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아직 높기만 한 '부처간 칸막이'

[기자수첩]아직 높기만 한 '부처간 칸막이'

세종=김지산 기자
2013.04.11 17:40

정부 관료와 '경제민주화'에 대한 얘기를 나눴다. 마침 감사원이 국세청을 향해 물류 일감몰아주기에 과세를 촉구했던 터라 이 문제가 화제가 됐다.

서승환 국토교통부 장관도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건설과 함께 경제민주화 대상으로 언급한 게 바로 물류였다.

국토교통부가 주목한 물류부문 경제민주화 대상은 대형 화주이며 물류계열을 둔 대기업에 모아진다. 현대글로비스가 대표적이다. 현대·기아차를 비롯해 현대제철 등 대형 화주들을 계열로 둔 현대글로비스는 적극적인 영업활동을 하지 않아도 승승장구다.

오너 일가가 최대주주여서 이들의 재산증식에도 막대한 기여를 한다. 완전포괄주의에 의한 증여세 과세의 전형적인 사례다.

국토부가 칼을 빼드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 국토부가 규제를 통한 일감몰아주기를 근절할 방법이 없다. 징벌적 과세 같은 규제는 기획재정부, 국세청, 공정거래위원회 등의 소관이다. 이 부분에 대해선 전체 매출에서 내부거래 비중이 30%를 초과하는 부분에 적용하는 증여세 기준을 더 강화하는 쪽으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국토부가 할 수 있는 건 조세특례제한법을 개정해 현대·기아차나 현대제철이 현대글로비스가 아닌 제3자 물류를 이용할 때 혜택폭을 넓히자는 정도다. 현재 물류비의 3%를 세금에서 공제해주는데 이 규모를 5%로 늘리자는 게 요지다.

그런데 이 계획 실행이 난관에 부딪혔다. 부처간 입장차 때문이다. 인센티브 확대에 의한 세수 감소가 문제로 등장했다. 세제 관련 정책 결정의 정점에 선 기재부가 난색을 표한 것이다. 5년간 복지예산 135조원 확보에 비상이 걸린 기재부는 세수 감소에 민감할 수 밖에 없다.

이 건 뿐 아니라 일자리 창출을 위한 창조경제 실행 과정에서도 다양한 인센티브 정책이 튀어나올 공산이 높다. 지금 같은 식이면 진척속도는 크게 기대하기 어려울 것 같다.

'부처간 칸막이 제거'를 통한 협업이 말잔치로 끝나지 않으려면 이런 핵심 이슈에 대한 통 큰 결정이 필요하다. 노선과 의지가 확실해야 경제민주화든, 세수 확대를 통한 복지확대든 풀어갈 수 있을 것이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공유