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0억 미술시장, 양도세 부과에 '고사' 우려

900억 미술시장, 양도세 부과에 '고사' 우려

박창욱,이언주 기자
2012.08.17 05:55
↑서울 강남 K옥션 전시장, 미술품 애호가들이 경매에 앞서 출품된 작품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제공=K옥션)
↑서울 강남 K옥션 전시장, 미술품 애호가들이 경매에 앞서 출품된 작품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제공=K옥션)

"가뜩이나 줄어들 대로 줄어든 미술시장이 완전히 고사될 수 있습니다."

미술계에서는 내년부터 6000만 원 이상 미술품의 거래차익에 대해 양도세를 부과하려는 정부 방침에 대해 "국내 미술시장은 아직까지 규제보다는 양성을 해야 하는 단계"라며 부과시점을 좀 더 뒤로 미뤄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미술품이 양도세 면세에 따른 비실명 거래가 가능한 점 때문에 뇌물 등 비리에 이용되는 현실과 관련해서도 "범죄를 저지르는 사람을 적발하면 되는 것이지, 미술품 자체까지 문제라고 보는 것은 부당한 시각"이라는 입장이다.

◇시장 규모, 2008년 재입법 이후 절반 수준으로 감소=미술계에 따르면 국내 미술품 시장 거래규모는 2007년까지만 해도 1800억 원대를 유지한 것으로 추산됐으나, 2008년 '미술품 양도세법'이 국회를 다시 통과한 이후 지난해 900억 원대까지 줄어들었다. 이웃나라 중국의 미술시장 규모인 60조원과 비교하면 턱없이 작은 상황이다.

1990년 처음 제정된 미술품 양도세 부과조항은 계속 유예되다가 2003년 아예 폐지됐다. 이로 인해 2004년 이후 미술시장은 한때 4000억원 규모까지 성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2008년 다시 미술품 양도세 부과 법안이 통과됐고, '과세 형평성' 등 여러 논란을 거듭한 끝에 올해 말까지만 시행이 유예된 상황이다.

한 미술 전문가는 이와 관련해 "물론 리먼브러더스 사태로 인한 경제 위기가 발생했지만 다른 나라 미술시장에 큰 변화가 없었다는 점에서 볼 때, 국내 미술시장이 축소된 것은 세제 변화의 영향이 컸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상류층만을 위한 미술시장이라는 비판이 있지만, 그렇다 해도 일단 미술시장이 커져야 투자를 할 여력이 생길 텐데 현재로선 현상유지도 힘든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이상규 K옥션 대표는 "부동산 시장에서도 보듯 양도세라는 것은 일반적으로 거래를 억제시키는 수단으로 활용된다"며 "1인당 소득 2만달러가 넘어선 경제 수준에 비해 미술시장은 거래를 억제시켜야 할 정도로까지 성장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세금 부과보다 더 큰 문제는 정부가 양도세 부과를 통해 미술품을 사고파는 사람들이 누구인지를 알고 싶어 하는 것"이라며 "비실명 거래를 통해 좀 더 거래를 활성화시켜야 작가나 화랑 등 미술계가 먹고 살 수 있으므로 미술품에 대한 양도세 부과는 아직 시기 상조"라고 강조했다.

미술계에선 양도세 부과 대상이 되는 고가 미술품이 전체 거래 작품의 5% 미만이지만, 낙찰금액은 전체의 절반이 넘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미술품에 대한 인식이 전반적으로 낮은 현 상황에서 미술품 투자에 대한 강력한 유인이 되던 양도세 면제가 없어지면 거래에 타격이 엄청날 입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술품이 비리수단?…사람만 처벌해야=그동안 미술품이 면세에 따른 비실명거래로 뇌물이나 비자금, 또는 불법 상속 등 비리의 수단으로 악용되는 일이 여러 차례 적발되기도 했다. 이로 인해 국내엔 미술품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강하며, 정부에서도 이런 점을 주요한 과세 명분으로 삼고 있다.

미술계에선 이 같은 사회의 시각에 대해 "미술계가 풀어야 할 과제"라고 인정하면서도 "미술품을 비리나 범죄의 수단으로 삼는 사람을 처벌하면 될 일이지, 미술품 자체에 대해 '나쁜 것'으로 보는 것은 잘못된 시각"이라고 항변했다.

이 대표는 "돈을 뇌물로 주면 돈이 잘못한 것이 아니라 뇌물을 준 사람이 잘못한 것"이라며 "미술품 자체는 기호품이자 거래될 수 있는 재화일 뿐"이라고 말했다. 다른 미술 전문가도 "미술품에 대한 몰지각이 '미술품=비리' 라는 생각으로 이어지는 것"이라며 "투명한 미술품 거래에 대한 지속적인 홍보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했다.

미술계에선 또 현실적으로 양도세를 걷는 규모보다 세원 확보를 위한 징세비용이 더 들 수 있다는 의견도 제기한다. 이 점은 정부에서도 일부 인정하는 부분이다. 또 다른 미술계 인사는 이와 관련해 "나라마다 세율은 다르나 해외 미술시장에선 주로 거래금액은 2~3% 정도를 거래세로 과세한다"며 "그러나 국내 시장규모가 작아 세원확보 측면에선 그리 실효성있는 방안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구체적인 양도세 부과 방안이 생기기 전에 미술거래가 음성화될 가능성도 크다"고 덧붙였다.

현재 국내에선 경매사를 통해 작품을 살 경우 대금의 10%에 해당하는 경매사가 받는 경매수수료에 대해서만 10%의 세금이 부과된다. 또 작가는 그림을 판매하면 판매금액을 합산해 사업소득세를 낸다.

↑미술품 경매 현장에서 한 컬렉터가 패들을 들어 구매 의사를 밝히고 있다. (사진제공=K옥션)
↑미술품 경매 현장에서 한 컬렉터가 패들을 들어 구매 의사를 밝히고 있다. (사진제공=K옥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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