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의 미래, 공동브랜드 전략②-과제와 대책][인터뷰]안재경 농협 멜론전국연합사업단 단장
"지난 설날, 가격이 가장 높을 때 물량이 제 때 못나왔어요. 선물용으로 수요가 많을 때 출하를 못하고 다른 지역에서 출하가 시작됐을 때 함께 경쟁하는 바람에 가격조절을 못했죠. 이번에는 그런 일이 없어야 합니다."
지난 9일 오후, 경남 진주 진양면사무소. 자그마한 강당에 50여 명의 주민들이 모였다. 늦은 시간에 고단할 법도 했지만 다들 표정은 진지했다. 모여 앉은 이들을 향해 창창한 목소리로 '잔소리'를 늘어놓는 건 자그마한 체구의 안재경 농협 멜론전국연합사업단 단장(50·사진).

안 단장은 햇사레, 잎마춤 등 광역단위 연합브랜드를 성공시킨 농산물 마케팅의 '베테랑'이다. 지난해 국내 첫 전국단위 연합브랜드 K멜론을 출범, 사업단을 이끌며 상품출하에서부터 유통, 마케팅, 홍보까지 도맡고 있다.
"비료, 농약, 비닐 등 기자재는 판매자들이 가격을 결정하고 농민들은 그 가격대로 사야만 합니다. 그런데 농산물은 왜 판매하는 여러분들이 가격을 결정하지 못할까요?"
안 단장이 가장 소리 높여 강조하는 건 농업인들의 조직화된 힘이다. K멜론에 참여하는 전국 멜론농가는 똘똘 뭉쳐 시장지배력을 되찾아오기 위해 파종시기와 생산량을 통제한다. 제값을 받기 위해서다.
사업단은 판매 뿐 아니라 구매에도 단결된 힘을 활용한다. 지역별로 멜론을 출하할 때는 적은 물량 때문에 포장박스의 품질과 가격이었지만 K멜론은 공동구매를 통해 양질의 포장재를 더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게 됐다.
안 단장은 "판매 가격을 낮추는 것은 한계가 있으니 생산원가를 낮추는 쪽으로 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래야만 자유무역협정(FTA)으로 생길 수 있는 농민들의 피해도 최소화할 수 있다는 것.
최근 그의 고민 역시 FTA로 인한 농산물 수입개방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올 상반기 과일수입량은 51만8000톤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5% 증가했다.
지난 8월 미국 캘리포니아산 허니듀 멜론은 대형유통마트 할인행사를 통해 개당 4500~5400원에 팔렸다. 국내산 멜론이 개당 8000여 원을 받을 때의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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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단장은 "미국 현지에서는 멜론 1개가 59센트, 16kg 한 상자를 6000원에 판매할 정도"라며 "가격으로는 도저히 수입산을 이길 수 없다"고 토로했다.
한중FTA를 앞두고 '본(本)마늘'을 통해 '마늘 전쟁'도 불사하겠다고 했다. 그는 "우리나라 음식에서 마늘이 안 들어가는 게 있느냐"며 "마늘이 관세철폐품목에 들어가는 것은 절대 안될 말"이라고 강조했다.
안 단장은 지난 8일부터 올해 K멜론 사업성과를 보고하고, 내년의 재도약을 위해 각 지역사업장을 돌고 있다. 경주를 시작으로 고령, 음성, 함안 등 16일까지 16곳을 방문하는 빡빡한 일정이다.
그는 "머릿속에 '성공공식'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문제는 농민들을 설득하고 자발적으로 실행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 그가 하루에 시도 경계를 몇 번이나 넘으며 지역산지를 직접 찾는 이유도 바로 농민들이 K멜론의 주인이라는 것을 알리기 위해서다.
"아무리 물량이 많아지고 품질이 뒷받침 되도, 마케터의 역량이 뛰어나고 지자체가 예산을 쏟아 붓는다고 해도, '내가 지켜야 할 내 브랜드'라는 생각을 공유하는 농민이 없다면 브랜드로 살아남을 수 없습니다. K멜론은 누구의 것입니까? 여러분의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