고액·지능적 체납자와 재산을 국외로 불법 반출한 체납자의 재산을 끝까지 추적하겠다는 '숨긴재산 무한추적팀'이 출범한 날이다.

역외 탈세를 잡기 위해 새로운 출발선에 섰지만 만만찮은 싸움이 될 것이라는 얘기다. 실제로 국세청은 그동안 역외 탈세와의 전쟁에 번번이 고배를 마셨다. '구리왕' 차용규씨는 과세전 적부심사에서 국세청에 승소했고, '완구왕' 박종완씨도 1심에서 무죄를 받아 세정당국을 허탈하게 했다.

비즈니스 국경이 없어지고, 다양한 조세피난처가 등장하면서 역외탈세는 흐름을 파악하기조차 힘들어졌다. 반면 역외탈세자들은 거액의 수수료를 받는 전문 변호사를 대거 고용해 세금추징을 빠져나갈 구멍을 귀신같이 찾아낸다. 심지어 전직 국세청 인력들이 '전관예우' 관행을 이용해 대형 로펌에 들어가거나 고문료를 받으면서 역외탈세자들의 세금탈루를 돕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이 같은 탈세자들을 뿌리 뽑기에는 국내의 인프라는 턱없이 미미하다. 미국 국세청 범칙수사국(CID)의 경우 역외탈세를 잡기 위해 10여 개 국가에 4000명이 파견 나가 있다. 심지어 거액의 예산을 들여 사설탐정을 고용하기도 한다. 반면 28일 출범한 국세청 숨긴재산 무한추적팀은 17개 팀 192명 수준이다.

물론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다. 국세청이 역외탈세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것은 불과 1년 밖에 안 됐다. 정부도 역외탈세 근절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관련 예산을 지난해 58억원에서 78억원으로 상향조정하는 등 적극적인 지원에 나서고 있다.

국세청 관계자는 "역외탈세가 급증하는 추세를 염두에 두고 진작부터 전문 인력을 보강하고 사전 준비를 철저히 했다면 이렇게 까지 체면이 구겨지지는 않았을 것"이라면서 역외탈세자 근절에 대한 의지를 불태웠다.

숨긴재산 무한추적팀이 역외 탈세로 무너진 국세청의 자존심을 세우는 첨병 역할을 해주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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