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균형재정 집착" 정부 드라이브에 민간 '이견'

"균형재정 집착" 정부 드라이브에 민간 '이견'

신희은 기자
2012.06.12 17:00

"경제 어려운데 내년 균형재정 집착 우려, 추경가능성 열어둬야"

정부가 내년 균형재정 달성을 최우선 국정과제로 추진 중인 가운데 균형재정 달성시기와 방법론을 두고 정부와 민간전문가 사이에 입장이 엇갈렸다.

정부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극복한 경험을 바탕으로 향후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재정여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라도 내년 균형재정 달성이 시급하다는 입장이다.

반면 민간전문가들은 경제위기 상황에서 내년 균형재정 목표달성에 '집착'하면 정치적 판단에 매몰되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고 경계했다. 경제흐름에 따라 균형재정에서 추가경정예산 편성으로 신속히 전환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 "균형재정 달성 최우선" vs "집착 버려야"

12일 서울 외환은행 본점에서 열린 '3일 간의 재정콘서트' 2012~2016년 국가재정운용계획 총괄·총량분야에서 정부의 내년 균형재정 목표를 둘러싸고 정부와 민간전문가 간 시각차가 부각됐다.

최상대 기획재정부 예산총괄과장은 "정부가 내년 균형재정에 집착하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는데 '너무'라고 하면 부담스럽지만 '집착'은 사실이다"며 "대내외 경제상황이 어렵긴 하지만 2008~2009년 대규모 재정확대 정책을 폈던 때 정도는 아니다"고 추경예산 편성 필요성을 부인했다.

최 과장은 "1997년 IMF 위기를 겪으며 깨달은 교훈 중 하나가 경제위기는 재정으로 극복할 수 있지만 재정위기는 극복 수단이 없다는 것"이라며 "이명박 정부 마지막 해에 나라곳간을 채워서 새 정부에 넘겨줌으로써 원활한 국정운영을 뒷받침하자는 것도 중요한 이유 중 하나"라고 말했다.

민간전문가들은 정부가 내년 균형재정 목표달성에 매몰돼 당장의 경제위기에 탄력적으로 대응하지 못할 가능성을 우려했다. 이영 한양대 경제금융학부 교수는 "유럽 재정위기가 장기화되고 있는 상황에선 균형재정에 '집착'하지 않는 게 좋다"며 "균형재정은 경기가 좋아 보이는 시점에 도달하는 게 맞다"고 주장했다.

고영선 KDI(한국개발연구원) 연구본부장은 "균형재정 달성이 어려운 이유는 통화정책과 달리 재정정책이 정치와 밀접하게 연관돼 있기 때문"이라며 "지금은 균형재정에 초점을 맞추더라도 경기상황이 악화되면 목표도 수정돼야 한다"고 말했다.

균형재정을 지나치게 강조하다보면 증세로 이어져 조세저항에 부닥칠 수 있고 졸속 민영화 등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재정지출 규모 대비 경제효과가 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정책을 내실화하는 게 더 중요하다는 지적도 있었다.

◇ "세금을 더 걷느냐, 지출을 줄이느냐"

균형재정 달성 방법론을 두고도 설전이 오갔다. 최 과장은 "현재 경제상황에서 세율인상으로 투자, 근로의욕을 약화시키면 경제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며 "지출 측면에서 재정소요가 큰 제도도입에 신중해야 하고 기존 지출도 구조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는 각종 비과세 감면혜택을 축소하고 성과가 미흡한 사업을 대폭 축소하는 방안 등이 제기됐다. 대표적으로 R&D(연구개발) 세제혜택은 기초, 원천기술 부문에 집중하고 SOC(사회기반시설) 투자도 기존시설 개선에 초점을 맞춘다는 것.

배상근 전국경제인연합회 경제본부장은 이에 "중소기업에 퍼주기 식으로 보조금을 지원하는 제도는 조정돼야 하지만 R&D는 언제, 어느 상황에서도 반드시 해야 하기 때문에 투자세액 공제가 개발근대적인 사고라는 지적은 옳지 않다"고 반박했다.

복지지출에 대해서도 입장이 엇갈렸다. 김한기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경제정책팀장은 "우리정부의 복지지출은 GDP(국내총생산)의 9% 수준으로 OECD 평균 20%에 비하면 높지 않은 편"이라며 "포퓰리즘적 요소도 있지만 복지가 경제에 미치는 순기능도 감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이에 "핀란드, 스웨덴 같은 복지국가도 1990년대 초 복지지출을 상당히 줄였고 그리스처럼 살아남지 못한 복지국가들도 꽤 있다"며 "복지지출은 우리 몸에 맞게 꼭 필요한 부분부터 서서히 늘려가야 한다"고 반박했다.

지출 외에 법인세·소득세율 인상 등 세수확보 방안에 대해서도 이견이 있었다. 최근 30년간 절반 수준으로 낮아진 법인세의 인상이 필요하다는 지적에 배 본부장은 "투자유치, 기업활동 지원을 위해 법인세를 감면하는 게 세계적인 추세"라고 반박했다.

정부는 이번 재정콘서트에서 제기된 민간전문가들의 조언을 2012~2016년 국가재정운용계획에 반영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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