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유전자원은 국부(國富)창출의 원천

[기고]유전자원은 국부(國富)창출의 원천

김연규 농촌진흥청 농업유전자원센터장
2012.07.25 07:44

인류는 모든 의식주를 다른 생명체에 의지하여 살아가는 유기체다. 필요한 생물을 경작지로 옮겨와 가꾸고, 야생종을 다듬어 육성종을 만드는 등 생산성을 늘려 왔다. 유전자원을 잘 활용한 사례로 키가 작고 병해충에 강하며 수량이 획기적으로 늘어난 단간 내병 다수성 ‘벼’와 ‘밀’ 품종 개발, ‘옥수수’ 일대잡종 품종 이용 등의 성과로 대표되는 ‘녹색혁명’을 들 수 있다.

그러나 인간의 이기심으로 개량한 육성종 생물은 너무 허약했다. 야성을 잃어버려 인간이 돌보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는 생물종으로 변모했던 것이다. 연구 끝에 생물군 내 다른 품종이나 개체가 지닌 다양한 유전형질에서 그 해결책을 찾았다. ‘유전자의 다양성’은 지구 생명창고의 원천이자 보배다.

생명공학과 정보처리기술이 발전하면서 국가의 밝은 미래를 여는 유전자원의 가치는 더욱 높아졌다. 이에 따라 세계 각국은 ‘총성 없는 유전자원 전쟁’을 벌이며, 유전자원 주권화와 독점화를 가속하고 있다. 그러면 유전자원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

첫째, 농작물의 생산성, 품질 및 재배안전성을 지속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다. 늘어나는 인류의 식량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농작물의 생산성을 계속 높여야 하고, 세분화, 고급화되는 소비자의 요구에도 부응해야 한다. 급변하는 지구 환경으로 새로운 병이나 해충이 발생하고, 기상재해도 빈번해졌다. 이에 대한 대책 가운데 저항성 품종개발은 가장 경제적인 방법으로, 건강한 식생활을 갈망하는 소비자의 요구에 맞춰 병해충에 강건한 친환경 농산물을 생산할 수 있다.

둘째, 미래 생물자원 소재시장의 성장 동력원이다. 약국 처방약의 40%가 생물에서 유래한 것으로 25%는 식물 추출로 만들었다. ‘버드나무류’에서 기원한 해열진통제 ‘아스피린’ 등 순수약물 119개 가운데 88개는 원주민의 민속식물학적 지식에서 유래했다.

기업도 생물산업소재 기반으로 변화를 꾀한 지 오래다. 옥수수를 이용해 화학회사 ‘듀퐁’에서는 ‘바이오폴리머’를, 국내 기업 ‘삼성’에서는 ‘바이오플라스틱’ 전화기를 개발한 바 있다. 생물자원은 의료용 신약소재, 윤활유, 식품첨가제 등 모든 산업에 이용된다. 미국 농무성은 생물자원 소재시장이 2010년 1250억 달러에서 2025년에는 5000억 달러까지 4배 성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셋째 무형의 혜택을 통해 문화적 서비스를 제공한다. 인간의 내면에는 ‘생명애’가 있다고 한다. 지역별 특유의 식생은 고유의 풍경을 만들고, 이를 접하는 지역민들은 ‘우리 동네’, ‘내 고향’이라는 공통의 유대감을 형성하며 관광과 여가를 즐길 수 있다. ‘당산나무’, ‘곰’이나 ‘호랑이’는 숭배나 종교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또한 인간이 얻은 모든 지식체계는 오랫동안 자연과 생물을 관찰한 데서 유래한 것으로, 새의 날개를 본 떠 비행기를 만들고, 곤충을 닮은 로봇을 디자인했다. 생물자원 없는 인류 문명은 상상할 수 없다.

그간 인류는 격변의 시대를 거쳐 왔다. ‘농업경제시대’와 ‘산업화시대’, ‘정보화시대’를 지나 이제 2030년 이후는 ‘바이오경제시대’로 불릴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지난 20여 년간 투자와 노력을 집중해 세계 6위의 식물자원을 보유한 유전자원 강국이 되었다. 농촌진흥청은 3만7000점 이상의 재래종을 수집하여 보관하고 있고, 외국에 수탈당한 토종자원도 반환받았다. 또 다양한 국가와 농업 관련 국제 연구기관으로부터 유전자원을 분양받거나 수집해 보존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식량안보 위주로 농작물의 생산성 향상에 초점을 맞췄다면 앞으로는 보다 부가가치가 높은 활용방안을 모색하는데 힘써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농업은 물론, 화학, 의료, 건축 등 산업 전반을 망라한 각 분야 전문가들의 긴밀한 협력이 절실하다. ‘바이오경제시대’를 앞장서는 우리나라를 이룩하기 위해서 말이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김진형 금융부장

안녕하세요. 금융부 김진형 금융부장입니다.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