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관가의 새 포장지 '협업'

[기자수첩] 관가의 새 포장지 '협업'

세종=박재범 기자
2013.04.09 06:56

'협업'. 요즘 관가의 최대 화두다. 한창 시끌벅적한 '창조 경제'도 있지만 '협업'이 주는 부담도 이만저만한 게 아니다. 오히려 체감하는 부담감은 협업이 더하다고 관료들은 입을 모은다.

협업의 의미는 간단하다. 같은 종류의 일을 여러 사람이 협력해 공동으로 하는 거다. 한마디로 협조해서 일 잘하라는 '주문'인 셈이다. 이게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창조'보다 더 어렵단다. 부처별 칸막이 제거를 뜻하기 때문이다. 부처 이기주의를 상징하는 칸막이는 부처의 존재 이유도 일부 담고 있다. 칸막이를 없애는 게 말처럼 쉽지 않은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보단 마치 새롭게 '협업'을 이뤄내는 듯 한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게 부담의 핵심이다. 당장 각 부처는 최근 마무리된 대통령 업무보고를 준비하면서 '부처간 협업 과제'를 대통령 업무보고에 별도 꼭지로 담았다. 실무자들은 그 내용을 채우느라 머리를 싸맸다. 한 관료는 "정부 부처 업무가 대부분 부처간 협의 등을 전제로 한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실상 부처 업무보고에 담긴 협업 과제를 보면 별개 없다. 구색 맞추기 성격이 짙다. 기획재정부의 경우 세출구조조정, 유통구조개선 등을 담았다. 국세청·관세청 등은 정보 공유 확대가 협업 과제다. 기존 업무를 재강조한 수준으로 딱히 새로울 게 없다.

그렇다고 물러설 정부가 아니다. 새 정부 출범 후 나온 정책에 협업이란 포장지를 씌우느라 분주하다. 4.1 부동산 대책은 "협업의 결실, 칸막이 제거의 결과물"로 자평했다. 부처별 정책 발표 때도 협업의 산물이란 표현이 적잖게 나온다. 으레 해왔던 정책 협의가 협업으로 포장되는 사례가 대부분이다. 협업의 주는 부담이 큰 탓이다.

협업을 잘 했다고 자화자찬하는 것이야 자유다. 다만 아쉬움을 지울 수 없다. 협업의 결과라기보다 협업 주문에 따른 산물로 읽히기 때문이다. 대통령은 국민을 보고 정책을 펼치라 하는데 정작 협업은 국민보다 대통령을 보고 이뤄지는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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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범 편집국장

박재범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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