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박근혜 정부가 '위원회 최소화'를 선언했다. 김용준 인수위원장은 지난 21일 청와대 비서실 개편안 발표에서 "대통령 소속 위원회로서 국민대통합위원회와 청년위원회를 신설하고 기존의 지역발전위원회의 기능을 개선·발전시켜 나가겠다"며 "기타 (대통령 직속) 위원회는 폐지를 원칙으로 한다"고 말했다. 대통령 직속 중에선 3개만 남기고 다 없애겠다는 선언이다.
위원회가 무용지물이란 진단에 따른 처방이다. 실제 위원회는 행정 비효율의 상징이 돼 버렸다. 회의조차 열리지 않는 위원회도 많았다. 열리더라도 구색 맞추기에 불과했다. 의견 수렴의 창구라는 본연의 임무는 퇴색했다. 게다가 위인설관(爲人設官)용도 적잖았다. 정권 창출에 기여한 이들을 위한 보은용 자리로 전락했다.
위원회 공화국의 출발은 '국민의 정부'다. 그리고 '참여정부' 때 본격화됐다. 시민 사회의 목소리를 담는다는 취지에서 '임시조직'의 설립이 불가피했다. 실제 위원회의 장점이 민주성과 합의성이다. 토론과 타협으로 이해 관계를 조정하고 이해 당사자들의 의견을 들을 수 있다. 전문적 지식도 담아낼 수 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은 5년전 인수위가 위원회 폐지 방침을 밝혔을 때 이렇게 대응했다. "위원회가 적은 나라가 선진국인가. 위원회가 없으면, 학계, 업계, 시민사회의 전문지식과 여론을 수렴하고 토론을 통해 타당성을 검증하고 이해관계를 조정해 정책의 오류와 장애를 줄이는 일은 어디에서 하나"
하지만 위원회 축소·폐지를 공언했던 현 정부도 결국 실패했다. 당시 인수위는 2007년 6월 기준 416개의 정부 위원회를 205개로 줄이겠다는 내용을 발표했지만 현재 위원회수는 505개로 오히려 늘어났다.
위원회의 장점은 분명히 있다. 하지만 탄생의 배경이 그다지 순수하지 못하다는 게 문제다. 우선 새로 만들어지는 위원회엔 정권의 색깔이 담겨 있다. 기존 정부 조직을 활용하기보다 위원회 조직을 통해 국정과제를 이끌겠다는 의미다. 참여정부때 정책기획위원회가 좋은 예다. 행정부 입장에선 기분 나쁠 만하지만 꼭 그렇지도 않다. 비공식적으로 일자리가 늘어나는 효과를 보기 때문이다.
현 정부에선 출범과 함께 탄생한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가 대표적이다. 정권의 색깔과 공무원의 일자리가 맞아 떨어졌다. 이 위원회의 임무는 △규제개혁 △공공부문 개혁 △투자유치 △법·제도 선진화 등이다. 정부 조직이 할 수 있는 일을 별도 기구를 만들어 하는 셈이다. 국가브랜드위원회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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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이 2008년 8월 15일 경축사때 "선진국을 원하면 우리의 이미지, 우리의 평판도 높여야 한다"며 설치를 약속한 위원회다. 목적은 "저평가된 국가 브랜드의 체계적 관리"인데 애매모호하다. 녹색성장위원회, 미래기획위원회도 국가 아젠다 명분으로 만들어진 조직이다.
정부 관료의 '편의주의'도 위원회 공화국을 부추긴다. 사실 정부의 의사 결정 체계는 간단하다. 내각 중심 체제다. 법이나 시행령 등은 차관회의-국무회의를 거친다. 법령이 아닌 정책은 위기관리대책회의 등과 같은 관계장관회의에서 심의, 확정한다. 헌데 조율이 쉽지 않은 사안이 있다. 여러 부처에 걸쳐진 정책을 다룰 때도 있다.
이 경우 한 부처가 책임지고 밀어붙이면 되지만 위험 요소를 떠안기 부담스럽다. 그때 선택하는 게 '위원회'다. 위원회의 장점이 '합의'지만 반대로 보면 책임 소재가 불분명하다는 단점이 되기도 한다. 정부가 하고 싶은 사안을 위원회 이름으로 결정, 시행한다. 또 어려운 사안은 위원회에서 논의할 사안이란 이유로 계속 미룬다. 해결 수단이 아닌 지연 수단으로 활용한다는 얘기다. 이를 '방패막이 위원회'라 부른다.
이렇다보니 현실은 옥상옥(屋上屋)의 탄생이다. 이번에 폐지될 운명에 처한 국가건축정책위원회를 보자. 2008년 12월 설치된 이 위원회의 주요 임무는 '건축분야 주요 정책 수립·심의, 관계부처 건축정책 조정'이다. 부처의 기능과 다르지 않다. 2009년 11월 만들어진 국가정보화전략위원회도 비슷하다.
이렇게 위원회는 대통령의 필요에 따라, 관료의 필요에 따라 계속 만들어진다. 위원회 증가를 놓고 "정치권과 관료의 합작품이자 정치적 고려에 따른 결과물"이라고 평까지 나온다. 박근혜 정부가 위원회 축소·폐지를 공언하지만 5년 뒤 위원회 숫자가 과연 이를 뒷받침할지 장담하기 힘든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