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정부를 비판하며 출범한 이명박 정부 인 만큼 정책기조가 많이 달랐다. 하지만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정권 말에 장기적 안목에서 한국 사회를 진단하고 이를 해결할 정책 방향에 대한 종합 보고서를 만들었다는 점이다. 노무현 정부의 '비전2030'이 그랬고, 이명박 정부의 '장기전략보고서'도 마찬가지다. '장기전략보고서'는 19일 대선이 끝난 후 발표될 예정이다.

야심찬 의도와 방대한 연구에도 불구하고 '비전2030'은 사장됐다. 막대한 재정이 필요한 비전이다 보니 ‘세금폭탄선언서’ ‘1100조원짜리 장밋빛 청사진' 등 혹평을 받기도 했지만 '떠나는 정부가 정권 말에 왜 오버하느냐'는 비판도 빛을 보지 못한 이유 중 하나였다.
'장기전략보고서'도 비슷한 신세가 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 연초에 기획재정부가 장기전략국을 신설하고 장기전략보고서 발표 계획을 내놨을 때부터 예견됐다. 정부가 당초 9월에 발표하려다 대선 이후로 발표 시기를 미룬 것도 '비전2030 학습효과'의 영향이 크다.
현 정부가 논란을 예상하면서도 '장기전략보고서' 작성에 나선 것은 지난 4년에 대한 아쉬움 때문이다. 5년 임기 중 4년을 금융위기 극복이라는 현안 해결에 써 버린 후 돌아보니 중장기 이슈에 대한 대비를 하지 못했다는 자기반성이다.
이 같은 '자기반성'이 다음 정부로 이어질지는 의문이다. 향후 몇 년간 저성장 추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전망 인 만큼 새 정부 역시 '경제위기 극복'이라는 현안 해결에 매몰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당장 대선 후 정부조직개편 과정에서 '장기 정책을 고민할 정부 조직'이 살아남을 수 있을지도 불확실하다. 후보들이 내놓은 해양수산부 부활, 중소기업부 신설 등 정부조직개편 방향은 '표'를 의식한 내용이 대부분이고 각 부처들은 이에 대비한 '내 조직 지키기' 논리 개발에 빠져 있다.
정권을 잡은 대통령이 자신의 비전과 정책을 실행하기 위해 정부 조직을 개편하려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어떤 부처를 해체·부활하는 기계적 개편 못지않게 잊지 말아야 할 부분이 '장기적인 정책을 고민할 조직'의 존재다. 그렇지 않다면 다음 정부도 임기 말에 또다시 '비전2030', '장기전략보고서'를 만들겠다고 나설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